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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대학생, '청바지와 통키타'에서 '취업사관학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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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학과 대학생, '청바지와 통키타'에서 '취업사관학교'까지 [민교협의 북토크] 강명숙, <대학과 대학생의 시대> 서해문집, 2018
1.이번 정부 들어서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30' '무학과 단일전공' 등과 같은 정책으로 대학은 다시 큰 혼란에 직면했다. 교육부가 대학의 체제 변화를 이룰 중요한 정책을 갑작스럽게 추진하자 대학 구성원의 토의와 협의는 이루어지기 어려웠고, 현장에는 정부의 명(命)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논의만 있었다. 정부의 지·산·학의 연대를 통해 지역 대학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글로컬 대학 사업과 학과 간 칸막이를 없애고 융합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무학과 단일전공의 목적은 현재 대학이 처한 위기와 이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 사업의 중심에는 대학이 산업의 변화를 뒷받침하고 선도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이 논리는 전혀 새롭지 않은 것이지만, 학령인구 감소라는 시대적 위기와 경제적 (불)이익이라는 현실 속에서 순식간에 대학가로 번져나갔다. 글로컬 대학 사업의 '5년간 천억'이란 말에 지역의 대학과 지자체의 합종연횡이 이루어졌지만, 글로컬 대학 사업을 위한 독립적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미 20년 전 도입되어 실패가 증명된 무학과 단일전공도, 20년 전과 전혀 바뀐 것 없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별다른 저항 없이 수용되었다. 그만큼 변화된 환경이 주는 위기감이 적지 않았던 까닭이다. 2000년대 이후 대학의 위기 담론은 반복해서 등장했으며 대학이 취업사관학교가 되었다는 자조도 이제는 익숙하다. 사립대에서는 주요 인문학 관련 학과가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별 노력을 하지 않으며 기초학문 보호만을 외치는 모습도 마뜩잖다. 지난 20여 년의 시간 동안 신자유주의는 대학 체제와 구성원의 습성을 뒤바꿔 놓았고, 그 속에서 대학(생)의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이를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대학은 완전히 취업사관학교가 되었으며 대학생들은 위계와 혐오의 시선이 교차하는 삶에서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대학과 대학생의 풍경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생겨난 것일까? 어쩌면 과거의 역사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2.강명숙의 <대학과 대학생의 시대>(서해문집, 2018)는 식민지 시대부터 1970년대까지를 통시적으로 살펴보며 시대적 국면마다 이루어진 대학 체제의 변동과 대학생 문화의 풍경을 다루고 있다. 대학 정책이 아니라 대학(생)의 문화를 살펴보겠다는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대학은 학생의 일상적 삶의 공간이다. 그리고 대학도 학교의 일종으로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므로 교육 정책에 따라 학교의 모습과 교육 행위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학교 정책과 교육 활동 그에 따른 학생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한 인간의 성장에 학교라는 근대적 제도가 갖는 규정력과 한국인의 심리 문화적인 특성을 부각하고, 한국의 학교문화, 근대문화, 대학문화를 음각하고자 한다. (11쪽) 인용문에서 저자는 교육 정책의 변화보다는 정책이 만든 학교의 풍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대학생, 혹은 대학 문화를 대하는 한국인의 심리와 문화에 초점을 두고 책을 기술하려는 목적을 드러냈다. 이는 다시 대학 제도와 교수, 대학생 등 대학 구성원이 결합하고 어긋나는 지점에 대한 탐색과 이러한 대학의 풍경을 바라보는 대학 바깥의 한국인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요컨대 이 책은 국가의 대학 정책이 만든 대학가의 풍경과 바로 그 풍경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을 교차하며 서술된 것이다. 이는 식민지 시기부터 1970년대까지 이어지는 본론의 서술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식민지, 미군정기, 1950년대, 1960년대, 1970년대를 각각 다룬 본론은 시기별 대학 정책의 변화와 이에 따른 대학 문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령 1950년대 대학(생)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 시선은 1960년대에 대학이 혁명의 진원지가 되며 뒤바뀌고, 다시 1970년대에 대학이 정권의 통제에 들어서는 일련의 과정은 특혜의 상징인 전시 학생증(1950년대), 대폿집과 다방(1960년대), 통기타와 청바지(1970년대) 등과 같은 대학 문화와 연동되어 서술되고 있다. 이러한 서술 전략 속에서 지금-이곳의 문제의식과 연결 지어서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크게 세 가지 맥락이다. 첫 번째는 대학 위계화의 기원으로서 식민지 대학 시스템이다. 