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게도 정확히 40년만이다. 이른바 '탕탕절' 이야기가 아니다. 12.12 쿠데타 이야기도 아니다. 영국 총선을 말함이다. 지난 달 29일 영국 하원은 조기 총선 실시를 결정했다. 총선 예정일은 12월 12일이다.
한데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9년에도 영국에서는 총선이 있었다. 이 역시 조기 총선이었다. 이 선거에서 여당이었던 노동당이 패배하고 보수당이 승리했다. 선거 승리를 이끈 당시 보수당 대표는 마거릿 대처였고, 이로써 영국 역사에서 시장지상주의 시대가 막을 열었다. 이 점에서 1979년 총선은 단지 영국 역사만의 사건이 아니라 세계사의 한 매듭이었다.
한 세대를 훌쩍 넘어 4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신자유주의의 고향인 이 나라에서 또 다시 세계사적 순간이 펼쳐지려 한다. 한편에는 시장 독재의 폐해를 유럽연합 탓으로 몰고 가면서 2016년 국민투표로 시작된 브렉시트 협상에 모든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보리스 존슨 총리의 보수당 그리고 브렉시트당 같은 신흥 극우파가 있다. 다른 한편에는 지금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한 시대를 끝낼 때라며 탈신자유주의 정책 대안을 열렬히 선전하는 제러미 코빈 대표의 노동당이 있다.
하지만 익숙한 멜로드라마와는 달리 이 드라마에는 두 개의 진영만 있는 게 아니다. 브렉시트 국면과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대립 전선이 서로 교차하면서 복잡한 균열과 대립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오늘날 이 세계가 처한 혼란과 궁지를 투명하고 정직하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번 영국 총선은 더욱더 세계사적인 사건으로 다가온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연 1979년 총선, 이를 끝낼 2019년 총선?
영국에서는 2년 전인 2017년에도 조기 총선이 있었다. 그때도 이유는 브렉시트였다. 그러니 우선 브렉시트 이야기부터 하지 않을 수 없겠다.
2016년 6월에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 여부 국민투표를 실시한 것은 이것이 당시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의 총선 핵심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캐머런이 이끌던 보수당은 1년 전인 2015년에 실시된 총선에서 유럽연합 잔류냐, 탈퇴냐를 국민투표에 부쳐 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캐머런은 이 공약을 이행한 것이고, 그러고 보면 영국 정치인들은 공약을 일단은 지켜야 할 무엇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동일업종 종사자들과는 역시 격이 다르다.
여기에서 궁금한 것은 왜 하필 2015년 시점에 캐머런이 이런 공약을 낼 수밖에 없었느냐는 점이다. 캐머런 자신은 유럽연합 회의론자는 아니었다. 유럽연합 분담금을 놓고 곧잘 투정을 부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캐머런은 노동당 내 블레어파처럼 신자유주의 주류에 속한 인물이었다. 달리 말하면, 노동당 소속 전 총리 토니 블레어나 고든 브라운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 합의에서 털끝만큼도 어긋나지 않으려는 '극단적 중도파'(타리크 알리, <극단적 중도파>, 장석준 옮김, 오월의봄, 2017)의 일원이었다.
문제는 캐머런이나 보수당 각료들이 쉽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상층 정치가 아니라 대중 정치 층위에서 발생했다. 영국은 미국과 함께 2008년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다. 신자유주의 지구화-금융화 30여 년의 적폐가 누적돼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와 긴축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나라라는 이야기다. 당연히 대중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요동 가운데는 대학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나 노동조합운동의 재활성화만 있었던 게 아니다. 극우 세력의 성장도 있었다.
극우파의 색깔도 다양해 그 중에는 나치를 그대로 판박이한 조직들도 있다. 그러나 제도 정치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은 이런 컬트 조직이 아니라 전 보수당원 나이젤 패러지가 이끈 영국독립당(약칭 UKIP)이었다. 영국독립당은 1992년에 창당할 때부터 오로지 유럽연합 탈퇴 하나만을 내건 정당이었다. 이 당이 내건 탈퇴 이유는 다분히 국수주의적인 것이었고, 금융위기 이후에는 아예 극우 인종주의와 이민 반대 선동에 앞장섰다. 한데 이 영국독립당이 2015년 총선에서 12.6%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했다.
