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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의 미투, '괴물'의 탄생을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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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계의 미투, '괴물'의 탄생을 막으려면... [기고] 정서적 성숙의 문화공간 확충을 제안합니다
지금으로부터 87년 전인 1932년 7월이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프로이트에게 편지를 씁니다. <왜 전쟁인가?>(Why war?) 인류가 전쟁의 위협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무엇이겠냐고, 왜 우리의 노력은 실패로 계속 끝나는지. 특히 인간의 어두운 감정에 대해서 궁금하다고 말입니다. 동시에 본인이 생각했던 간단한 방식을 고백합니다. 국제 사회의 동의를 얻어 국가들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갈등을 해결할 입법/사법 기구를 설립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또 그 한계를 고백합니다. 인간이 만든 제도의 한계와 편향된 판결을 내리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요.

우리도 지금 똑같은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계의 미투가 연일 터지고 있습니다. 육체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강한 선수가 어렵게 깃발을 올리고, 그 깃발을 보고 다른 선수가 다시 또 하나의 깃발을 올리고, 그것을 보고 국민들이 깃발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와 조직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다시 대책이 나옵니다. 신고, 보호, 처벌. 근데 우리 모두 압니다. 기존에도 신고제도가 있었고, 피해자를 보호해왔고, 가해자를 처벌해왔습니다. 더 신고를 잘하면, 더 잘 보호하고, 더 잘 처벌하면 될까요? 그리고 우리 모두 더 열렬히 용감한 선수들을 응원하면 될까요? 다시 링 밖에서 우리 모두는 응원합니다. 경기 때처럼. 힘내라고.

두 달 후 프로이트는 답장을 씁니다. 인간의 공격성을 제거하는 것은 환상이며, 정의로움을 구현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 될 수 있으며, 문화적 변화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 과정은 좀 복잡하니 요즘 뜨거운 스포츠계의 미투 언어로 변환시켜 볼까요? 인간의 어두운 감정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감정이 숨겨질 수 있다고 여겨질 때, 즉 잠재적 피해자가 다른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어두운 감정은 엄청난 괴력을 가진 폭력으로 불타오릅니다. 우리 모두 잠재적 가해자이며, 실재적 가해자로 변하는 것은 금방입니다. 즉 인간의 감정 중 어두운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더 쉽게 발현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신고, 감시, 처벌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이 단절된 곳에서만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다른 사람한테 폭력의 상황을 전달할 수 있는 바늘구멍같은 소통의 구멍만 보여도 어두운 감정은 다른 식으로 발현됩니다. 대상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범죄로, 파렴치한으로, 괴물로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누구도 괴물이 될 수 있습니다. 폐쇄적 구조에서 오는 한계는 구조 자체를 깰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단지 작은 숨구멍 하나만 뚫어도 됩니다. 심리적인 소통은 제도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정서적 성숙의 문화공간을 확장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후 해결의 관점이 아니라, 몸의 근육을 키우듯,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것입니다. 훈련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선수촌에 마음의 근육도 함께 키울 수 있는 정서적 성숙의 공간들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운동 말고, 공부 말고, 부모 말고도 운동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심리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곳곳에 존재한다는 상상을 해봅시다. 권리를 지키는 체계가 아니라, 정서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공간 말입니다. 정서적인 문제는 지식의, 감시의, 처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는 예비가해자가 실재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상대가 외부와 소통하는 구조가 숨구멍처럼 문화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만 해도, 어두운 감정은 무분별하게 나오지 못합니다. 그들은, 우리는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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