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사회적경제분야와 관련해, 협동조합 아이쿱이 지난 7년간 사회적경제 파트너들과 상호거래, 역할,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6회에 걸쳐 관련 사례를 소개합니다. '협동조합 경제'를 응원합니다. 편집자
가까이 생긴 대형 쇼핑몰은 반려동물을 데리고 입장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사람과 반려동물이 나란히 평화롭게 쇼핑을 즐긴다. 익숙지 않은 풍경에 처음 얼마간은 유모차에 아기 인줄 알고 들여다보다 강아지가 ‘빼꼼’ 고개를 내밀어 종종 놀라기도 한다. 이제는 사람 곁에 사는 동물은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기르는 ‘애완동물(Pet)’에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반려동물(Companion animal)'로 위상이 높아졌다. 더불어 시장에서도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 서비스 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안전한 식생활품 구매를 위해 일부러 생협(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찾듯, 보다 안전한 사료와 간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무항생제, 무첨가물 식재료로 건강한 반려동물 먹거리를 판매하는 ‘동물의집'이 많은 반려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간식을 만듭니다
'동물의집'은 '마포 민중의 집'을 창립하며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다 2013년 우리동물병원생명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 창립에 참여한 정경섭 대표(지난 3월 우리동생 임원 임기 종료, 이하 정 대표)가 설립한 반려동물 간식 전문 업체이다. 반려동물부터 유기동물까지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단 동물의집은 현재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올해 사회적기업 인증을 앞두고 있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병원과 반려인 커뮤니티를 목표하는 '우리동생'은 창립부터 아이쿱생협과 긴밀한 협조하에 이루어졌습니다. 세이프넷지원센터(구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이하 지원센터)에서는 대한민국 최초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창립하게 되는 동물병원에 대한 멘토링(설립/인가/운영 등)과 우리동생 병원 부지 임대보증금 1억 원 융자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죠. 사회적협동조합 설립과정이 법적인 허들로 쉽지만은 않았지만 현재는 사람조합원 2,000명, 동물 조합원 3,500마리 규모(2019년 7월 기준)로 우리동생과 함께하는 조합원이 늘고 있습니다. 2019년엔 우수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선정됐고요." 정 대표는 우리동생이 동물병원 외에도 동물행동 교육 강좌, 산책모임 등 각종 소모임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의집 또한 지원센터와의 협업으로 시작했다. 자연드림 매장과 자연드림몰에 반려동물 수제간식 분야로의 입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2015년 첫 입점 당시 모든 원재료는 자연드림에서 공급받았다. 자연드림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축산물의 기준인 무항생제 사양을 원재료에 적용한 것이다. 이는 건강한 먹거리와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의 반려동물 식품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도 한몫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위상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은 돌봄에만 상당부분 집중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반려동물이 먹는 식품에 대해서는 그다지 인식개선이 되고 있지 않아 보여요. 그래서인지 반려동물 사료나 간식을 '제대로' 만드는 업체를 찾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정 대표는 저렴하게 판매되는 대부분의 간식 제조과정 상의 위생 문제와 식재료로 사용할 수 없는 원재료 사용 등 반려동물 식품의 제조 전반에 걸친 심각성에 주목했다.
원재료부터 업체선정까지 동물의집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
"반려동물 양육을 위해 월평균 12만 8천 원이 지출되고, 상위 3개 항목이 사료, 병원, 간식비라고 합니다(출처 : 2018 반려동물보고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반려동물 시장에서 동물의집과 우리동생이 큰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는 단순히 반려동물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업을 준비하며 원재료 수급 업체와 제조업체를 찾아다녔는데, 위생상태가 엉망인 곳들이 많았습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안전한 반려동물 식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죠. 정확하게 언급하긴 어렵지만, 유명 브랜드 간식 OEM 공장 시설도 역시나 비위생적이었고요. 많은 분들이 언론을 통해서 접하셨겠지만, 중국 제조공장의 형편은 한국보다 더 낙후된 실정입니다." 또한 정 대표는 "동물의집 모든 제품은 '무항생제' 원재료를 철칙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원재료의 공장식 생산 시스템에 반대하기 위한 나름의 행동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의 먹거리를 위해 또 다른 동물이 공장식 축산으로 고통받는 구조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고 싶다는 정 대표의 욕심이 묻어난다.