영국독립당은 일부 노동당 지지층도 끌어들였지만, 이 당의 새 지지자들 가운데 압도적인 다수는 구 보수당 지지층이었다. 보수당 색깔이 강한 지역구일수록 영국독립당의 위협으로 보수당 표가 크게 잠식됐다. 그러자 영국독립당 때문에 당장 위험에 처한 지역구 의원들이 캐머런에게 몰려와 입장 표명을 요구했고, 그래서 내놓은 게 국민투표 회부 방안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위기만이 아니라 기회를 본 인간들도 있었다. 현 총리 보리스 존슨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존슨은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학을 나온 전형적인 영국 엘리트다. 그러나 영화 <킹스맨>에 나올법한 외양이나 예절과는 정반대되는 풍모와 행동거지로 특이한 대중 정치가의 길을 밟았다. 덕분에 노동당 좌파의 거두 켄 리빙스턴을 물리치며 런던광역시장에 선출됐고, 도널드 트럼프 등장 이전에 이미 영국인들이 트럼프주의의 유사품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 그러니 트럼프가 유독 그와 패러지에게 동지의식을 느끼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존슨은 영국독립당이 대표하는 극우 포퓰리즘의 부상에서 기회를 봤다. 그와 보수당 내 유럽연합 회의론자들은 영국독립당이 보수당에게 위협이 된다면 보수당 자체가 영국독립당의 확대판이 되면 된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그래서 보수당 안에서 이민 반대와 대서양 동맹(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바탕을 둔 유럽연합 탈퇴론을 열렬히 주창하기 시작했다. 존슨 일파의 계산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영국독립당의 충격적인 득표율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인 2017년 총선에서는 1.8%로 다시 주저앉았다.
게다가 존슨 자신도 상승세를 맛봤다. 2016년 국민투표에서 그는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 진영의 선봉장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쌓았다. 충격적인 국민투표 결과를 받아들고 사퇴한 캐머런의 뒤를 이어 같은 당의 테레사 메이가 총리직을 이어받자 그는 브렉시트파의 맹장으로 당내 투쟁을 이어갔다. 지루한 협상 끝에 메이가 들고 온 합의안을 잇달아 부결시켜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데 앞장선 것도 존슨이었다. 그러고는 결국 올해 7월에 존슨이 총리가 됐다.
그러나 존슨에게 날개를 달아준 브렉시트 정국이 또한 그에게 족쇄를 채웠다. 메이가 못한 일을 존슨이라고 해낼 수는 없었다. 그는 실은 노딜 브렉시트, 즉 합의 없는 유럽연합 탈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존슨은 이를 의회의 견제와 방해 없이 해치우려고 여왕에게 달려가 17세기 청교도혁명 이후 처음으로 하원을 강제 휴회시키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당장 시민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보리스의 쿠데타'를 규탄했을 뿐만 아니라 대법원이 하원 휴회는 위법이라고 판결하는 바람에 작전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제 존슨에게 남은 승부수는 조기 총선 실시뿐이었다. 총선에서 재집권한다면 이를 백지 수표 삼아 브렉시트를 밀어붙일 수 있을 것이었다. 마침 유럽연합이 협상 기한을 내년 1월까지로 재연장해준 덕분에 조기 총선 기간 중에 기습적으로 노딜 브렉시트를 밀어붙일 가능성을 걱정할 필요는 없게 됐다. 그러자 노동당도 조기 총선에 동의했고, 총선 국면이 열렸다.
승부사 존슨에게는 인생을 건 한 판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이 싸움판을 만들어낸 지루한 각축전 속에서 영국의 민심은 돌이킬 수 없이 사분오열되고 말았다.
브렉시트 총선이냐, 탈신자유주의 총선이냐
영국 사회가 브렉시트 문제로 갈가리 찢긴 탓에 가장 고통 받은 것은 노동당이었다. 노동당은 2016년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잔류를 당론으로 정해 캠페인을 벌였다. 대표인 코빈의 개인적인 입장은 유럽연합 회의론에 가까웠지만, 잔류 쪽이 다수인 당내 여론에 따랐던 것이다.
