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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왜 하늘로 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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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왜 하늘로 오르는가 [삼성공화국, 어디로 가나] 아픈 곳이 중심이다

촛불 항쟁이 있었다. 적폐 정권이 물러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 그럼에도 왜 서민과 노동자, 젊은이, 아니 우리의 삶은 변화가 없는 것인가. 김용희 노동자가 6월 10일부터 강남역 사거리 철탑 위에 올라 170일이 넘게 고공농성을 하고 톨게이트 노동자 또한 요금소 캐노피 위에서 오랜 동안 투쟁했음에도, 이에 시민사회가 연대하고 있음에도 왜 삼성과 한국도로공사는 전혀 응답이 없고 정부 또한 팔짱만 끼고 있는가. 우리가 배알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자신이 잘못된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는가.

촛불에도 신자유주의 체제와 기득권 동맹은 굳건하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신자유주의 체제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이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가치를 착취하여 자본을 축적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 체제로 계급갈등과 소외를 심화하고 만인을 향한 경쟁을 조장하며, 대중이 상품과 돈을 신처럼 섬기게 만들며, 이를 유지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을 탄압하고 소비를 조장한다. 노동자들의 피어린 투쟁과 시민사회의 연대로 헌법에 노동권을 보장하고, 노동법과 환경법 등으로 자본의 야만을 규제하는 것을 제도화하게 되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체제는 극단의 경쟁과 이윤을 추구하면서 자본의 야만을 제한하던 온갖 규제를 해제하였고, 현대사회라면 당연히 공적인 영역으로 존속해야 하는 교육이나 의료, 주택, 교통의 분야까지 사영화하였다.

노동의 유연성을 주장하며 대량해고를 단행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였다. 국가가 자본과 굳건한 동맹을 맺고 노동을 억압하고 노동자의 연대를 분쇄하였다. 그 결과,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거의 절반을 점유할 정도로 불평등이 심화하였다. 1100만 명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전락하였고,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대중 또한 신자유주의의 탐욕을 내면화한 채 극단적인 경쟁과 이윤,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았다.

김용희 노동자도 신자유주의 체제에 희생된 수많은 노동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다만, 다른 것이라면 결코 투항하거나 포기하지 않은 채 한국 최대 자본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용희 노동자는 노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납치, 폭행, 간첩 누명 등 필설로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탄압을 받았고 부당 해고를 당했다. 삼성은 그의 가족들에게도 회유와 협박을 하였고, 이 과정에서 부친이 유서를 쓴 채 행방불명이 되었으며, 아내는 삼성의 사주를 받은 것이 의심되는 경찰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하였다. 김용희 노동자는 이 부당함과 불공정함, 폭력에 맞서서 20년이 넘게 투쟁하였고, 170일이 넘게 고공농성을 하였고 그 중 55일은 단식하였다. 그럼에도 삼성은 남의 일처럼 방관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둘째로 촛불항쟁에도 ‘자본-정권-사법부-보수언론-종교 권력층-김앤장과 같은 어용 전문가 집단’으로 이루어진 기득권 동맹이 조금도 균열되지 않은 채 서민과 노동자를 수탈하고 있고, 문재인 정권도 이 동맹에 직, 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 동맹의 맹주다. 창업주인 이병철은 친일매판 행위의 대가로 조선식산은행에서 받은 담보대출을 밑천으로 삼아 삼성상회와 조선양조를 설립하여 일본군의 군납업체 구실을 하면서 자본을 축적하였다. 해방 이후에는 일제의 적산기업을 인수하여 대기업으로 나아가는 기반을 다지고, 일본 기업과 유착하여 사카린 밀수를 하는 등 여러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여 재벌로 성장했고 이제 글로벌 대기업이 되었다.

일개 군납업체가 글로벌 대기업으로 부상한 마법의 비밀은 크게 두 가지다. 그 첫째 비결은 삼성이 한국의 최고 인재를 뽑아 연봉을 많이 주는 대신 악랄하게 부려먹고 철저하게 착취를 하면서도 무노조경영을 하여 내부적으로 저항을 받지 않은 데 있다. 둘째 비결은 일제, 이승만 정권, 박정희 등 군사독재 정권, 이명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권에 수천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온갖 특혜를 받은 데 있다. 삼성은 정관계·언론계·사법부·학계에 전방위 로비를 하여 정경유착을 비롯한 한국형 부패의 토대를 형성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밀수, 조세포탈, 불법승계, 순환출자, 노조파괴공작, 노동자 인권탄압, 산재사망사고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범죄를 범하였음에도 매번 정권과 사법부의 비호를 받았다. 보수정권은 말할 것도 없고, 노무현 정권도 삼성과 유착관계로 노동과 개혁에 등을 돌렸고, 현 정권도 반노동 친재벌로 회귀하였다.

촛불에도 노동자가 하늘로 오른 셋째 이유는 적폐청산과 개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폐의 핵심은 삼성과 기득권동맹이지만 몇몇 꼬리들만 생색내기용으로 구속되었다. 보수 정당은 태극기부대와 현 정권의 실정을 바탕으로 다시 지지와 헤게모니를 회복하였다. 문재인 정권은 기득권과 미국의 눈치를 보며 재벌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 정치개혁 등을 미룬 채 겨우 공수처 설치나 비례대표제 정도로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려 하는데, 자한당과 보수 언론은 이마저 껍데기로 만들고자 생떼를 쓰고 악다구니를 부리고 있다. 그 바람에 잠시 숨을 죽이고 있었던 적폐들이 다시 활보하고 있고, 대신 서민과 노동자는 더욱 생존위기와 불공정, 부당한 탄압에 신음하고 있다.

