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밝히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스위프트에 성희롱성 망언을 내뱉어 비판을 받았다.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 소유주인 머스크는 11일(이하 현지시각) 엑스에 "좋아, 테일러(가수 스위프트). 당신이 이겼어. 내가 당신에게 아이를 줄게. 그리고 당신의 고양이들을 목숨 걸고 지킬게"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스위프트가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리스 대통령 지지를 밝힌 직후다. 스위프트는 10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방송 토론이 끝난 뒤 인스타그램에 "나는 2024년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미네소타 주지사·민주당 부통령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프트는 해리스 부통령이 "권리와 대의를 위해 싸운다"며 지지 이유를 설명하고 "수십 년간 성소수자(LGBTQ+) 권리, 체외수정(IVF),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를 지지한 팀 월즈를 러닝 메이트로 선택한 것에 감명 받았다"고도 했다. 스위프트는 해리스 부통령 공개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이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한다는 가짜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시사했다. 스위프트는 이것이 "인공지능(AI)에 대한 두려움과 허위 정보 확산에 대한 위험성을 상기시켰다"며 "이를 통해 유권자로서 이번 선거에서 내 실제 계획을 매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설명했다. 스위프트는 게시글에서 자신을 "아이 없는 캣 레이디(Childless Cat Lady)"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의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 및 가족 비하 발언을 비꼰 것으로 보인다. 밴스 의원은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 등을 직접 지목해 미국이 "자녀 없는 캣 레이디(cat lady) 무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이라는 의미의 '캣 레이디'는 연애 및 결혼을 하지 않고 직업 경력에 집중하는 여성을 멸시하는 의미로 종종 사용된다. 부통령 후보 지명 뒤 이 발언이 재조명되며 밴스 의원은 광범위한 비난에 직면한 상태다. 미 격주간지 <뉴욕매거진>은 머스크의 게시글에 대해 "정치적 의견을 표현한 스위프트를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성희롱했다"고 비판했다. 밴스의 "아이 없는 캣 레이디" 발언을 비판한 스위프트에게 머스크가 "아이를 주겠다"며 성적으로 "위협"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자신의 회사 여성 임원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비롯해 복수의 여성과의 사이에서 1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이에 더해 미 경제전문잡지 <포브스>는 머스크가 게시글에서 스위프트의 고양이를 "지키겠다"고 언급한 것은 공화당이 적극적으로 퍼뜨리고 있는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반려동물을 먹고 있다는 거짓 소문을 암시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수의 외신들이 해당 소문이 거짓이라고 확인해 보도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 대선 토론에서 또다시 이 허위 정보를 언급해 비판을 받았다.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에서 헛소문을 인용한 뒤 아이티계 미국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공동체 센터를 이끌고 있는 바일스 도르사인빌(38)은 센터에 협박 전화가 걸려 오고 있다고 통신에 말했다. 그는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창고에서 일하는 한 친구가 아이티인들에 대한 적대감이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며 지역을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위프트의 지지를 확보한 해리스 선거캠프 쪽은 곧바로 이를 홍보하며 모금에 나섰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11일 해리스 캠프가 이메일을 통해 "중요 소식: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금 막 카멀라 해리스를 대통령으로 지지했습니다"라며 "테일러 스위프트와 함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운동을 지원하시겠습니까?"라고 지지자들에게 기부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스위프트의 팬들에 대한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스위프트가 팬들에게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자 그가 안내한 등록 단체 누리집 이용자가 1시간 만에 1226% 뛰었고 3만5000명 가량이 전국 유권자 등록의 날에 신규 유권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2022년 대비 23% 뛴 것이다. 스위프트가 10일 올린 해리스 부통령 지지 게시글엔 하루 만에 1000만 건 이상의 호감('좋아요')이 표현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위프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 미 방송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스위프트)가 시장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공격했다. 전날 해리스 부통령과의 방송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진했다는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부자와 공화당 내부가 불안에 휩싸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11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기부자가 "그(해리스 부통령)를 쓰러뜨릴 기회를 놓친 것 같다. 해리스가 기세를 잃고 있던 참이었는데 (이번 토론이) 해리스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 기부자인 미국 식품업계 억만장자 존 캐시마티디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만심이 과했던 것 같다. 준비가 부족했거나 그저 피곤했을 수도 있다"며 토론에 대한 실망감을 표했다고 덧붙였다. 11일 <더힐>은 한 하원 공화당 의원이 토론에 대해 "그저 슬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토론 때처럼 침착하지 못했던 것이 실망스럽다"며 "길이 매우 좁아지게 됐다. 이건 좋지 않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하원 공화당 의원은 공화당 회의에서 많은 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에서 "도발"에 넘어가 메시지 전달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실망"을 표했다고 매체에 전했다. 반면 해리스 캠프 기부금은 토론 뒤 폭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11일 신문은 민주당 및 진보 단체를 위한 모금 단체 액트블루를 통해 민주당이 전날 토론 시작 몇 시간 만에 4300만달러(한화 약 576억 원)를 모금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달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날 이후 이 단체의 일일 최고 모금액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회를 위한 추가 토론에 응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해리스 캠프는 10일 토론 뒤 즉시 추가 토론을 제안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여론조사 전문가 프랭크 런츠가 토론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회해야 하고 사람들이 이번 토론을 결정적 순간으로 보지 않을 만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며 추가 토론에 응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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