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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문재인 정부의 통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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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문재인 정부의 통치를 생각한다 [남재희 특별기고-문재인 정부 중간 평가] 북핵 협상의 결실은 임기 후에나 볼 듯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반이 좀 넘었지만, 5년 임기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의 기간을 지난 것 같다. 정부 초기의 자리 잡기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의 후반기는 전반기에 비하여 큰일을 하지 못한 채 지난날의 뒷 수습에 급급하며 지내기가 일쑤이다. 따라서 지금 문재인 정부의 치적을 평가해도 좋은 시점이라고 하겠다. 우선 필자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본적인 느낌을 말해둔다면, 문재인 대통령 개인이 항상 서민을 생각하는 매우 선량한 인간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기에 전체적으로 호감을 갖고 관찰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야겠다. 이 기본적인 느낌이 평가에 있어서 다른 어떤 논리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4일 2019년 첫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우선 남북관계에 관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가장 전면에 떠오른다. 전 세계적인 국제 정세의 변화나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에 있어서의 정세 변화의 추세에 비춰볼 때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겠다. 다만, 그 변화의 시간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이견이 있는 것이다. 6.25 한국전쟁 때 휴전 협정이 제의된 후 체결되기까지 장장 3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되었다. "북한을 석기시대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정도의 위력을 가진 미공군에 의한 폭격이 계속되고 있는 참혹한 상황에서도 장장 3년이라는 긴 기간을 밀고 당기며 흥정을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핵무기에 관한 협상은 북한에 대한 혹독한 경제제재가 있기는 하지만, 전쟁 당시의 폭격에 비하면 덜 심각한 일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길게 잡으면 휴전 협정 3년의 배 정도의 기간까지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지금 하는 일을 보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무슨 협상 타결의 과실이 돌아올 것처럼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어 걱정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다만, 전파 매체의 시대에 핵 협상이 조속히 진전되어 합의를 이루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지금 경제가 여러가지로 어렵다. 그것은 정부의 책임만으로 돌릴 일만은 아니다.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 초기에 정부 주도 경제는 끝이 나고 민간 주도 경제로 이행된 것이다. 지금 경제를 정부 주도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어디까지나 경제는 민간 주도로 되는 것이고, 정부의 역할은 그 뒷받침을 하는데 있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인식을 새로이 할 때 우리의 경제에 관한 판단은 달라질 것이다. 크게는 국제 경제의 추세가 있고, 그 밑에 국내 경제의 변동이 있는 것이며 정부는 다만 3차적으로 돕는 역할만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의 기본 방향은 서민 경제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최저임금의 인상 폭이 약간 너무 높았다고는 여겨지기도 한다.

최근 한일 간의 갈등을 놓고 어느 국내 야당 지도자가 우리 외교의 축이 한·미·일에서 한·중·북한의 축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의 갈등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크게 잘못된 판단으로 비외교적인 언사라고 생각한다. 국제정치의 대세를 장기적으로 전망하여 볼 때 판세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은 몇십 년 단위, 50년 또는 100년 단위의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야당 지도자의 말은 너무 성급하고도 미국의 위력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 혁명시대가 아닌 비혁명시대의 국제 정치의 변화는 미터(m)나 킬로미터(km)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밀리미터(mm)나 센티미터(cm)로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것을 빙하가 움직이는 것과 같이 알게 모르게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움직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러한 빙하의 움직임에 둔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반세기 또는 세기적인 단위로 볼 때도 미국의 영향력은 지대할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줄 안다. 그러한 거시적인 안목에서 한일관계는 얼마간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과거 정권의 적폐청산을 놓고서도 논란이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한 전직 대법원장까지도 구속되어 재판이 계속되는 대규모의 적폐청산 작업이다. 촛불혁명이 100퍼센트의 혁명은 아니지만, 혁명에 준하는 대변혁이라고 볼 때 그러한 적폐청산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4.19혁명 후 수립된 장면 총리의 민주당 정권은 "혁명적 사태를 비혁명적 방법으로 수습한다"는 허정 과정수반의 방침을 따라 혁명적 상황을 비혁명적/평상적 방법으로 대응하였기에 혁명적 격랑에 밀려 전복되고 말았다고 할 것이다. 그때 있은 군사 쿠데타는 그러한 돌출 사태다. 따라서 혁명적 상황에는 혁명적 또는 준혁명적 대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 되었다. 그러한 역사적 안목에서 볼 때 이제까지의 문재인 정부 하의 적폐청산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어떤 면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이제는 확장이 아니라 수습의 단계로 들어서야 할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광주형 일자리 합의가 요즘 화제가 되었다. 경제각료를 지낸 광주시장의 새로운, 대담한 실험 같은데, 아무래도 어설픈 가건축물 같다. 특히 정상을 벗어난 노사관계의 합의는 지속성이 문제일 뿐만 아니라 더군다나 확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거대 야당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권후보 지망생들의 경합이 눈에 띄고 있다. 여당인 집권당 안에서도 앞으로의 대권주자 이야기가 슬슬 화제로 되고 있다. 여기에 노파심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이 여당의 대권후보 경합에 개입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는 것이다. 대권후보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후보가 되는 것이지, 섣불리 대통령이 개입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이다.


▲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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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희
언론인 출신으로 김영삼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다. '비판적 보수주의자'로 불리며 이념을 떠나 보수와 진보 양쪽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원로 지식인이다. 프레시안에 연재한 기고를 바탕으로 <언론·정치 풍속사>를 냈고 이후 대담, 연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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