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지난 3일부터 본격 업무에 돌입한 가운데, 필리핀 현지에서 가사관리사로 선발된 이들 중 일부가 불명확한 이유로 국내 입국이 거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필리핀 현지에서 선발돼 한국에 가사관리사(Caregiver)로 파견이 예정됐던 100명 가운데 3명이 출국 일주일 전 한국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제(E-9) 비자 발급 거부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한국과 필리핀 정부가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한국 산업인력공단과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현지에서 진행된 가사관리사 선별테스트에 통과한 노동자들이다. 필리핀 정부가 공인한 'Caregiving(돌봄) NCⅡ' 자격증을 소지한 것은 물론, 필리핀 직업훈련원에서 780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했다. 또 영어‧한국어 등 어학 능력 평가, 건강 검진, 범죄 이력 등 신원 검증을 거쳐 최종 선발됐다.
이처럼 한국 정부 기관으로부터 자격을 검증받았음에도 이들은 출국 예정일을 불과 일주일 앞둔 지난 7월 30일 한국 정부로부터 '비자 발급이 거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공단은 비자 발급이 거부된 이들 대신 대기 명단에 있던 다른 3명을 추가 합격시켜 100명을 채운 뒤 지난 8월 6일 한국으로 보냈다.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A 씨가 주필리핀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받은 문서에 따르면, 비자 거절 사유는 "The purpose of entry was not sufficiently explained", 즉 입국 목적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A 씨는 한국 정부 기관이 직접 주관한 선발 과정을 통과했음에도 입국 목적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대사관 측의 설명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공단도 구체적인 이유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A 씨를 비롯한 2명은 한국 법률사무소 도움을 받아 한국 정부 국민신문고에 불허 사유를 문의했다.
대사관 측은 지난 달 21일 국민신문고 답변을 통해 "사증 심사는 신청자 개인을 중심으로 심사가 진행되는데 대부분 결격 사유가 개인 정보"라며 "불허 사유는 심사 규정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으나 심사 규정을 공개하지 못하게 돼 불허 사유 공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증신청인 본인 또는 초청인에게 알려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대사관 측의 이같은 답변은 A 씨를 더욱 답답하게 했다. A 씨는 SNS 메신저 대화를 통해 "남들과 똑같이 절차를 모두 통과했는데 왜 거부당했는지 이유도 모른 채 필리핀에 남아야 했다"며 "(비자 거절의) 이유라도 알고 싶다"고 했다.
A 씨는 "당연히 한국에 갈 것이라고 생각해 기존에 하던 일을 관뒀기 때문에 지금 직업이 없는 상태"라고 전하며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필리핀의 가족을 부양하고 딸에게 좋은 미래를 선물하기 위해 가사관리사 파견에 지원했다. 한국은 내게 꿈의 나라였다"면서 "하지만 내 꿈은 빼앗겼다. 꿈꾸던 직업을 얻지 못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A 씨 대리를 맡은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한국에 입국하기 위한 모든 자격을 갖추었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진행하는 교육도 모두 마쳤음에도 입국 목적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경우는 외국인이 신청한 비자의 목적을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일 때, 범죄에 연루된 이력이 있을 때 등"이라며 "이번 거절 사유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이어 "결격 사유가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본인이나 대리인에게조차 말해줄 수 없다는 대사관 측 설명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은 명확한 설명을 듣기 위해 법무부, 노동부 등에 답변을 요청했으나 회신이 오지 않았다.
한편 지난 달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4주간 특화교육을 받았으며, 지난 3일부터 6개월 동안 서울 시내 각 가정에서 가사와 아동 돌봄 업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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