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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해양투기, 미 스리마일섬 '원전' 강제증발과 비교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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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후쿠시마' 해양투기, 미 스리마일섬 '원전' 강제증발과 비교해보면… [후쿠시마오염수 해양투기를 둘러싼 진실]
일본 후쿠시마원전 핵오염수 해양투기가 시작된 지 1년 1개월이 다 돼간다. 핵오염수 처리방법의 적정성 문제와 더불어 더욱 심각한 것은 사고원전의 폐로의 길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비과학적이라는 사실이다. 폐로의 기초작업인 핵연료 잔해 반출 시도가 잇달아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 일본 정부의 원자력기술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0년 이상 지속될 핵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 일본 정부가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도 깊어지고 있다. 일본무역진흥공사(JETRO) 홈페이지엔 지난 8월 22일자로 '처리수 방출로부터 1년. 얻은 지식과 과제. 안심감의 유지·향상을 위한 포석이란'(미쓰비시종합연구소 사회인프라사업본부 요시나가 교헤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 글의 핵심은 해양방출과 관련한 최대의 염려는 소문피해다. 현재 수입규제를 계속하는 나라는 러시아 중국 홍콩 마카오 한국 대만이다. 방출 후 중국 등에서 추가적인 수입규제 실시나 몇몇 나라에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있었으나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의한 안전성 승인이나 규제기준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대응에 만족한다는 발표도 다수였다. 그러나 처리수(오염수) 방출은 아직 초반에 불과하다. ALPS 처리수의 해양방출은 폐로 완수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폐로 완수에서는 육상의 1,000가 넘는 탱크군을 가능한 한 조속히 철거하는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높으며, 지상보관에 의한 리스크를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서는 ALPS 처리수의 해양방출량 확대 검토도 중요하다고 제안한다. 1년이 경과한 ALPS처리수의 해양방출은 약 30년간이라고 하는 방출기간에 비추어 보면 초반에 지나지 않는다. 30년의 기간을 '트러블 제로'로 보내기란 어렵다. 2024년 2월에는 오염수 정화장치에서 누수가 발생하여 물이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토양의 회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 국민으로서 ALPS 처리수의 문제를 우리 일본의 문제로서 파악하고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해양방출을 포함한 폐로작업의 완수, 그리고 지역부흥을 일본이 하나가 되어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치 일본제국주의 시대 '전시보국(戰時報國)'의 선동문 같은 느낌이 얼핏 든다. 그런데 문제는 해양투기보다 더 근본적인 폐로작업 자체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방류하고 있는 오염수. ⓒ연합뉴스
한겨레(2024년 9월 17일)는 '후쿠시마원전, 카메라 고장…핵연료 잔해반출 또 중단'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원자로에 설치된 카메라가 작동되지 않아 핵연료 잔해 반출작업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원자로 안쪽으로 밀어 넣은 낚싯대 형태 반출 장치 끝에 달린 카메라에 영상이 찍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교도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핵연료 잔해 반출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카메라의 상태와 수리에 걸리는 시간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핵연료 잔해 반출 작업 연기는 이번이 네번째이다. 핵연료 잔해 반출은 사고원전 폐기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여겨지며, 2011년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 작업은 당초 2021년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장비문제 등으로 이미 세 차례 연기돼 3년 정도 늦춰졌다. 이번에 채취하는 핵연료 잔해는 3g 미만이다. 도쿄전력은 핵연료 잔해를 반출하면 후쿠시마현 남쪽 이바라키현의 시설로 옮겨 성분을 분석한 뒤 이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반출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에는 880t 남짓한 핵연료 잔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원전의 폐로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핵오염수의 해양투기야말로 전 세계 해양생태계엔 가장 위험한 방식이다. 그럼에도 핵오염수의 해양방류 결정은 오염처리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일본 정부의 무책임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핵오염수의 해양투기는 가장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물어야 할 사고처리비용을 전 인류와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파렴치한 국제환경범죄 행위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핵오염수 해양방류를 택한 일본 후쿠시마원전사고의 핵오염수 처리방법은 미국 스리마일섬(TMI)원전사고에서의 핵오염수 처리방법의 결정과정을 보면 그 문제점이 더 드러난다. 