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일베' 통해 얻은 '쓰라린 진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일베' 통해 얻은 '쓰라린 진실' [해림 한정선의 천일우화(千一寓話)] <19> 개구리의 꼬리
'본래 개구리한테 꼬리가 없었다'는 말이 숲속에 나돌았다. 도마뱀이 최초로 뱉은 이 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숲 전체로 퍼져나갔다. 소문은 동물들의 입을 타면서 이런저런 말들이 보태졌고, 숲은 개구리의 꼬리 찾기로 한바탕 떠들썩했다. 늙은 자라와 뱀이 '개구리의 꼬리는 분명히 있었다'고 밝혔지만 이 말을 수긍하지 않는 동물들이 있었다. 개구리는 이 소란이 어처구니없다며 침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마뱀이 길 가는 개구리를 불러 세우고 물었다.

"너한테 꼬리가 있었다는 게 사실이니?"
"그래.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야."

개구리는 도마뱀과 얼굴을 마주 보고 말하기 싫다는 듯 시큰둥하게 대답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럼, 끊어졌다는 네 꼬리 도막을 보여줘."

도마뱀이 개구리의 앞길을 막아섰다. 개구리는 답답해 미치겠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자라면서 내 꼬리는 저절로 없어진 거야. 그걸 어떻게 보여줄 수 있겠니?"

화를 꾹 눌러 참는 개구리의 볼이 볼록거렸다.

"이게 내 꼬리뼈 흔적이야. 만져봐."

개구리가 엉덩이를 돌리며 발 한쪽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걸 믿으란 말이야? 진짜 꼬리를 내놔봐!"

도마뱀의 말에 개구리는 가슴을 쿵쿵 쳤다.

"좋아, 확실한 걸 보여줄게."

개구리는 도마뱀을 웅덩이로 데려갔다. 웅덩이 속에 올챙이들이 꼬무락대고 있었다. 개구리는 올챙이들의 꼬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내 꼬리였어."
"저건 물고기 새끼들이잖아."

도마뱀이 꽥 소리를 질렀다.

ⓒ한정선

5.18역사왜곡대책위원회가 <채널A>와 <TV조선>, 그리고 일베를 중심으로 한 누리꾼들을 지난 7일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유언비어에 가까운 방송을 하고 '수산 시장에 진열된 홍어', '홈쇼핑 택배' 등으로 5.18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비극을 희화화하는 글로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을 주었다는 혐의입니다. 특히 일베의 글들은 그대로 방치하기에는 위험한 혐오·증오 범죄 수준입니다.

이런 부류들에게 역사적 진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애초부터 이들의 주장은 진실에 근거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진실을 알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합리적 증거를 보여주어도 믿지 않고 개구리를 끊임없이 공격하는 도마뱀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일베를 통해 쓰라린 진실 하나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진실은 스스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과 화석화된 역사적 진실은 감흥이 없는 나신(裸身)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 스스로 진실을 파헤쳐 밝혀야 하고, 역사를 단순한 고고학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부단히 새롭게 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