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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협상 2년, 왜 더 나가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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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협상 2년, 왜 더 나가지 못하나 [창비 주간 논평] "김정은, 북한 아닌 한반도의 '새로운 길' 상상해야"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 해 계획을 세우는 일이 한창일 연말이다. 그런데 국내외를 보면 올해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한반도 정세도 마찬가지인데, 무엇보다 북미협상이 여전히 교착상태다. 연말까지 특별한 돌파구가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북한이 거듭 강조하는 '새로운 길'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내년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벌써 많은 사람들의 예상은 이미 이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북미협상의 새로운 돌파구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제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지, 거기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제시할 '새로운 길'의 방향이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게끔 준비하는 것이 얼마 안 남은 2019년에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새로운 길'에 대한 평가와 대응으로 관심을 이동하기 전에 왜 2년 가까이 진행된 북미협상이 결국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는가를 진지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면 한반도 정세가 극단적 대립으로 재진입하는 것은 피할 수 있더라도 앞으로 문제해결에 이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미협상의 돌파구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비핵화와 관련한 북미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데 있다. 북한은 안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실질적인 상응 조치가 없는 협상에 관심이 없다고 분명하게 밝혀왔다. 최근에는 연락대표부 설치나 종전선언 등은 미국이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는 조치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발전권 보장'을 대북 적대정책 해제의 주요 내용으로 제시했다. 그렇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최종적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단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로 제재 해제 등을 포함한 상응조치에는 부정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이 자신들이 취하려는 조치에 지나치게 높은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분명 문제지만, 이는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미국이 비핵화 이전에는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협상 진전을 근본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북한에 실질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상당 기간 그들의 관심사를 수용할 생각은 없다는 식으로 나와서는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북한은 작년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이러한 태도가 변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으나 지금은 그마저도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물론 미국의 우려, 즉 재제를 해제하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할 추가적 수단이 없다는 우려는 현재 상황에서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에 기초한 대북정책, 즉 선비핵화론이 결과적으로 북의 핵미사일 능력의 강화로 귀결되어온 역사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이러한 우려는 미국이 제재 말고 북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어떤 수단도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한데, 이는 오랜 대북봉쇄정책의 결과이다. 그리고 봉쇄정책의 결과인 관여(engagement) 수단의 부재는 다시 대북협상에서 미국이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의도와는 달리 북한을 더 핵과 미사일 같은 군사적 억제에 집착하게 만들어왔다.

대북봉쇄를 전제로 북한의 비핵화를 강제하려는 전략은 협상과 대결 사이를 왕복해온 지금까지의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와 다른 접근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미협상에서 제재 해제를 포함한 단계적 진전을 이뤄내 외부세계와 북한 사이의 교류를 확대시키고, 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내적 동력과 함께 국제적 관여를 강화하는 접근이다. 이는 북한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외부 사회와의 교류가 활발해지면 결국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는 판단을 전제로 한다. 물론 이러한 접근법에는 최종적 비핵화의 시한이 설정되지 않아 북한의 이른바 '먹튀 행위'를 방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의 지도자가 이러한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투입할 가능성도 낮다. 그러나 새로운 접근이 없으면 한반도 정세는 앞으로도 '협상-대결'의 사이클을 반복할 것이며, 서로 위험을 회피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동안 상황은 점점 심각해진다.

결국 상황을 변화시키는 주체는 남한과 북한이 되어야 한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미국의 새로운 정책에 의해 한반도 정세가 긍정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접근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남북관계의 역할을 축소해왔다. 거꾸로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선 남한은 대북 국제 제재가 해제되기 이전에라도 한반도에 새로운 역동적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 면제를 요구하고 이를 관철해야 한다. 남한이 이러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도 많다. 2019년 남에 대한 북의 공세적 태도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2020년 초까지도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더 거세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북한과 미국 모두 단기적인 상황 돌파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동시에 상황이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면 남한이 이들을 설득할 여지가 증가할 것이다.

북한도 북미협상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식에서 탈피해 남북한의 본격적 협력 진전을 구체적 비핵화로 연결하는 데 더 적극적 태도로 나올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높일 수 있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는 데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남북협력이 한반도 정세 변화의 주요 동력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진정한 '새로운 길'이다. 북한의 새로운 길이 아니라 한반도의 새로운 길을 상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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