일본은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오염수 처리 문제로 고심을 해왔다. 2013년부터 경제통산성 산하에 전문가 소위원회를 설치해 줄곧 검토해왔는데 전문가팀의 기술적 검토를 통해 5개 안이 제시됐다. 수증기방출, 지층주입, 수소방출, 지하매설, 해양방출 등 5가지 방법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돈이 적게 드는 해양방출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6년 현재 이들 다섯 가지 방법에 따른 예산은 다음과 같다. ①지층주입 6,200억엔 ②지하 매설(콘크리트화) 2,533억엔 ③수소방출(전기분해) 1,000억엔 ④수증기방출(증발처리) 349억 엔 ⑤해양방출 34억엔이다. 여기에다 시민전문가가 제안한 탱크보관 후 방출 비용은 330억 엔이란다. 이렇게 보면 탱크보관 후 방출방식이 사실은 매우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일본 여성주간지인 <여성자신(女性在工作中> 편집부가 지난해 8월 22·29일 합병호에 '소문피해 대책비에 수출 악영향, ALPS 처리수 해양방류 고(高)비용, 메리트 없어'라는 기사를 내보내며 ALPS 처리수의 해양방류의 실행 근거 중 하나인 '경제적'이란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이렇다. 해양방출 비용은 34억엔으로 다른 4가지 처분 방법에 비해 가장 저렴하고 방출 소요기간도 약 7년으로 짧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추산보다 비용이 10배 이상, 방류 종료기간도 30년으로 늘어났는 것이다. 해양방출 비용 34억엔은 자원에너지청이 2016년에 정리한 내용으로 해양투기의 장점을 강조한 내용으로 여론 유도 의도가 엿보인 것이었다. 실제 이 보고서에 근거한 언론 보도를 통해 단번에 여론이 해양방류를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걸로 기울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해양방출의 실제 비용은 해양방출을 위한 해저터널 설비 공사비 약 350억엔에다 모니터링비용 등을 합쳐 2021~24년에만 약 430억엔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고, 게다가 해양방출로 인한 소문피해대책기금과 어업인대책기금을 합치면 약 800억엔의 공금이 투여된다는 것이다. 이를 모두 더하면 총 1,300억엔 이상으로 애초 예산 34억엔의 38배에 이르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해양방출의 실질적 비용은 수소방출(전기분해) 방식보다 더 드는 셈이다. 그런데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오염수를 멈추지 않으면 해양방출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비용은 천장부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 방류방식의 비용 계산도 80만t을 기본으로 한 것이기에 현재 배출 예상량 130만t을 가정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9년 3월 일본 공익사회법인 일본경제연구센터(JCER)의 「속(續) 후쿠시마원전사고의 국민 부담」이라는 보고서는 완전 폐로를 포함한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전체 처리비용이 40년간 35조~80조엔이며 그 중 오염수 대책이 가장 급한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오염수 해양방출 여부에 따라 비용 차이가 엄청나다. 해양방출을 하지 않을 때의 폐로 및 오염수 처리비용이 51조 엔으로, 오염수를 희석해 해양방출할 때인 11조엔과는 무려 40조엔(약 370조원)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 추산액도 사고 발생 40년인 2050년 이후의 처리 비용은 제외된 것이다. 결국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 강행은 후쿠시마사고 전체 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후쿠시마원전사고 원전사고 전체 수습 비용도 들쭉날쭉이다. 일본 정부는 2011년에 5조8천억엔이라고 발표했으나 2016년에는 21조엔 이상으로 늘었다. 2017년 일본경제연구센터는 50조엔~70조엔, 2019년엔 35조엔~80조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러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방출은 일본 경제산업성의 오염수처리대책위원회가 미국 스리마일섬(TMI)원전사고 당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사고방식을 참고로 했다고 하나 TMI원전사고 후 삼중수소 처리방법과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나고야공업대학 명예교수인 아라이 에이스케(荒井英輔)는 <삼중수소의 무엇이 문제인가>(도쿄도서출판, 2022)에서 TMI원전사고의 처리에 대해 NRC 자료를 참고로 '미국 TMI원전사고에서의 삼중수소 오염수처리의 구체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TMI원전은 미국 동북부 벤실베이니아주의 주도 해리스버그 교외의 서스쿼해나(Susquehanna)강의 삼각주인 스리마일섬에 있고, 가압수형로(PWR) 2기이다. TMI원전2호기 사고는 1979년 3월 28일 오전 4시에 일어나 노심용융까지 나아갔지만 용융한 핵연료가 압력용기 내에 머물러 방사성물질은 배관 등의 누설개소에서 조금만 누설됐다. 이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는 방사성세슘과 스트론튬 등의 물질을 포함하고 있었기에 이들을 제거한 뒤, 제거가 불가능했던 삼중수소에 대해 그 처리법이 검토됐다. 오염수는 8,706㎥, 삼중수소 총량은 약 2.43x10*13Bq였다. 후쿠시마원전사고의 경우 2019년 10월 현재 탱크저장 오염수 117만㎥, 삼중수소 총량은 8.56x10*14Bq로 TMI원전사고에 비해 오염수는 134배, 삼중수소 총량은 35배가 된다. TMI사고의 삼중수소 오염수처리법에 대해서 미국 NRC는 <표 3>과 같이 10가지 선택지(1.1~4.3)를 검토했다.
