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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조기교육, 얻음은 하나고 잃음은 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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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영어 조기교육, 얻음은 하나고 잃음은 백인데 [학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8> 3. 영어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고?
초등학교 1, 2학년 학교 방과 후 영어수업 실시가 어렵게 되자
학부모들이 부랴부랴 사교육 시장을 알아보느라 분주하고
또 사교육비를 걱정한다는 뉴스를 만났다.
영어 조기교육, 왜 하지 못해 안달인가?
정말 필요한가?
하지 않아야 옳다고 생각하는데.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영어가 중요한 공부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영어 조기교육은 절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먼저 밝힌다.
영어 조기교육에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얻을 것만 생각하고 잃는 것을 생각하지 못함은
인간들이 저지르기 쉬운 가장 흔한 어리석음인데
영어 조기교육은,
천원 싸게 살 수 있다는 이유로 2천원이라는 버스 요금과
2시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소비해버리는 어리석음이다.
모든 선수가 공격에 나서서 3골을 넣긴 하였지만
30골을 잃어버린 축구경기와 같은 어리석음이다.
영어 조금 배우겠다고 놀지 못하고 쉬지 못하고 스트레스 받고,
돈 낭비하고, 사고력 창의력 추리상상력 기를 시간 갖지 못하고
감정싸움 벌이고, 책 읽지 못하고, 가족사랑 나누지 못하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인 것 분명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가짜 뉴스가 많은데
외국어 공부는 빠를수록 좋다는 말 역시 확실한 가짜 뉴스다.
현재 5, 60대의 영문학자들 외교관들 영어선생님들 대부분
중학생이 되어 a,b,c 배우기 시작하였음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고
손흥민 정현 박지성 박찬호 선수 등이
운동 실력 쌓은 다음, 해외에 진출하여 영어 배웠겠지만
영어 인터뷰 유창하게 잘한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외국어 공부는 빠를수록 좋다는 말은 확실한 가짜 뉴스다.
다른 공부나 기술도 마찬가지이지만 영어 공부 역시
세상 이치를 알고 필요성을 느낀 다음에 배워야 효율이 높다.
이해력 갖추어지고 필요성 느꼈을 때에
쉽고 빠르고 즐겁게 배울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영어 잘해서 나쁠 리 없다는 것 분명하다.
문제는, 영어 공부 때문에,
영어 공부에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겨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다는 점,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영어만 잘해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고
삶의 질이 높아지거나 더 많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반드시 알아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든 영어 실력 부족할지라도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 갖추면 박수 받을 수 있지만
영어 실력만으로 박수 받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까지 알아야 한다.
영어만 잘하는 것은 의미 없다는 말이다.

영어 조기교육을 반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고력 저하다.
영어 단어를 암기하고 문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 투자가 필요한데, 그러다 보면
독서를 못하게 되고,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되며,
친구 선배 부모들과 대화하는 시간 가질 수 없게 되어
사고력을 향상시킬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
시간은 무한 자원이 아닌 한정된 자원인데
영어 실력 조금 키우겠다는 욕심으로 영어 공부에 시간을 쏟아버리면
사고력 창의력 키울 시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얻는 것만 보지 말고 잃는 것도 볼 수 있어야 현명함이다.

옛 어른들은 문리(文理)가 터져야 공부 잘할 수 있다 하였는데
문리는 글의 뜻이나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힘이다.
문리(文理) 터짐은 나이에 비례한다.
초등학생의 영어 공부를 손으로 땅파기라 하면
중학생 때의 공부는 삽으로 땅파기이고
대학생 때의 공부는 굴삭기로 땅파기라 할 수 있다.
대학 입학 후에 배우기 시작한 독일어 중국어를
2, 3년 만에 잘 구사하는 독일어과 중국어과에 대학생들을 보거나
한국에 온 지 2, 3년인데 한국말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들을 보면
확인 가능하지 아니한가?

스페인 여행 중 만난 가이드는
스페인어 실력 쌓은 후 스페인에 와서 여행가이드 한 것 아니라,
26살 때에 스페인어 한 마디도 못하는 상태로 스페인에 와서
스페인어 3, 4개월 배우고 여행가이드 하기 시작했다 하였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인 것처럼 필요가 공부의 어머니이다.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이
영어를 배운답시고 책상 앞에 앉아있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얼마나 공부가 밉겠는가?
부모는 부모대로 사교육비 때문에 또 얼마나 괴로운가?
또, 전국 학원에 있는 원어민들에게 지급되는 돈은
국가 경제에 얼마나 큰 부담인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아니, 해서는 안 되는 일,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큰일을 하느라 힘들어하는 아이들, 학부모들이
많이 안쓰럽다.
남들이 장에 간다고 지게 지고 따라가지 말아야 하고
모두가 '예'한다 할지라도, 아니라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아니오'를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영어 조기교육,
알고 보면 참으로 소가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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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호
자기 주도 학습과 한자 공부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 <프레시안>에 '학원 절대로 가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했다. <공부가 뭐라고>, <자기 주도 학습이 1등급을 만든다> 등의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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