진보, 분열에 더하여 헤게모니를 상실하다

마지막으로 진보가 분열에 더하여 헤게모니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기득권 동맹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자본, 권력, 정보가 열악한 것이 진보진영이다. 그럼에도 독재에 맞서서 목숨을 걸고 민주화운동을 하였다는 역사와 상대적으로 청렴하다는 자질로 인하여 헤게모니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중의 절반 이상이 권력을 가지면서, 기득권이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서 온갖 특혜와 특권을 누리면서 ‘부패한 보수와 별로 차이가 없는 자’로 변하였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을 기점으로 지지를 잃고 비판을 받더니, 조국 사태로 그 실상이 드러나면서 남은 헤게모니마저 몽땅 상실하였다.

그러지 않아도 노동자 민중 진영은 아직까지도 NL 대 PD 식의 이념적 차이와 분열로 인한 앙금을 털어내지 못한 채 정당 차원이든, 정당 밖의 비제도적 운동의 차원이든 하나로 연대하지 못하고 있다. 고액연봉을 받는 정규직 노동자와 그 절반의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사이의 골이 깊다. 노동자 가운데 상당수가 계급의식이나 사회의식이 없어서 보수정당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노동자임에도 부동산, 주식 투자를 하면서 의식과 태도는 자본가의 성향을 갖게 되는 자본가형 노동자(capitalist worker)로 변질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층이 보수화하고 더 젊은 층은 디지털 원주민으로 사고와 의식, 행위 양태 자체가 변하면서, 무엇보다도 젊은 층이 신자유주의 체제와 장기침체, 자동화의 피해자로 노동의 형식과 내용이 변하고 취업조차 어려워지면서 세대 사이의 불평등과 갈등 또한 첨예해졌다. 미투운동 이후 젠더 사이의 갈등과 대립도 경제 모순이나 정치적 의제를 무화시킬 정도에 이르렀다.

핵심 문제는 불평등이다

그렇다면, 원인에 부합하는 처방이란 무엇인가. 무엇보다 먼저 가장 핵심적인 대안은 불평등 완화란 것을 인식해야 한다. 불평등은 비단 빈부격차로 인한 부자와 빈자의 갈등과 대립, 투쟁으로 그치지 않는다. 불평등은 개인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해치고 사회불안을 증대한다. “불평등이 심할수록 사람들은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전략 대신 경쟁과 힘에 의해 해결하는 전략을 선호하게 된다. … 불평등이 심해지면,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사회통합이 줄어들며 사회적 관계의 질은 내려가고, 범죄와 폭력은 증가하고, 스트레스가 증가하여 건강은 나빠지고 평균 기대수명이 떨어지며, 사람들 사이의 신뢰수준은 내려간다.… 소득 불평등이 높을수록, 적대감, 인종적 편견이 심하고 여성의 지위도 낮다.”(리처드 윌킨슨, <평등해야 건강하다>) 설혹 개혁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불평등을 완화하지 않으면 개혁도 수포로 돌아간다. 왜냐하면, 개혁은 법과 시스템에 이어 사람과 문화가 바뀌어야 안착하는데, 불평등이 심할수록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하여 치열하게 경쟁하고 탐욕을 키우면서 협력전략보다 지배전략을 선택하고 반개혁적 성향과 행동을 표출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진보진영은 신자유주의 체제 극복과 기득권 동맹의 균열로 운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반신자유주의 반 기득권 적폐 동맹으로 전선을 형성하고 그 틀 안에서 서로 차이를 인정하면서 계급모순, 민족모순, 환경모순, 젠더모순을 종합한 적녹보의 연대를 이룩해야 한다. 비정규직과 대량해고의 철폐, 조세개혁, 보편적 복지, 의료·주택·교육·교통의 공공화, 종업원 지주제, 몬드라곤식 기업 전환 등을 추진하는 운동을 전개하여 근본적으로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

아울러, 재벌의 점진적 해체와 중소기업 위주로 경제 재편, ILO 수준 관련 노동법 개정, 노동3권의 100% 보장, 비정규직과 정리해고의 철폐를 바탕으로 한 노동개혁, 지검장과 판사의 직선제, 시민검찰제 등 시민이 주체가 되어 권력을 통제하는 사법개혁, 숙의민주제와 직접민주제를 구체화한 정치개혁, 대학서열과 입시를 철폐한 교육개혁,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면서도 상업성과 선정성을 극복한 언론개혁 등을 단행해야 한다.

이런 운동의 전제는 시민사회의 조직화다. 주권자로 인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고 그 동력이 미투운동으로, 검찰개혁의 촛불로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시민사회의 조직화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마을, 학교, 공장에 자치적인 조직을 결성하고 공론장을 조성하며 이를 바탕으로 제도의 틀 안에서는 의회와 정당에 진출하여 민의를 수렴한 정책을 추진하고, 제도의 틀 밖에서는 기득권 동맹에 균열을 가하고 신자유주의 체제가 해체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

이 운동의 최전선에 바로 강남역 사거리 철탑이 있다. 그 철탑의 위와 아래에는 일제와 군사독재, 신자유주의 체제가 만든 괴물이자 한국을 부패공화국과 1%만을 위한 사회로 만든 기득권 동맹의 맹주인 삼성에 맞서서 올곧게 투쟁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그들을 고립된 섬으로 만드느냐, 아니면 신자유주의와 재벌 해체의 교두보로 만드느냐는 이제 우리에게 달려있다. 검찰개혁의 촛불을 든 시민 가운데 10분의 1만 이 철탑 아래로 모였다면 삼성이 저토록 오만방자한 태도를 계속 취하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불평등의 완화 없이 젠더모순과 세대모순의 극복과 검찰개혁도 무망하다는 첨예한 인식과 더불어 머리나 배꼽이 아니라 아픈 곳이 우리 몸의 중심이라는 공감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참으로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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