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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의 '만주국 환상곡'이 애국가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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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의 '만주국 환상곡'이 애국가로 둔갑? [프레시안 books] 이해영의 <안익태 케이스>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가 친일 뿐 아니라 나치 독일을 위해서도 활동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최근 안익태의 유럽 활동을 분석해 이 같은 주장을 제기하는 책 <안익태 케이스-국가 상징에 관한 한 연구>(이해영 지음, 삼인 펴냄)를 냈다.

평양에서 태어난 안익태(1906-1965)는 당대에는 드물게 1921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뒤 미국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유럽까지 진출한 서양 음악가다. 현 애국가는 안익태가 작곡한 '한국 환상곡' 4악장의 일부다.

안익태는 애국가의 작곡가로 문화훈장 대통령장을 받고 국립묘지에 묻혔으나, 2000년에 발굴된 그의 베를린필 지휘 영상이 만주국 축전 음악회 실황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각종 자료를 통해 그가 일제에 부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되기도 했다.

"에키타이 안은 일제의 '스페셜 에이전트' 가능성 높다"

안익태는 유럽에서 '에키타이 안'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저자는 에키타이 안과 1938년부터 1945년까지 주베를린 만주국 공사관 참사관을 지낸 에하라 고이치(江原綱一, 1896∼1969)의 관계에 주목한다. 저자는 독일의 한국학자 프랑크 호프만이 발굴한 미 육군 유럽사령부 정보국 문건에서 "에하라는 주독 일본 정보기관의 총책이었다. 그는 주폴란드 정보기관과 공동 작전을 수행했다"고 명시한 것을 근거로, 에하라 고이치가 일본 정보기관의 독일 총책이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이런 에하라 집에 안익태가 함께 살았다.

"만일 에하라 고이치가 일제의 유럽 첩보망 독일 지부 총책이 분명하다면, 그의 집에 에키타이 안이 빠르면 1941년 말부터 1944년 4월초까지 거의 2년 반 가까이 기식했다는 사실은 저 심증을 강화하는 요소임이 분명하다. (...) 에키타이 안의 활동이 에하라 고이치에게 제공한 것은 간단히 무시할 수 있는 첩보 따위와는 비교하기 힘들다. 대일본제국과 나치 독일의 고급 나팔수로서 그의 가치는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도 에키타이 안은 에하라 고이치에게 그가 기대하는 대일본제국과 나치 독일의 고급 프로파간디스트로서 용역을 제공한 것은 분명하고, 그 대가로 여전히 그 전모를 알 수 없는 수많은 편익을 수수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 작전 직전, 그의 스페인 도주는 마찬가지 일제의 유럽 첩보망과의 연관에서 보자면 어쩌면 그 자체로 잘 준비되고 기획된 일일지도 모른다."(p53-55)

<만주국 환상곡>에서 <한국 환상곡>으로 둔갑?

안익태가 일제의 '스페셜 에이전트'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못지 않게 충격적인 의혹은 현재 애국가로 불려지고 있는 노래가 어쩌면 일제의 만주국 건국을 축하하기 위한 노래의 일종의 '자기 표절'일 수도 있다는 의혹이다.

안익태는 1942년 만주국 건국 10주년 경축 음악회를 위해 만주에서 유행하는 선율들을 활용하여 <만주국 환상곡>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1944년 파리 해방을 앞두고 스페인으로 도주하면서 이 악보를 폐기했고, 1938년 더블린 판을 개작하여 새롭게 1944년 판 <한국 환상곡>을 냈다. 저자는 안익태가 <만주국 환상곡>을 1944년 폐기하고, 이를 변주해 1944년 판 <한국 환상곡>이 탄생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그는 연구자 노동은이 독일연방문서보관소본 <만주국> 7분짜리 동영상을 제공받아 이를 채보한 뒤, 현행 안익태 기념사업회판 <한국 환상곡>과 비교한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 결과 첫째, <한국 환상곡> 482마디 이하 곧 "화려한 강산-/한반도/ 나의 사랑 한반도/ 너희 뿐일세, 무궁화 삼-천리/ 나의 한반도/ 영광의 태극기-/길이 빛나라"와 <만주 환상곡> 중 피날레의 여성 합창파트가 일치함을 확인했다. (...)둘째, <한국 환상곡 509마디 이하, "무궁화/삼천리-/나의 사랑/아, 영광의/태극기/길이/빛나라" 부분 역시 <만주 환상곡의 두번째 합창 파트와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p103-104)

저자는 이런 근거를 제시하며 "'비애국적' 애국가는 그 자체로 하나의 형용모순"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사안의 공론화를 통해 '국가 제정 위원회'를 시민 사회와 협동해서 구성, 널리 가사와 곡을 시민에게 묻는 것, 즉 공모형 국가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본격 제기된 '애국가 스캔들'에 대해 한국 사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안익태 케이스-국가 상징에 관한 한 연구>, 이해영 지음, 삼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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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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