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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회동' 사진에 '용산 3간신' 지목됐던 비서관은 왜 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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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회동' 사진에 '용산 3간신' 지목됐던 비서관은 왜 꼈을까?

[이모저모] 사진으로 본 '윤석열·한동훈 차담' 풍경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간 '차담'이 '빈손'으로 끝났다. 과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독대'를 할 경우 대통령실은 두 사람을 정식으로 촬영한 사진을 배포하고 양측은 대리인을 내세워 짤막한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분위기를 언론과 공유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새누리당 대표의 '독대'가 그러했다.

하지만 여권 투톱의 이번 '차담' 회동은 여러모로 어색함과 어설픔만을 남겼다. 대통령실이 21일 공개한 "국민의힘 당 대표 면담" 꼭지의 사진 총 9장에는 두 사람의 회동 분위기가 담겨 있다. 최소한 '대통령실의 눈'으로 본 이번 회동의 '격'과 '정치적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첫째, 단 한장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오롯이 '투샷'으로 찍힌 사진이 없다.

많은 사진엔 두 사람 주변에 대통령 참모들이 어수선하게 산재해 있다. 공개한 사진 중 두 사람에게 포커스를 둔 사진은 두 장인데, 그조차도 윤 대통령에게 가려진 배경 인물의 얼굴 일부가 튀어 나와 있거나, 한 대표에 가려진 배경 인물의 옆모습 일부가 튀어 나와 있는 사진이다. 이건 '단 둘만 프레임에 존재하는 사진'을 일부러 외면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어색한 사진'을 굳이 골라서 '투샷'이라고 공개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투샷. 윤 대통령 뒤에 사람 얼굴 일부가 찍혀있다. ⓒ대통령실
▲역시 마찬가지로 한동훈 대표 뒤에 사람의 옆 얼굴 일부가 어색하게 찍혀 사진을 깔끔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실

둘째, '김건희 라인'으로 잘 알려진 이기정 의전비서관이 9장의 사진 중 2장에 등장한다.

심지어 그는 비서실장이나 경호처장은 물론이고 수석 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서관'인데 대통령과 한 대표의 사진에 '쓰리샷'으로 들어가 있다. 대체 이기정 비서관은 왜 대통령과 여당 대표 사진에 끼어 들어갔을까? 이 사진은 묘한 정치적 해석을 불러 일으킨다.

이기정 비서관은 대통령실에 입직할 때부터 '김건희 라인'으로 분류됐다. 이 비서관은 YTN 국장에 재직 중이던 2021년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조직위원회 조직위원으로 활동했는데, 당시 조직위원회에에 이름을 올린 14명의 위원들 중에는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팬클럽 회장 출신 강신업 변호사와 코바나컨텐츠 전무 출신 김량영 충남대 무용학과 겸임교수가 있다. 김량영 교수는 윤 대통령 취임 초기 김건희 전 대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을 예방할 때 민간인으로 동행해 논란을 불러 일으킨 인물이다.

지난 4월, 강신업 변호사는 이기정 비서관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용산 3간신"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호가호위하며 눈을 막고 귀를 가린다'는 사람이란 것이다. 4월 총선 참패 직후 '박영선 국무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설이 나오면서 여권이 발칵 뒤집혔던 때다. 대통령의 공식 라인과 다른 라인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진 여권의 엇박자 '정무 기획'의 배후로 의심받던 인물이 이기정 비서관이었다.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을 만나면서 대통령실의 '김건희 라인'을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김건희 라인'으로 알려진 비서관을 대통령과 당대표 사진에 끼워 넣어 '쓰리샷'으로 공개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친한계'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본다면 가장 흥분할 만한, 고약한 사진이라 볼 수 있겠다. 물론 한 대표가 이기정 비서관을 콕 찍어 '쇄신 대상'으로 말한 적은 없다.

▲정진석 비서실장의 오른쪽 뒤편에서 찍힌 이기정 의전비서관 ⓒ대통령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대화 사진에 등장한 이기정 의전비서관의 모습. 이 비서관은 대통령실 '입직' 때부터 '김건희 라인'으로 분류됐었다. ⓒ대통령실

셋째, 정진석 비서실장과 한 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고, 윤 대통령이 맞은 편에 앉아 두 팔을 쭉 펴서 책상 위에 얹어 놓은 사진.

지금 여권 내 서열 관계가 어떻다는 것을 과시하는 사진이다. 윤 대통령 앞에는 그 흔한 '펜과 메모지'조차 없다. '보스'의 말을 받아 적으려는 '부하들'의 느낌이다. 아니면 피의자와 그의 변호사가 공손하게 앉아 있는 앞에서 기세를 과시하는 검사의 모습 같기도 하다.

보통 '양자 회동'의 '배석자'라 하면 테이블의 끝에 앉거나, 테이블에서 벗어나 별도의 의자에 앉아 펜과 메모지를 든 사람을 떠올린다. 그게 일반적인 의전 프로토콜이다. 그런데 한 대표와 정 실장을 나란히 앉혀 두었다. 이것은 이 회동이 절대 '단독 회동'이 아님을 역설한다. 대통령이 '당대(국민의힘, 대통령실)' 투톱을 나란히 불러 앉혀 훈시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한 대표에 대한 존중심은 어디에서도 읽히지 않는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 속에서 한 대표는 '주인공'이 아니다. 한때는 '버디 무비'의 '형님, 동생'이었겠지만,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 속에서 한 대표는 대통령이 만나는 여러 사람 중에 하나, '원 오브 뎀'일 뿐이다. 대통령실의 '사진 고르는 취향'은 꽤 많은 것을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차담' 회동. 정진석 비서실장이 한 대표와 나란히 앉아 배석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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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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