그러나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뒤에는 사정이 복잡해졌다. 노동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구들이 유럽연합 탈퇴와 잔류로 양분됐기 때문이다. 노동당 지지층 가운데에서 런던 등에 밀집한 고학력층, 청년층, 화이트칼라나 서비스 부문 노동자는 유럽연합 잔류를 강력히 지지했다. 반면에 노동당의 보다 전통적인 지지층인 북부 산업 도시(이제는 대부분 탈산업화됐지만) 노동자들은 유럽연합 탈퇴 쪽으로 더 많이 쏠렸다. 이에 따라 노동당 집행부는 둘 중 어느 쪽도 무시하지 않는 행보를 펼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입장은 둘 모두에게 불만을 사기 쉽다. 특히 국민투표에서 패배한 유럽연합 잔류 입장의 노동당 지지층이 열렬한 잔류파인 자유민주당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국민투표 이후 더욱 심해진 이러한 유럽연합 탈퇴파-잔류파 대립에 흔들리던 노동당은 올해 가을 전당대회에서 그나마 입장을 정돈했다. 존슨이 총리가 된 상황에서 노딜 브렉시트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노동당 집행부는 일단 노딜 브렉시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기 총선에 대해서는 코빈 집행부와 반대파 사이에 입장이 갈렸지만, 어쨌든 노딜 브렉시트 추진을 중단시킨 뒤에는 조기 총선을 받아들인다는 집행부 입장이 관철됐다. 대신 코빈 대표는 새 노동당 정부에서 '유럽연합 잔류'까지 선택지에 넣은 국민투표를 재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럽연합 잔류파 민심을 상당히 반영한 결정임에도 노동당 지지율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총선 국면이 시작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노동당은 보수당에게 10-20% 포인트 차이로 크게 뒤쳐져 있다. 그럴수록 노동당 집행부는 총선의 최대 쟁점이 브렉시트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시대 종결임을 강조한다. 모든 언론이 이번 총선을 브렉시트 선거라 하지만, 노동당만은 1979년 총선으로 시작된 한 시대에 마침표를 찍는 선거임을 역설한다.
코빈의 노동당은 이미 2017년 조기 총선에서 이런 입장으로 선거전에 임한 바 있다.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라는 제목의 총선 공약집이 이 입장을 뒷받침해주었다. 공약집은 신자유주의로 파괴된 복지국가를 재건하겠다고 약속했다. 숱한 부분 사유화로 누더기가 된 영국식 공공의료체계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원상 복구하겠다고 했고, 대학 등록금을 폐지해 대학무상교육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또한 철도와 여러 공공 서비스를 재국유화하겠다고 했고, 주택 임대료를 강력히 통제하겠다고 했다.
복지국가 재건만이 아니었다. 신자유주의 질서를 넘어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는 야심찬 제안들이 담겨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요즘 '그린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주목 받는 종합 정책이었다. 노동당은 기후 위기에 맞서 빠른 시일 안에 탄소 배출 제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새로운 에너지 체제를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비전통적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을 총동원해 공공 금융 기관을 신설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 및 산업 부문에 투자하겠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이를 계기로 신세대 공기업과 협동조합 기업도 육성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며, 산업 전환에 부응하는 교육 개혁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노동당 2019년 총선 공약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공약집 내용을 이후 일상 활동에 녹여온 코빈 집행부이기에 2년 전 공약에서 크게 바뀌는 대목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간 전당대회에서 채택했던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이 추가될 것이다. 가령 노동당은 집권 이후 10년에 걸쳐 노동시간을 주당 32시간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또한 영국식 귀족 교육의 토대인 사립학교를 공립화하기로 했다. 후자는 집행부가 아니라 대의원들이 제출한 안건이었는데, 많은 하원의원이 반대하고 우려를 표했음에도 대의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채택됐다. 노동당의 역사가 100년이 넘지만, 영국 상류계급이 재생산되는 통로인 사립학교를 폐지한다는 당론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괄소유기금 방안도 주목된다. 10년 계획으로 각 기업의 노동자들이 기업 주식의 10%를 집단 소유하게 하자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가 기업의 지배 주주 중 하나가 되고 경영에도 안정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는 1970년대에 스웨덴 노동운동이 추진한 임노동자기금 방안의 21세기 영국판이라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추진된 공공부문 사유화(민영화)와는 정반대 방향의 소유 구조 개혁인 셈이다.