식민지 시기 교육 정책은 학문의 전당을 자처하는 대학과 전문직업 교육기관인 전문학교가 "이원적이면서 동시에 위계적으로 서열을 이루는 이원적 고등교육 구조"(28쪽)로 구성되었다. 전문학교는 다시 일본인 위주의 관립전문학교와 조선인 위주의 사립전문학교로 구분되어, 대학-관립전문학교-사립전문학교 순의 서열 구조가 완성되었다. 더불어 경성제대 입학자 수 순으로 중등학교 서열이 매겨진 사실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해방 이후 현재까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대학의 위계 서열화와 이에 연동된 중·고등학교의 문제는 식민지 시기 제국 일본의 대학 정책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는 식민지 시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대학생의 취업 문제가 반복되었다는 사실이다. 식민지 시기 경성제대 조선인 학생들에 대한 차별은 취업 과정에서 일본인 학생에 비해 진로 범위가 한정되는 등 두드러졌고, 식민지 말기로 갈수록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하는 조선인 학생의 수가 증가했다. 해방 직후에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해방 후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고등 인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현실은 냉혹했다. 인문사회 계통의 취업은 특히 어려웠다."(107쪽) 세 번째는 대학 운영자가 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태도이다. 해방기 교육 기회 확대를 이유로 청강생이 급증하며 교육 환경은 열악해졌지만, 대학은 과도한 등록금을 책정하여 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되었다. 1960년대 국가 주도의 대학 정비 사업은 사립대학/국립대학의 지원 방식 차이와 교수 통제의 기틀이 되었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립대학은 "사기업과 같은 지배 구조로 운영이 가능"(190쪽)해졌으며, 이를 이용하여 1960년대에는 많은 사립대학이 정원 외 초과 학생을 기부금을 받고 입학시켰다. 1960년대 내내 대학은 등록금을 과도하게 인상하고 학위 장사를 하며 수익 창출을 이루었다. 3.이 책의 시기별 대학(생) 문화와 대학(생)에 대한 한국인의 시선에 초점을 둔다는 문제의식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맥락의 기원을 드러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대학의 위계 서열화, 대학생의 취업 문제, 사유화된 사립대학 문제는 지난 백 년의 시간 동안 국가 권력과 대학의 공모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 속에서 대학생은 사회와 대학의 변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 책이 조망하고 있는 다양한 대학생 문화를 통해 드러나듯 많은 경우 그것은 자조와 한탄이 섞인 것이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한 중요한 동력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늘도 그렇지만 언제나 대학생은 국가 권력과 대학 운영자가 만든 대학 시스템에 적응해서 살기 바쁘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 서열화의 논리를 체득한 학생들이 이른바 명문대에 입학할 때 가질 법한 우월의식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동시에 대학이란 제도에 완벽히 포섭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가령 식민지 시기 경성제대의 조선인 학생들은 특권의식을 가졌지만 동시에 <문우>,<신흥>과 같은 잡지를 발간하고 마르크시즘을 무기로 식민지 통치의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 경성제대의 학풍을 넘어서려 시도하기도 했다. 서두에서 언급한바 학령인구 감소라는 상황이 반복되는 대학 위기론을 더욱 심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학가에 떠돌고 있는 "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는 불안감은 지역 대학이 글로컬 대학 사업에 뛰어드는 결정적 이유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방향성은 문제를 조금도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학의 위계 서열화, 시장의 논리에 완전히 포섭된 사립대학 운영 등과 같은 근본적 문제는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대학과 대학생의 시대>가 보여주는 바처럼 한국 대학의 역사와 맞먹을 만큼 오래된 것이며, 이는 곧 해결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떤 변화를 위해서는 결국 다시, 사람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대학생은 4·19를 계기로 사회문화적 주체로서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나, 대학은 정원 초과 모집, 사학 비리 등으로 비판받았다. 하지만 "늘어난 고등교육 기회를 바탕으로 양적 성장을 보인 대학생은 대학문화, 청춘문화라는 독특한 하위문화를 형성하며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311쪽) 신자유주의가 대학에 본격적으로 이식된 2000년대 이후 대학생의 사회적 영향력은 급속도로 약해졌지만, 이후에도 대학생과 교수·연구자, 그리고 시민의 연대는 꾸준히 이루어졌다. 과거에 비해 약해진 연결고리를 어떻게 다시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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