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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김위원장 죽음으로 내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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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김위원장 죽음으로 내몰아 <한진중공업 사태 전모> 약속 파기 일쑤, 대화도 거절
1년 넘게 노사가 첨예한 대립을 해온 한진중공업 파업 사태는 결국 김주익 노조위원장을 자살로 몰고 갔다. 특히 이번 사태 역시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이 대화 주도권을 쥐고 있는 회사가 노조를 몰아세운 데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노사 관계의 현장에서 여전히 노조가 약자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드러났다.

***일방적 구조조정, 노조와 약속도 파기**

지난 6월11일 오후 11시부터 김주익 위원장은 공장 내에 위치한 높이 35m 대형 크레인 위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12일부터는 노동조합도 크레인 주변에 천막을 치고 철야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2002년 3월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명예퇴직 등을 명목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시작된 반대투쟁 1년2개월만에 김 위원장이 극한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노조의 요구사항은 지난해 임금단체협약 체결과 현안인 ▲손배 가압류 해제, ▲고용안정 협약서 작성, ▲해고자 원직복직 등이었다.

회사의 구조조정 방침이 전해진 후, 회사와 노조는 2002년 4월30일 노조원들의 구조조정을 막기로 약속을 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회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파기되었다. 회사는 약속을 어기고 주로 50대 이상인 노조원 1백38명을 교육 명목으로 강제 퇴사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총 6백50여명(조합원 2백80여명)의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노조는 이런 회사의 방침에 정면으로 반발했고 이것이 1년7개월이나 계속 끌어왔던 것이다.

***회사, 7억원 넘는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실시**

회사는 이런 갈등 상황에서 교섭에 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2002년 5월부터 노동조합비와 김주익 위원장을 비롯한 20여명의 노조 간부의 임금ㆍ주택에 대하여 7억4천4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조합비를 가압류했다.

현재 개인 가압류는 해제된 상태지만, 회사는 노동조합비 등에 대한 가압류를 주장하고 있다. 배달호 열사 자결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손배 가압류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금지를 지시했지만, 현장에서 그 말은 전혀 무시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더해 회사는 김 위원장 등 14명을 업무방해와 폭행 등으로 고소ㆍ고발한 데 이어 1명을 해고하고 20명을 징계했다. 또 임단협 요구에도 "무조건 동결"을 주장해 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사실상 2년동안 임금 동결을 강요받아왔다.

***회사, "대화는 없다"**

노조의 장기간에 걸친 투쟁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임단협의 경우 회사가 주도해 타결할 수 있지만, 나머지 현안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회사는 지방노동위원회에 계류중인 해고자 복직에 대해서는 법률적 판정에 따를 수밖에 없고, 손배 및 가압류에 대해서도 "철회할 경우 회사는 노조에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진다"면서 불가 입장을 주장했다. 또 고용안정 협약서 작성 문제도 "회사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고공투쟁 후, 회사 더 몰아붙여**

특히 김 위원장이 크레인 위에 올라간 이후 회사는 노조를 더 몰아붙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월에는 노동부 중재로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간 교섭이 열렸으나 회사가 구두합의 내용을 임원진 회의에서 무효화시키면서 교섭이 결렬됐다.

이런 불성실한 교섭 태도에 더해 회사는 8월19일부터 한진중공업 울산 공장에 대해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 2백여명의 울산 공장 조합원 중 반이 김 위원장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부산 공장 파업 농성장에 결합해 정상적인 조업이 안 이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때도 노조는 회사측에 계속 협상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김 위원장이 고공농성을 풀고 협상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목에 칼을 들이대고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의미가 없다"면서 노조의 협상 요구 자체를 거부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노사가 극한으로 대립하는 속에서 지난 2일에는 부산 영도 경찰서가 김 위원장을 비롯한 금속노조 간부 6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김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고공투쟁 1백29일만에 목숨을 끊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9월9일과 4일 가족과 동료 노조원 앞으로 남긴 '유서'란 메모에서 "노동자가 한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하는 나라에서 자본가와 정치가는 강성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아우성"이라고 현 '노조 때리기' 분위기를 질타하면서, "나 한사람이 죽어서 많은 동지들을 살릴 수 있다면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적었다. 투쟁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 자살을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다른 메모에서 "내 죽음의 형태가 어떠하든 내 주검이 있을 곳은 85호기 크레인이다. 이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나의 무덤은 크레인이 될 수밖에 없다. 죽어서라도 투쟁의 광장을 지킬 것이다"라고 썼다.

***한진중공업 어떤 회사인가?**

한진중공업은 한진그룹 계열의 조선, 건설, 플랜트 전문 중공업체로 최근 조선과 건설 부문에서 수주가 늘어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받아 왔다. 각 증권사들은 최근 한진중공업이 "조선 수주 증가에 따른 선수금 증가와 금융비용 감소 등으로 지난 3년간 평균보다 1%포인트 상승한 8%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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