동물의집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두 번의 업체 교체가 있었다. 간식을 만드는 업체와 동물의집 사이에 이견과 수시로 불거지는 이물질 사고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또한 2017년 대한민국 전역에 불어 닥친 AI(조류독감) 발생으로 원재료 수급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거래 기준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원재료 수급에는 동물의집만의 거래처를 온전히 확보하는 것을 중요 목표로 거래처를 발굴해왔습니다. 더 나아가 향후에는 동물복지농가와 협력하여 '노계'를 이용해 간식을 제조하려고 합니다. 노계는 질기다는 이유로 사람 식품으로는 상품성이 없어 헐값에 거래되고 있는데 동물의집에서 제값을 지불하여 거래한다면 원재료 수급처와도 건강한 상생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조업체 또한 HACCP(이하 해썹) 인증을 필수 조건으로 물색하고 있다. 하지만 현 시장에서 반려동물 간식 제조업체가 해썹인증을 받은 경우는 많지 않아 찾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동물의집 제조업체 선정의 또 다른 기준은 '아이쿱인증센터'의 인증 절차를 통과할 수 있는 제조시설과 행정 능력의 여부이다. 즉 자연드림의 타 공급업체와 똑같은 인증 절차를 거친다. 원재료에 대한 도축 증명서, 무항생제 증명서, 원재료에 대한 원산지 증빙서류 등 수 많은 서류 절차 뿐만 아니라 원재료 혼입의 위험성을 판단하고 위생적인 제조과정을 직접 보는 것, 때론 아이쿱생협의 불시 점검도 피해갈 수 없다. 반려동물 식품시장의 민낯을 더 공개하자면 전국 제조공장의 70%가 "우리는 원재료 증빙서류를 갖추기 어렵다."고 한다.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은 화학 첨가물이 배제된 식생활을 지향하는 만큼 반려동물이 먹는 식품에도 무첨가물 사양을 원합니다. 하지만 보존료가 들어가지 않으면 유통기한을 보장할 수 없어요. 현재 동물의집 수제간식은 유통기한이 1년입니다. 보존료 없이 유통기한 1년이 가능했던 이유는 멸균처리입니다." 또한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이 원하는 반려동물 간식에 대한 기준은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때문에 자연드림에 공급되고 있는 모든 제품의 업체에 대한 기준이 동물의집에도 적용되는 거죠. 한 달에 한 번 자연드림에 공급되고 있는 수제간식 5,000-7,000개 중 2-30개 정도를 무작위로 선별해 뜯어보고 혹시 모를 이물질이라든지 뼈 포함 여부를 검사하며 이물질 혼입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무항생제 원재료를 넘어 멸균처리가 가능한 업체를 발굴하기까지, 앞으로도 '동물의집' 간식 제조의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물품과 판로가 확대되고, 동물의집 사회적 역할도 커간다
"동물의집 올해 매출은 약 5억~7억 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이 중 자연드림 매출분은 약 70%죠. 2015년 첫 입점부터 2017년까지 연매출은 약 1억 원 수준이었는데, 2018년부터 3억 원대로 진입했습니다. 올해는 하반기 신제품 출시를 고려볼 때 최대 7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동물의집은 아이쿱생협 외에도 두레생협, 마켓컬리에 수제간식을 공급하고 있고, 네이버 스토어팜에서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하면서 기존 채널과 지속적인 거래를 유지하고, 점차 판매 채널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현재는 폭넓은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 보다 동물의집의 지향점을 이해할 수 있는 거래처 및 소비자와 더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정 대표의 전략이다. 더불어 2021년까지 약 10억 원 연매출을 목표한다고 한다.
동물의집은 수익금의 2/3을 사회에 환원하며 약 2년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써 사회적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취약계층 반려동물 치료와 유기동물 치료, 그리고 취약계층 고용 등의 방법으로 말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엔 약 3,000만 원어치의 동물간식을 전국의 캣맘과 동물보호단체에 기증했다. 지난해까지는 '우리동생'과도 공생하며 우리동생의 '기초수급자들의 반려동물 무료진료'와 '유기동물 진료비 50%할인' 프로젝트의 비용 일부를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동물보호를 위한 지원 활동으로 넓혀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 모든 동물의집 프로젝트는 네 명의 직원들과 함께 꾸려 가는데 취약계층 고용에도 앞장서고 있다는 정 대표의 말에 기업운영 철학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자연드림에 공급되고 있는 반려동물 수제간식은 순닭가슴살, 오리순살, 오리목뼈, 코다리로 총 4종이다. 오리와 닭은 모두 국내산 무항생제고 코다리는 러시아 수입산이다. 어떤 간식을 선택할까 고민이 된다면, 동물의집이 알려주는 수제간식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좋겠다. 한창 성장할 시기나 체중관리가 필요할 때 좋은 고단백질-저칼로리 순닭가슴살은 심장병과 동맥경화에도 효과적이고, 알러지가 있는 강아지에게 좋은 오리순살은 고양이와 강아지 모두, 나이에 상관없이 급여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반려동물 먹거리 정보나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정보들이 동물의집 SNS를 통해 소개되고 있으니 수시로 확인해보는 재미가 있겠다.
동물보호운동까지, 앞으로 정경섭 대표가 하고 싶은 일
"가장 중요한 건, 반려동물에게 안전한 먹거리와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죠. 반려인, 반려동물, 지구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것이 단기 목표입니다. 구체적인 계획으론 하반기에 노령 견과 고양이를 위한 습식 간식 출시와 제주도에 위치한 사회적기업과 협업하여 영양제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 또한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정 대표는 또한 지역별 반려인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지역 내에서 동물보호운동의 기반이 될 동물보호소(동물의집 직영 보호소) 설립도 꿈꾸고 있다. 현재는 동물의 습성을 간직한 자연적인 동물보호소를 연구하고 있다. 올해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을 1차 목표로 아직은 회사의 생존이 가장 중요하지만 더불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공간인 동물의집이 곳곳에 많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회사의 비전과 사명을 계속 정리하고 알려내고 있다.
그가 꿈꾸는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모두 행복한 세상이라면 아이쿱생협도 기꺼이 동참할 것이다.
아이쿱 연속기고
1) 아이쿱과 사회적경제기업이 상호거래를 지속하는 힘은?
2) 우간다 아이들과 가치를 나누어 멥니다, 제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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