이러한 10가지 오염수처리법에 대하여 평가항목에 따라 비교검토된 결과 ①현지 처리 여부 ②처리기술의 유무 ③처리 전문가 필요성 여부 ④경비의 타당성 ⑤처리・수송에 외부 의존 여부 ⑥타당한 시기에 처리 개시 여부 등이 평가기준이 되어 최종적으로 선택지 4.3 강제증발을 통한 대기방출 방법이 선택되었다. 이를 정리한 것이 <표 4>이다.
<표 4>의 경비를 비교해보면 4.3 강제증발을 통한 대기방출 방법은 4.1 하천방출에 이어 낮고, 1.1 탱크보관의 1/20 이하의 경비로 실현가능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3.2 해양방출이 4.1하천방출보다 77배나 비용이 높은 이유는 TMI원전 소재지가 내륙부여서 바다까지의 거리가 멀어 수송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가장 비용이 낮은 4.1 하천방출이 선택되지 않은 이유는 하천 하류 유역의 오염에 불안이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최종 선택된 4.3 강제증발처리는 사고로부터 11년 후인 1990년 12월부터 1993년 10월에 걸쳐 실시되었다. 물론 공중의 피폭량(mSv)이 30이나 됨에도 무시한 점은 비판받아야 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후쿠시마원전사고에서 나온 오염수처리에 대해서 TMI원전사고의 처리방법의 선택절차와 평가기준의 사고를 참고하면서도 자신들 편의에 맞는 오염수처리방침을 결정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해양방류는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다. 생태계 피해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사이엔스데일리(ScienceDaily)(2023년 9월 6일)는 '일본 오염수 방류 찬성했던 미국…뉴욕 방사능 냉각수는 막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미국이 자국 내 방사능냉각수(원전오염수)의 방류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AP통신에 따르면 캐쉬 호컬(Kathy Hochul) 미국 뉴욕주 지사는 2023년 8월 18일 허드슨강에 방사성액체폐기물 방류를 금지하는 '세이브 더 허더슨' 법안에 서명했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이 첫 발의를 진행한 이 법안은 뉴욕주 상원의 만장일치로 통과하였고, 여기에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도 원전오염수 방류 반대에 한마음으로 환영한다는 의견을 표하였다. 이에 앞서 AP통신(2023년 7월 26일)은 미국 매사추세츠 환경규제 당국이 폐쇄된 필그림(Pilgrim)원전을 해체하여 100만 갤런(380만ℓ) 이상의 방사성폐수를 케이프코드만(Cape Cod Bay)으로 방출하겠다는 회사의 요청을 거부했다. 주 환경보호국의 결정은 플리머스의 필그림원전에서 방사성폐수를 케이프코드만으로 배출하는 것이 케이프코드만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는 주법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홀텍(Holtec)의 허가 수정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투기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 변수가 있다. 일본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의 가동과 관련돼 있다. 2023년에 완공하기로 한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이 다시 2026년 완공으로 미뤄지고 있다. 석연치 않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에 따른 국내외 여론을 회피하고자하는 의도가 깔린 것은 아닐까? 아사히신문(2024년 8월 23일)은 '핵연료처리공장, 27번째 연기, 26년도 완성 목표 일본원연(岛国原燃)'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일본원연은, '2024년도 상반기 가능한 한 조기'에 완공하겠다 해놓고 약 2년반 연기해 2026년도 중에 완공을 목표로 조정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14.4조엔에서 5000억엔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도쿄신문(2024년 9월 16일)은 '또 연기된 "핵연료 주기의 간(肝)" 재처리 공장 완공 27회째, 아오모리 지사도 어이없는 사태에… 무엇이 원인?'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재처리공장의 완공 연기가 계속되는 큰 원인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의한 설비의 상세설계나 공사계획의 심사에서 원연이 미진한 대응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처리공장은 원전 6, 7기분의 설비수가 있어 심사대상이 약 2만5000점. 설비의 내진이나 구조설계 등의 설명이 다 되어 있지 않다. 약 6만 페이지의 신청서중 약 3100 페이지에서 오기재나 낙장 등의 미비도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완공되면 사용후핵연료를 연간 800t 처리하며, 매년 약 9700조㏃의 삼중수소를 해양으로, 약 1,000조㏃의 삼중수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되며 매년 약 50조㏃의 탄소14와 500억㏃의 요오드129를 방출한다. 즉 매년 후쿠시마 핵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총량 900조㏃의 10배의 양을 바다로, 배 이상의 양을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사용후핵연료에서 연간 8t의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능력 때문에 국제사회의 우려를 부르고 있다. 플루토늄 8t은 IAEA 기준으로 핵무기 1000기 분량에 해당하며, 2018년 말 기준으로 일본은 플루토늄 45.7t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후쿠시마 사고원전의 과학기술적 처리 가능성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과학기술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설명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부수적인 문제에만 신경을 써는 일, 그걸 과학이라고 우기는 일, 그러한 과학이라는 우상의 동굴에서 이제는 빠져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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