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세연 "속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세연 "속았다" "이게 살아있는 정당이냐"…나경원 불신임 반발 확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원내대표 임기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한국당 최고위원회의가 '원내대표 임기 연장은 없다'는 결정을 한 것을, '월권' 등 당내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당 내에서는 소신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날 최고위 결정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지난 1년 한국당 원내대표로서 보낸 시간은 뜨거운 열정과 끈끈한 동지애, 눈물과 감동이 가득한 시간이었다"며 "오늘 의총에서는 (나의) 임기 연장에 대해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당 원내대표 나경원'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춘다"고 그는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최고위 결정을 수용한 배경에 대해 "권한과 절차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으나, 오직 국민의 행복과 대한민국의 발전, 당의 승리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최고위가 당 대표의 '원내대표 선거 공고' 권한을 '원내대표 임기 연장 여부 결정권'으로 확대 해석한 데 대해 당내 반발이 있음을 언급한 대목이다.

나 원내대표는 "부족한 저에게 기회를 주고 믿어준 국민과 의원들께 감사드린다"며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에 있다.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은 바다로 흘러간다. 한국당은 흔들리거나 멈춰서는 안 된다"고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나 원내대표가 황교안 대표와 정면 대결을 펼치지 않고 물러날 뜻을 보이면서, 제1야당은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게 됐다. 구도는 뚜렷이 갈린다. 계파로는 구 친박계 대 비박계, 노선상으로는 대여 강경투쟁론 대 협상론이다.

전날 비박계 강석호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협상을 통해 우리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도 모자란 판에, 협상의 주도권은 고사하고 우리 스스로 아무것도 손에 얻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무너진 원내 협상력 복원"을 내세웠다.

이날 오전, 나 원내대표가 퇴임 인사말을 하고 있을 때 출마 기자회견을 한 구 친박계 유기준 의원은 반면 "강력한 리더십으로 패스트트랙 좌파독재 장기집권 시도를 철저히 막아내겠다"며 "여당은 '4+1' 틀을 만들어 한국당을 배제·고립시키려는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다른 정당과 협의하고 연합해 '3+2'나 '2+3'으로 구도를 바꾸고 여당을 압박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하겠다"고 했다.

黃 비판 봇물 "이게 살아있는 정당이냐", "권한 없는 일 해", "말기 증세"


그러나 나 원내대표의 수용과 차기 원내대표 경선 확정에도 당 내에서는 전날 최고위 결정에 대한 반발이 잇달았다. 구 친박계로 분류됐지만 '영남·강남 중진 용퇴론'에 불을 지피기도 한 김태흠 의원은 의총 사회자의 만류와 일부 의원의 야유에도 꿋꿋이 의총 공개 발언을 신청해 지도부를 비난했다.

김태흠 의원은 "최고위 의결 내용은 참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며 "언론에 이유를 밝힌 부분도 너무나 황당하다. 원내대표의 연임이나 경선은 의총에 권한이 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내대표 선거일 공고를 당 대표가 하게 한 것은 절차상의 권한"이라며 "새 원내대표를 선거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 날짜나 일정을 자기한테 유리하게 하는 논란 소지를 없애고 선관위 같은 역할을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태흠 의원은 "여러분은 '비공개로 하자'고 김태흠이가 나와서 얘기하는 것을 막고 있지만, 제 입을 막은들 이 얘기가 밖으로 안 나가겠느냐"며 "이 문제가 옳다고 보나? 이게 살아있는 정당인가? 우리가 문재인 정권 독재, 국회의장이 함부로 유권해석으로 국회를 끌어가는 부분을 어떻게 비판할 수 있겠나"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최고위가 무리한 당규 해석으로 당을 독재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취지다.

