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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 주대환 전격 사퇴…"당 깨려는 검은 세력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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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바른미래 주대환 전격 사퇴…"당 깨려는 검은 세력에 분노" 혁신위 출범 열흘 만에 다시 내홍 국면으로
당 내홍 끝에 출범한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가 열흘 만에 좌초 위기에 빠졌다. 혁신위 내부 논의 과정에서 크게 분란이 일며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11일 전격 사퇴하면서다. 혁신위는 전날 회의에서 △지도부에 대한 공청회 개최와 △당원·지지자 여론조사로 지도부 재신임을 묻는 방안을 혁신안으로 의결했다. 주 위원장의 사퇴는 이에 대한 반발 성격이다.

주 위원장은 11일 오후 국회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어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 자리를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당에서 혁신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큰 기대를 가졌다. 몇 달 간의 내홍·내분을 멈추고 미래를 향한 비전, 당의 발전 전략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였다"면서 "그러나 지난 1주일 실제 혁신위 활동 기간 중 제가 본 것은 계파 갈등이 혁신위 안에서 그대로 재연되는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주 위원장은 "특히 젊은 혁신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에 대해서는 크게 분노를 느끼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제 자신 그들과 맞서 싸우고 당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했어야 하지만 역부족을 느낀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손학규 퇴진'이라는 딱 하나의 단어만 계속 얘기하는 분들이 혁신위의 절반이었다"고 부연했다.

전날 오후 열린 혁신위 회의에서는 이른바 '비당권파', 즉 안철수·유승민계 혁신위원들이 당 지도부 재신임을 묻는 혁신안 의결을 요구해 관철시켰고, 주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결 요구까지 받아주기는 했으나 이에 대한 반발로 사퇴한 셈이다.

주 위원장은 전날 회의 시작 부분까지만 해도 "당 지지율 침체 원인에 대해 서로 진단하고 바라보는 시각이 워낙 차이가 많고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그 다양한 의견들이 우리 혁신위 내에도 있고, 그 의견들이 한 걸음씩 좁혀지는 시간들이 지금까지 흐르고 있었다. 조만간 성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했으나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주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제가 오늘 아침에 생각했다"며 "그 설익은 합의문, 그게 제대로 된 것이냐. 거기에 당 미래 발전 전략이 있느냐. 혁신안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전날 의결된 혁신안을 비판했다. 그는 "어제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5~6시간에 걸쳐 '결정을 보류하자'고 말렸다"며 "그게 혁신위가 내놔야 될 당 발전 전략은 아니라고 봐서 '더 논의하자'고 간곡히 간곡히 얘기했는데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제가 (의결까지) 진행은 했다"고 밝히며 "그럼 요구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찬반은 5대4 정도 됐다"고 전하고, "당규에 근거해 진행해 달라는 요구에 따라 (의결 등 회의 진행을) 해 드렸다. 그러나 더 이상 위원장으로 역할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 위원장의 사퇴 회견 직후 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는 공식 대변인 발표를 통해 전날 의결된 혁신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두 가지로, 첫째는 "총선 승리를 위한 비전과 전략을 확인하고자 당 지도부들을 중심으로 공개 공청회를 개최하겠다. 청문회 방식의 질의응답을 통해 현 지도부의 운영방식과 향후 비전, 21대 총선거에 대한 전략 등을 꼼꼼하게 검증하겠다"는 내용, 둘째는 "바른미래당을 지지하는 당원과 국민들께 바른미래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묻겠다. 공청회 이후 빠른 시일 안에 여론조사를 실시해, 현 지도부 체제에 대한 성역 없는 평가, 즉 재신임 여부까지도 묻는 물음으로 국민과 당원들 생각을 여과 없이 반영하겠다"는 내용이다.

이기인 혁신위 대변인은 혁신안 발표 브리핑에서 "(이는) 저희 혁신위가 제안하는 첫 번째 혁신안"이라고 강조하고 "혁신위 구성원들이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열띤 토론을 거쳐 만든 합리적 혁신안인 만큼, 최고위원회는 혁신위 결정 사항을 존중해 적극 수용해 달라"고 지도부에 요청했다.

이 대변인은 주 위원장이 돌연 사퇴한 데 대해 "당헌당규상 위원장이 사퇴한다 해도 혁신위 해산을 결정할 근거는 없다. 주 위원장 개인의 거취 의견일 뿐"이라며 "혁신위는 이러한 진통 속에서도 끝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변인은 오히려 "혁신위원들의 치열한 토론과 당규에 의거한 의결 과정을 '계파 갈등'이라고 일방적으로 몰아세우고 전격 사퇴하는 모습"이라며 "당초 혁신위원장을 맡은 목적이 뭐였나"라고 주 위원장을 비판했다.

결국 지난 4.3 보궐선거 이후 이날로 100일째 지속돼온 바른미래당 내홍은 혁신위를 통한 봉합에도 실패한 셈이 됐다. 주 위원장이 사퇴한 마당에, 손학규 대표 등 현 지도부가 혁신위 제안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따라서 이제는 혁신위 제안을 놓고 최고위에서 다시 설전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4월 초순경 재보선 책임론으로 손 대표 사퇴론이 나왔을 당시 "나이 들면 정신 퇴락", "올드보이 수구 청산"(하태경), "계파 패권주의", "정치공세에 굴복하지 않겠다"(손학규) 등 양측에서 날선 발언이 나왔던 상황으로 당이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 이런 상황은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혁신위 구성을 합의한 지난달 17일 당시부터 '계파 갈등이 해소된 게 아니라, 그저 갈등의 장(場)을 최고위 대신 혁신위로 옮겨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혁신위의 인적 구성을 놓고는 결국 비당권파의 의사가 관철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바른미래당 혁신위는 당권파·비당권파와 두루 인연이 있는 주 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양측에서 각각 4명의 혁신위원을 추천하는 방법으로 구성됐었다. 손 대표 측에서는 김소연·김지나·김지환·조용술 위원을 추천했고, 유승민계에서 권성주·이기인 위원을, 안철수계가 구형모·장지훈 위원을 추천했다. 그러나 손 대표 측에서 추천한 혁신위원 가운데 바른정당 출신이거나 당내 유승민계·안철수계와 가까운 인사가 포함돼 있어, 추천 배경이 뭐냐는 의문을 낳기도 했다. '40세 이하'를 원칙으로 내세운 주 위원장이 당권파 측 위원 선정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혁신위 출범 최종합의 시점에서도 비당권파 인사들은 겉으론 "대승적으로 양보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위원 구성 면면을 보고 안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바른정당계 고위 관계자는 당시 통화에서 "저쪽(당권파)에서 올린 위원이 다 우리 사람들이더라"며 "우리 쪽이 최소 5~6명이다. 이대로면 첫 회의에서 '조기 전대'를 의결할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결국 주 위원장이 밝힌 '5대4'(전날 혁신위 의결 결과)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주 위원장을 포함한 당권파 측 추천 위원 5인 가운데 최소 1명 이상이 비당권파 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얘기가 된다. 바른정당계의 자신감이나 당권파 일각의 우려에는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주 위원장의 사퇴 회견 후, 당권파 측 추천 위원인 김소연·김지환·조용술 위원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전날 혁신안 의결에 반대한 것으로 보이는 4명이 모두 사퇴하면서, 혁신위는 사실상 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주대환 전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 ⓒ바른미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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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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