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시기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에 관해 "10월 초에 바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며, 경제 여건이나 부동산 동향 등을 점검해서 관계 부처 협의로 결정할 것", "분양가 상한제는 강력한 효과도 있지만, 공급 위축 등의 부작용이 있어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 "(국토교통부에서) 시행령 개정 작업 중이지만 이를 발표하는 10월 초에 바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시행 시기와 지역은) 개선안 발표 전에 세 차례 했던 것처럼 제가 주재하는 관계 장관 회의에서 논의할 것" 등의 발언을 했다. (관련 기사 : )
홍 부총리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기 유예 표명은 매우 부적절하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효과와 기능을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국토부가 10월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천명했으면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백번 옳다. 그래야 정부 정책에 신뢰가 생기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목표 달성이 용이해 진다. 특히나 아직도 투기심리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서울 부동산 시장의 경우, 홍 부총리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시기 유예발언은 시장참여자들에게 자칫 발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홍 부총리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시기 유예발언은 메시지 자체가 시장에 주는 부정적 영향과는 별개로 근거도 설득력이 없다. 홍 부총리는 "경제 여건이나 부동산 동향 등을 점검해서"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대외 경제여건이 나쁘니 부동산 가격이라도 확실히 잡아서 시장참여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보전해 주어야 하고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부동산 가격은 크게 떨어져야 마땅하다. 즉 홍 부총리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기 유예의 논거로 삼은 근거들은 오히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10월에 예정대로 시행해야 할 근거들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공급을 위축시킨다는 홍 부총리의 말도 그닥 설득력이 없다. 참여정부 말인 2007년에 단행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공급을 크게 줄였다는 실증적 근거는 희미하다. 2008~09년 경에 공급이 줄었지만 그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때문이라기 보단 글로벌 금융위기 탓이 컸으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가라앉자 공급량은 빠르게 회복됐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안착되자 재건축조합 및 재개발조합 등의 사업주체와 시공사 등이 이 제도에 적응하면서 공급 탄력성이 복원된 탓이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사업주체와 시공사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분양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들이 취하는 불로소득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 뿐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공급량의 감소는 매우 제한적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공급이 신규공급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존 매매시장에서 다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내놓는 매물도 공급물량이다. 공급을 신규공급으로만 이해하는 건 사실과도 다르며 위험하다.
지금까지 살핀 바와 같이 홍 부총리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시기 유예발언은 합리성이 없고 현실적합성도 떨어진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은 예정대로 집행되어야 한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미룰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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