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부가 발사한 미사일에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격추되는 영상을 최초로 공개한 <뉴욕타임스>가 이번에는 이란 군부가 30초 후 발사한 두번째 미사일에 의해 여객기가 더 큰 타격을 받는 영상을 또 공개했다. (☞영상보기: <뉴욕타임스>'
앞서 이란 군합동참모본부는 성명을 통해 "사고기는 테헤란 외곽의 민감한 군사 지역 상공을 통과하고 있었다"면서 "미국의 모험주의가 일으킨 위기 상황에서 이를 적기로 오인한 사람의 의도치 않은 실수로 격추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란 혁명수비대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대공사령관은 뒤이은 기자회견에서 방공미사일 시스템 작동자가 여객기를 미국의 순항미사일로 착각해 요격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설명했다.
인근 공항 이륙 후 정상 경로 상승 중 타격?
하지만 14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류 언론들은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이란의 보안 카메라 영상을 확보해 이란 당국의 설명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들은 독자적으로 영상의 진위에 대해 검증을 마쳤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영상이 보여준 정황으로 볼 때 이란 군부가 여객기를 적의 군항기나 미사일로 오인해 격추했다는 이란 정부의 해명에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영상은 미사일 발사 지점 근처에 있는 군사시설로부터 6.5킬로미터 떨어진 비드카네 지역의 건물 지붕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란 사용자가 지난 14일 새벽 2시(현지 시각)에 유튜브에 업로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기를 적의 군항기나 미사일로 오인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은 이 영상만이 아니다. 이란 군 당국이 우크라이나 여객기의 경로를 추적했다면 적기로 오인하기 어렵다. 비행경로 기록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이란이 이라크 미군기지들에 미사일을 발사한 뒤 몇 시간 동안 테헤란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19대의 여객기 중 하나이며, 공항에서 이륙 후 정상 경로로 분당 2000피트(약 610m)로 고도를 높이는 비행 2분만에 이란 군부가 첫 미사일을 발사했다.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건 희생자들이 속한 5개국 정부도 '고의 격추'를 배제하지 않고 조사할 방침이다. 5개국 대표들은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회동해 법적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5개국은 희생자가 많은 우크라이나, 캐나다, 스웨덴, 아프가니스탄, 영국이다.
바딤 프리스타이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사고 여객기가 정상경로를 이탈해 오인 격추를 유발했다는 이란 측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이 사건에 어떻게 대처할지, 이란 측 책임자들을 어떻게 처벌할지 등의 법적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5개국 대표들이 모여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스타이코 장관은 "여객기 격추는 이란 정부의 책임"이라면서 "누가 (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렸는지, 누가 (발사) 버튼을 눌렀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 (책임있는) 모든 사람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스타이코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문가들에 의해 블랙박스 기록들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그들은(이란은) 우리에게 블랙박스를 넘겨주기로 약속했다"면서 "우리는 블랙박스의 즉각적인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여객기 격추 사건과 관련해 '고의적 살해', '고의적 자산 파괴 혹은 손상' 등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여객기 격추를 기계적 결함에 의한 사고로 덮으려다가 명백한 물증 앞에 사흘만에 격추 사실을 시인한 후 신뢰의 위기에 빠진 상황이다.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정부의 격추 사실 은폐에 항의하는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사법부에 '특별 재판부 구성'을 요구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이란 군 합동참모본부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사고 여객기 격추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용의자를 다수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동의 <알자지라>는 "이란군, 특히 이란혁명수비대 수뇌부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이란 정부의 민심 수습책에 회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란 정부는 국제적인 경제제재가 전면적으로 부활하는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합동행동계획) 당사자국이었던 프랑스, 영국, 독일은 14일(현지시간) 이란이 핵합의를 위반했다면서 분쟁해결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대화로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유엔 차원의 제재가 재개될 수도 있다.
이란은 2018년 5월 8일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 합의를 파기한 이후 유럽마저 핵합의를 사실상 이행하고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4단계에 거쳐 핵합의 이행 수준을 줄여 왔으며, 지난 5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에 살해당한 것을 계기로 사실상 핵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핵합의 당사자국 중 유럽 측은 이란의 핵합의 이탈을 막기 위한 압박조치를 모색하는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유럽의 움직임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란 외교부는 유럽의 분쟁조정절차 개시를 불법적이라면서 규탄하면서도 "이란은 핵합의를 되살리려는 선의와 건설적인 노력을 지지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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