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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만 해서는 공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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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만 해서는 공부 안 된다 [학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19> 1. 스스로 탐구하고 익혀야 알게 되는데
배우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많이 배우면 많이 알게 되고
잘 배우면 잘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닌데. 절대 아닌 것 분명한데.
같은 교실에서
같은 시간동안
같은 선생님에게
같은 내용을 배웠지만
각각의 실력에 차이가 있음을 모르는 사람 없을 터인데.

공부의 또 다른 말은 학습이고
'배울 학(學)' '익힐 습(習)'의 학습은 배우고 익히는 일이다.
배우는 일만 공부인 것 아니고 익히는 일도 공부인 것이다.
배워서 알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라
배운 다음에 탐구하고 익히고 또 익혀야만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으로 실력을 쌓고 싶다면
배우기에 힘쓰는 것보다 탐구하고 익히는데 힘써야 한다.
배움이 필요 없다는 말 절대 아니다.
배워야 한다. 배우는 일은 필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배움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익히는 데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해야 제대로 알 수 있게 된다.
먹기만 할 뿐 소화시키려 하지 않는 것이 어리석음인 것처럼
배우기만 할뿐 익히는 시간을 갖지 않는 것 역시 어리석음이다.
아이들의 건강이
무엇을 먹었느냐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소화 능력이 있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실력 역시 배우는 것의 많고 적음에 의해 결정되는 것 아니라
얼마나 탐구하고 익혔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공부 잘 하고 있지?"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공부하느라 애쓴다."가 인사말이 된지 오래다.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공부하기 위해서인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고
자녀 공부시키는 일이 삶의 목표인 사람도 많다.
그런데, 공부를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공부가 무엇인지 알려 하지 않고
'공부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관심 가지지 않는다.
이상하지 않은가?
전주 가겠다면서 영동고속도로 달리고 있음은 이상한 일 아닌가?
그냥 '공부'다.
생각 없이 '공부'다.
그냥 '열심히'다.
앞 뒤 옆 살펴보지 않고
'잘 배우고 많이 배우면 성적은 향상된다'를 정답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인터넷에서
열심히 재미있게 하는 선생님의 강의 열심히 많이 듣기만 하면
실력은 저절로 쌓일 것이라 생각한다.
절대 아닌데
배움이 공부인 것 아니고
배운 다음에 반복해서 익히는 것이 공부인데.

한 시간 배우면 최소 2~3시간 익혀야 한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직접 배워야만 '배움'인 것 아니고
책을 통해 배우는 것도 '배움'이다. 아니,
선생님보다 오히려 책에서 배우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더 많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고
여유 가지고 곱씹어 볼 수 있기 때문이며
알 수 있게 될 때까지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고
스스로 테스트해봄으로
아는 것 모르는 것 확인하고 구별할 수 있어
부족함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익힘이 중요한 것은 공부에서 뿐 아니다.
운동 잘하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 익혀야 하고,
그림 잘 그리기 위해서도 반복해서 연습해야 하며,
악기 연주 잘하기 위해서도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한다.
실력자들의 공통점은 익히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는 점이다.
익히는데 시간 투자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다.
노래 잘 하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라.
많이 들었기에 잘하게 되었는지? 많이 불렀기에 잘하게 되었는지?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머리 쥐나게 만들기 위함이다.
근육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 하는 것처럼
두뇌 힘을 키우기 위해 수학을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의 강의 열심히 잘 듣게 되면 두뇌의 힘 길러질까?
그럴 리 없다. 다른 사람이 운동하는 것 구경한다고
자신의 근육이 강하게 만들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선생님이 수학 문제 풀이해주는 것 구경한다고 해서
두뇌 발달 이루어지지 않고 실력 향상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구경하는 것은 편한 일이다. 하지만 재미도 없고 발전도 없다.
공부에서 구경꾼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나라에는
공부 구경꾼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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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호
자기 주도 학습과 한자 공부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 <프레시안>에 '학원 절대로 가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했다. <공부가 뭐라고>, <자기 주도 학습이 1등급을 만든다> 등의 저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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