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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역사를 바꿔쓰고 있는 것은 바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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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역사를 바꿔쓰고 있는 것은 바로 일본"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동맹 흔들리지 않아"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결정을 최종 시행한 데 대해, 청와대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대일 강경 메시지를 냈다.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로 인한 미국과 한국 일각의 안보 불안 우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8일 오후 브리핑에서 "그간 우리 정부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일본이 취한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오늘부로 우리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했다"며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시종 굳은 표정과 딱딱한 목소리로 일관한 김 차장은 "일본은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 우리가 수출규제 조치를 안보 문제와 연계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초 안보 문제와 수출규제 조치를 연계시킨 장본인은 바로 일본"이라며 "미 ISIS가 전략물자 수출통제 체제(순위)에서 우리가 17위이고 일본이 36위라고 함으로써 일본 주장이 근거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특히 "일본 지도층들은 마치 우리가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 국가로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고, 더군다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우리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점을 최근 두 번이나 언급하면서 우리를 적대국과 같이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고노 다로 외상은 어제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역사를 바꿔쓰려고 한다면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했지만, 역사를 바꿔쓰고 있는 것은 바로 일본"이라고 정면으로 반격했다.

김 차장은 "지소미아는 양국 간 고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것으로, 일본의 주장처럼 한일 양국 간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된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유지할 명분은 없다"면서 "어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소미아 종료까지는 3개월이 남아 있으므로 이 기간 중 양측이 타개책을 찾아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공은 일본 측에 넘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김 차장은 "한미일 (안보) 공조 필요성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우리에 대한 자의적이고 적대적인 경제 보복 조치로 한미일 관계를 저해시킨 것은 바로 일본이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 대통령께서 언급했듯, 일본은 우리가 내민 손을 잡아줄 것을 기대한다"고 일본 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즉 청와대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물러설 뜻이 전혀 없으며, 지소미아 연장 중단은 일본 측의 '원인 조치'가 철회돼야 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 셈이다. 김 차장 외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 종료의 원인은 일본이 안보상 이유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3개 품목 수출 규제를 단행한 것"이라며 "원인이 해결 안 됐는데 결과만을 뒤집을 수는 없다. 원인 해소가 먼저"라고 말했다.

지소미아 중단으로 인한 일각의 안보 우려에 대해 김 차장은 "지소미아가 종료됐다고 해서 마치 한미동맹 관계가 균열로 이어지고, 우리에 대한 안보 위협 대응 체계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틀린 주장"이라며 "오히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안보에 있어 우리의 주도적 역량 강화를 통해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은 지난 66년간 굳건히 뿌리를 내린 거목이다. 지소미아 문제로 인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큰 전략적 목표를 갖고 당면 현안에 대응해 결과를 창출해 내는 것"이라며 "우리의 지정학적 가치와 안보 역량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현 국제정세 흐름을 감안해 우리의 전략적 입지가 제고될 수 있도록 당면한 외교 현안을 종합적 측면에서 다루어 나갈 것"이라며 "이런 우리의 외교안보 전략이, '미국이 동맹국에게 기대하는 안보 역할 확대'에도 기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한미동맹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김 차장은 지소미아 중단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 대해 "지소미아 종료 이후 미국이 이에 대해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면서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은 지소미아 유지를 계속해서 희망해 왔기 때문에, 우리의 조치에 대해 '실망'을 표명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실망'은 미국이 동맹국이나 우호국과의 정책적 차이가 있을 때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표현"이라고 언급했다.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을 전제하기는 했지만, 한미 간 의견 차이가 있음을 공식 인정한 대목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김 차장은 이와 관련해 "지금 국제질서는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면해 있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추구하는 다자주의가 퇴보하고 있고, 대신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조가 확대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격동의 시대에 기존의 현상유지적이고 단편적인 대응만으로는 큰 파고를 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정부 대응의 방향에 대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혁신기술을 확보하고, 국방력을 강화해 강한 안보를 구축함으로써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제고해 나가야 한다"며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안보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군 정찰위성, 경(輕)항공모함, 차세대잠수함 전력 등 핵심 안보 역량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전략적 가치가 제고된다면 우리가 능동적으로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처해 나갈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 등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국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와 백악관이 '하우스 투 하우스(house to house)'로 9회나 이야기했다"며 한국은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철회가 없으면 "한일 간 협조가 매우 어려울 것"이며 지소미아 중단 조치를 할 방침임을 "명백하게, 오해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자세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 NSC 간에는 거의 매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지소미아 중단) 검토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고도 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전화로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는 보도에 대해 "가짜 뉴스(fake new)"라며 이례적으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또 랜달 슈라이버 미 국방부 차관보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지소미아 중단 재고를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미국에 가서 일본의 (보복)조치가 철회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자세히 얘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와 백악관 간,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미 정부 내부에서 백악관이 국무부·국방부에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다.

지소미아 종료로 인해 한미동맹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이 고위관계자는 "국방력 강화 등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방식으로 미 측이 희망하는 '동맹국 안보 역할 확대'에 부응할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 차장의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발언에 대한 해설인 셈인데, 즉 한국이 인공위성·경항모·잠수함 등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아시아 안보 구상에 기여하는 것이 그간 미국이 바라온 '일본 중심의 동아시아 안보 체계 재구축' 요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제안으로 읽혔다.

다만 이 고위관계자는 '미국이 희망하는 역할 확대'라는 표현이 한국이 미국산 무기를 추가 구매해줄 수 있다거나,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미 측에 추가 양보를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런 뜻으로 얘기한 게 아니다. 전혀 무관하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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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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