김태흠 의원은 "당 대표가 현명한 선택을 했어야 한다"며 "나 원내대표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나도 많다. 지금 100여명 (한국당 국회의원) 중에서 원내대표의 국회 전략에 문제를 제일 많이 제기한 사람이 나다.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호불호 가지고 연임 문제를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다시 원점에서 '연장이냐, 선거를 통해 새 원내지도부를 뽑느냐'를 의총에 넘기고 되돌리기를 최고위에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열린 황교안 대표 주재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장에서도 4선 정진석 의원이 "이런 것은 처음 본다. 당신들 너무한다"고 회의 시작 전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선 중진인 판사 출신 홍일표 의원도 당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원내대표의 선출과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의원총회에게만 있다"면서 "(당헌당규) 규정들을 종합해 보면, 당 대표의 '공고'에 관한 권한은 선거일을 정하는 절차상의 권한일 뿐이고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결정할 권한까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의원총회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위가 나서서 임기연장을 불허한다며 신임 원내대표의 선거 공고를 하는 것은 권한 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의도연구원장직에서 물러난 3선 김세연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경선 공고를 당 대표가 한다는 규정을 가지고 권한을 과대해석해서 나온 문제인 것 같다"면서 "재신임 여부가 바로 오늘 의원총회에 부쳐질 것으로 예고가 돼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최고위가 원내대표 임기 연장 해석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당 지배구조의 근간을 허무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세연 의원은 "최고위가 의원들의 총의에 의해서 선출이 되는 원내대표 임기를 이런 식으로 임의로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마치 삼권분립이 보장돼 있는 국가에서 사법부가 직접 입법을 시도하거나 행정부가 법률을 개정한다거나 이런 아주 근본적인, 당 구성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재차 지적하며 "이런 식으로 당 운영이 되어선 정말 곤란하다. 이건 당이 정말 말기 증세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연 의원은 "이렇게까지 당 구조 자체를 흔들어버리는 것은 정말 당이 근본적으로 해체되는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우려가(든다)"면서 "뭐, 제가 '해체'를 요구했기 때문에 저의 제안에 대한 응답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이렇게 가선 곤란하다"고 냉소적인 농담을 섞어 비판했다. "삼권분립이 허물어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직 사퇴 놓고 "알고도 속아"


한편 김세연 의원은 자신의 여의도연구원장직 사퇴에 대해 '속았다'는 취지의 말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황교안 지도부는 황 대표의 단식 중단과 당무 복귀 이후 쇄신 차원에서 당직자 전원 일괄사퇴를 단행했으나, 사무총장·전략부총장에는 '친황(親황교안)'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다시 임명됐고 황 대표의 측근인 조직부총장은 유임됐다. 또 나머지 사임 의사를 밝힌 당직자들도 대부분 유임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세연 쳐내기 아니었느냐'는 의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김세연 의원이 '당 해체' 등 고강도 쇄신론을 주장하며 지도부에 반기를 든 데 대한 보복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김세연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에 가장 근본적 쇄신을 제안했었고, 제가 제안한 쇄신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에서 임명직 당직자들 다 사퇴하는데 저 혼자 사퇴하지 않겠다는 것은 오히려 쇄신을 가로막는 행위가 될 수 있어서, 제가 밝혔던 입장과 배치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 제가 '조건부 동의'를 했었다"며 "'일괄적으로 모두가 사퇴하는 것 같으면 저도 그렇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하고 "세상 살면서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 하는 것"이라고 말해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김세연 의원은 라디오 사회자가 '속았다는 말은 일괄 사표는 냈지만 유임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말한 것이냐'고 재질문하자 "네"라고 답하고는 "대표의 의중을 직접 집행하고 전달하는 사무총장의 제안이었기 때문에, 모든 임명직 당직자가 다 사퇴하는 결정이 이뤄지는데 그런 진정성까지 의심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저도 동참을 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박맹우 사무총장이 점심시간에 전화를 걸어와 약 1~2분간 통화하면서 당직 사퇴 제안을 받았고, 자신은 "'일괄적으로 하는 거라면 동의하겠다'고 이야기했다"면서 "통화 마치기 직전에 혹시라도 이런 가능성이 있을까 싶어서 한 번 더 이야기하니까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는지 그런 말씀을 한 번 더 덧붙였다"고 폭로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