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국제공항 이륙 3분 만에 추락해 탑승자 176명 전원이 사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사고가 미사일에 격추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란 정부가 은폐 의혹에 휩싸였다.
이 여객기에는 63명의 캐나다 등 다양한 국적자들이 탑승해 국제적인 파장이 클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힌 국적별 사망자는 이란 82명, 캐나다 63명, 우크라이나 11명, 스웨덴 10명, 아프가니스탄 4명, 영국과 독일 각 3명이다.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피격 당시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우리가 확보해 검증한 영상은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륙한 지 몇 분 만에 피격됐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 신문이 홈페이지에 올린 19초짜리 에는 어두운 밤하늘에 섬광이 번쩍이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 보기 : <뉴욕타임스> '')
미사일이 여객기를 정면으로 타격하지 못해 곧바로 폭발하지 않고 공항 쪽으로 방향을 돌려 몇 분가량 더 비행하다 빠르게 추락했기 때문에 그동안 이란 당국은 "기체 결함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해 왔다.
미국의 고위관료들은 영상 공개에 앞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이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됐다는 정보를 익명으로 언론을 통해 공개했으며,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직접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이번 사고가 이란이 보유한 러시아제 미사일에 의한 피격일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비극적인 일이다, 저쪽에서 누군가 실수를 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사람들은 기계적인 이유라고 말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이란을 지목하는 것은 피했다.
CNN 등 주요 외신들도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보잉 737 여객기가 이란이 보유한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SA-15) 두 발에 격추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당국은 레이더 신호 자료를 바탕으로 이에 대한 검증 작업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 국방부는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고 있고, 해당 내용 문의에 대한 답변도 거절하고 있다.
사고 여객기가 이란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시간은 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들에 미사일 보복 공격을 단행한 지 몇 시간 뒤였다는 점에서, 군항기로 오인한 미사일 격추 사고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란 측 레이더가 미사일 발사 전에 사고가 난 우크라이나항공 보잉 737-800 여객기를 추적하고 있었다. 열 신호 자료에 따르면, 이 여객기는 지대공 미사일 2발의 신호가 감지됐을 때 이륙한 상태였으나 그 직후 여객기 부근에서 폭발이 발생했고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이란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블랙박스 2개를 회수했지만 사고기 제조 국가인 미국 측에 블랙박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사고 직후부터 사고 현장을 극도로 통제해 의구심이 커지고 미사일 격추 영상까지 공개되자, 이란 당국은 미국 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사고기 제조사 보잉 등 관계국들의 전문가들을 조사에 참여시킬 것이라고 입장을 바꾸었다.
이란 정부의 알리 라비에이 대변인은 9일 이번 추락 사고로 자국민이 희생된 나라들이 사고 조사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객기가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는 보도에 대해 "(이런 주장을 담은)이 모든 보도들은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이라고 여전히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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