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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주기에 한국당 '막말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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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주기에 한국당 '막말 릴레이' 차명진 "유가족들 징하게 해쳐먹는다", 정진석 "징글징글하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은 16일, 자유한국당 일부 정치인들이 유가족 등에 대한 막말을 쏟아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전날 세월호 유가족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등을 세월호 참사 책임자로 지목한 데 대한 반발성 공세로 보인다.

한국당 경기 부천소사 당협위원장인 차명진 전 의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처먹는다"고 유가족을 비난했다. "자식 팔아 내 생계 챙긴 것"이라고도 했다.

차 전 의원은 "개인당 10억 보상금 받아 이걸로 이 나라 학생들 안전사고 대비용 기부를 했다는 얘기 못 들었다. 귀하디 귀한 사회적 눈물 비용을 개인용으로 다 쌈싸먹었다"거나 "이 자들의 욕망이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박근혜·황교안에게 자식들 죽음에 대한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차 전 의원이 글에서 스스로 언급했듯, 그의 돌연한 '막말 공세'의 배경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참사 책임자로 지목한 데 대한 반발이다. 유가족들이 주장한 책임자 명단에는 당시 내각의 일원이었던 황교안 현 한국당 대표(당시 법무장관)도 있다.

차 전 의원은 "상식인이라면 '내 탓이오' 할 텐데 이 자들은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좌빨'들한테 세뇌당해서 그런지 전혀 상관없는 남 탓으로 돌려 자기 죄의식을 덜어버리려는 마녀사냥 기법을 발휘하고 있다"며 "정 의심스런 것 있으면 당신들이 '기레기'들 꽉 잡고 있으니 만천하에 폭로하라. 대신에 조사해서 사실무근이면 지구를 떠나라. 지겹다"고 했다.

차 전 의원은 논란이 일자 해당 게시물을 현재 삭제하고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깊이 사과드린다"며 "반성하는 의미에서 페이스북과 방송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는 "황 대표와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책임자로 고발당했다는 뉴스를 보고 흥분한 나머지 감정적인 언어로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했다"고 했다.

차 전 의원은 다만 사과 글에서도 "가족들 아픈 상처가 저로 인해 도졌다는 생각에 괴롭고 송구스럽다"면서도 "세월호 희생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거 같아서 순간적인 격분을 못 참았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18대 국회의원 재직 시절인 2010년 여름 '최저생계비는 1일 6300원 이면 충분하다'는 주장을 입증하겠다며 '쪽방 체험'을 하고 "이 정도면 황제의 식사가 부럽지 않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국당 5선 의원이며 탄핵 사태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정진석 의원도 논란에 가세했다. 정 의원은 16일 아침 "오늘 아침 받은 메시지"라며 "세월호 좀 그만 우려먹으라고 하세요"라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정 의원이 '받은 메시지'라며 게시한 글의 내용은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것", "이제 징글징글하다" 등이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어 자신이 '국회를 빛낸 바른 정치언어 상(賞)'의 '품격언어상'을 같은날 오후 수상한다고 밝혀 묘한 대조를 자아냈다.

한국당 일각의 이같은 막말 공세는 정치권 전반의 분위기와 온도차가 있다. 한국당 지도부만 해도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시작하기 전 모두 기립·묵념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렸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잊지 않았다. 그날의 아픔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 말씀을 드린다"는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

다만 한국당은 과거 새누리당 시절인 2015년 초에는 세월호특별조사위를 "세금 도둑"(김재원 당시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이라거나 "수백억의 국민 세금을 낭비할 작정인 듯하다"(김현숙 당시 원내대변인)고 비난했으며, 2016년 총선에서는 세월호 유족들에 대해 "'시체 장사'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다른 사고 유족은) 국가에 대해 보상을 바라지도 않았고 그런 비겁하고 거지 근성은 생각지도 않고 넘어갔다"고 막말을 한 김순례 의원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한 바 있었다. 김 의원은 현재 '5.18 막말 논란'으로 징계 심의를 앞둔 인물이다.

정치권에서는 차 전 의원의 막말에 대해 비판이 나왔다. 원내4당인 민주평화당은 홍성문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폭언을 쏟아냈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이처럼 몰상식한 폭언을 쏟아낼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세월호 참사를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반사회성 인격장애 '소시오패스'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비난하고 "망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계 은퇴를 선언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도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가란 의심이 들 정도"라면서도 "악의가 너무도 지독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지옥에서조차 반기지 않을 악행"이라고 비난했다. 김 부대변인은 "문제는 차 전 의원과 같은 생각을 갖고 행동하는 이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진석 의원이 또 차 전 의원과 다르지 않은 수준의 막말을 게시했다"며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벌레가 들끓는 것이다. 대한민국 현실이 너무도 개탄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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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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