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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올리려는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의 충돌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26일 새벽 4시까지 이어진 격렬한 전면전의 여파로 아침까지는 잠시 소강상태를 맞았지만, 오전부터 다시 국회 곳곳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의회 쿠데타와 폭거에 맞설 수밖에 없다"며 "오늘도 모든 수단을 통해 온몸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겠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쇠지렛대(일명 빠루)를 들고 나와 "민주당이 준비한 것인지, 국회 방호과에서 가져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제 우리가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 회의실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여는데까지만 성공했다.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새벽 2시 40분 경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 등 3 건의 법안이 팩스와 이메일로 제출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회의를 개의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 6명만 참석해 안건 처리는 보류됐다. 패스트트랙 지정은 사개특위 재적위원 18명 가운데 5분의 3인 11명이 참석해야 가능하다. 이에 이 위원장은 개의 40여분 만에 "원만한 회의 진행과 무기명 투표 준비를 위해 정회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예정된 행정안전위 회의실 앞에선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의당 소속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대립하기도 했다. 전날 저녁 9시 30분으로 소집된 정개특위 회의 참석차 도착한 심 위원장이 한국당 의원들에게 비켜달라고 요구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은 아랑곳없었다.

나 원내대표는 심 위원장을 향해 "민주당 2중대 하지 말라"며 "이렇게 국회를 운영해도 되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심 위원장도 "보좌진들 앞세우고 뒤에서 뭐하냐"며 "무법천지를 만든 나 원내대표는 나오라. 국회선진화법은 한국당이 만든 법"이라고 맞받는 등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회의장 봉쇄가 국회선진화법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을 경고했다. 이해찬 대표는 26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한국당이 광기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상이 아니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른 처벌보다 선진화법에 따른 처벌이 더 무겁다"고 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 지금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가능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오전 중에 고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오늘 여야 4당이 합의한 신속처리법안에 대한 지정을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실력 행사와 바른미래당의 내분 사태까지 악화일로여서 이날도 국회는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대립 속에 정상적인 회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 매우 불투명하다.

의안과가 봉쇄된 탓에 법안 제출을 둘러싼 절차적 논란이 말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다. 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24일 제출됐고, 공수처 설치법안도 25일 팩스를 통해 접수돼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2건으로 이뤄진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 중 검찰청법 개정안도 지난해 11월 발의돼 문제가 없다.

다만 나머지 한 건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접수되지 못한 상태다. 팩스로 전송된 형소법 개정안이 들어오는 도중에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 중이던 한국당 관계자들이 문건과 팩스를 파기해 제출이 완료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메일로도 제출했지만, 한국당 관계자들이 직원들의 컴퓨터 사용을 저지해 제출 여부를 최종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선거법 개정안을 다루는 정개특위는 개의만 되면 법안 처리에 절차적 문제가 없지만, 검경 수사권조정안을 다루는 사개특위는 법안 제출 여부가 애매해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팩스 파손과 업무방해 때문에 가로막혀있을 뿐, 해당 법안들이 접수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의안과에 1차 저지선을 친 한국당은 법안 제출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