2017년 공약집에 덧붙여질 또 다른 핵심 공약으로는 '보편적 기본 서비스(Universal Basic Services, UBS)' 구상이 있다. 이름에서 눈치 챈 분들이 있겠지만, 이는 '보편적 기본 소득(UBI)'에 대응되는 내용이다. 노동당은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아직 당론을 결정하지 않았지만, 그 전에 우선 기본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보건, 교육, 주거처럼 20세기 복지국가가 주력했던 분야뿐만 아니라 교통, 정보, 안전 등의 서비스까지 공적으로 운영하며, 시민은 이를 무상으로 이용하고, 재원은 주로 누진적 소득세로 마련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시기에 훼손된 공공 서비스를 재건하면서 이를 새로운 영역으로까지 더욱 확장하려는 구상이라 하겠다.
이런 정책들을 내세운 세력이 두 달 뒤에 총선에서 승리해 실제 집권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코빈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가 총선 공약집 내용을 하나하나 실현한다면, 1980년대 초에 세계가 영국을 바라보며 내딛던 모험적인 발걸음이 이제는 정반대 방향에서 전개될 것이다. 산업 자본주의와 화석에너지 경제를 시작한 나라, 제국주의 시대를 열고 신자유주의 지구화-금융화의 막을 올리는 데도 앞장선 나라에서 이제는 이러한 역사를 되돌리려는 진지한 노력이 시작될지 모른다. 노동당 지지자들이 이번 총선을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 부르는 게 결코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은 신자유주의 시대가 남겨놓은 혼란과 궁지 속에서
그러나 아직도 장벽은 높기만 하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은 10-20% 포인트 차이로 보수당을 뒤쫓는 형편이다. 2년 전 총선에서 보수당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던 노동당 지지율이 다시 떨어진 주된 이유는 유럽연합 잔류파 지지층의 이탈이다. 이들이 노동당에서 이탈한 만큼 자유민주당 지지율이 올랐다. 패러지가 영국독립당에서 탈당해 새로 만든 극우정당 브렉시트당의 지지율이 오르는 만큼 보수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과 동일한 상관관계가 작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자유민주당을 이끄는 조 스윈슨 대표는 사회경제 정책 측면에서 보수당과 별 차이가 없는 시장자유주의자다. 브렉시트라는 단 한 가지 쟁점 때문에 자유민주당에 표를 던진다면, 의도하지 않게 신자유주의의 시간을 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노동당은 총선 승리를 위해서도 자유민주당으로 간 지지층을 다시 설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영국 사회의 출구를 열기 위해서도 반드시 그래야 할 책임이 있다.
막상 노동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그리 비관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자신감에 차 있다. 2017년 조기 총선에서도 노동당은 코빈 집행부 아래서 보수당의 절반 가까운 지지율로 선거전을 시작했었다. 그러나 투표함을 열어보니 보수당 득표율은 42.4%, 노동당은 40.0%였다. 노동당 지지자들은 이번에도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만큼 바닥에서부터 여론을 바꿔가는 코빈 집행부의 선전전 역량을 믿고, 그 밑바탕에 있는 탈신자유주의 정책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 4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시간 동안 과연 어떤 힘이 더 우위를 확보하게 될까? 민심을 분열시키고 혼란과 궁지에 빠뜨리는 브렉시트 논란의 힘일까? 아니면 노동당 지지자들이 기대하는 탈신자유주의, 탈긴축 민심의 힘일까?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더욱 손에 땀을 쥐게 된다. 하지만 영국 민중의 이 진정한 대전(大戰)을 관전하며 한 가지만은 분명히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려는 이들이 마주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 상황이다. 흔한 멜로드라마와는 달리, 어느 날 갑자기 다수 민중이 각성해 소수의 구세력을 고립시키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놓은 복잡하고 착종된 사회 지형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힘과 계기를 만들어내려는 노력 자체가 거듭 막강한 장벽에 부딪히고 수렁에 빠진다. 영국의 경우 이러한 장애물은 브렉시트 논란이고, 우리는 최근 조국 대전이라는 비슷한 일을 겪었다.
어려운 시험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영국인들이 이 시험을 먼저 풀어나가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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