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료를 받으시면서 보육교직원의 보수를 삭감하여 지급한다던가, 학부모님들께 보육료의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준다던가 하는 불법행위를 시도하는 어린이집이 있다는 신고가 자꾸 들어오고 있습니다. 어느 어린이집인지 모르겠으나 정식으로 밝혀진다면 바로 보조금 부정사용으로 경찰에 수사의뢰할 예정이오니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모 지방자치단체가 관내 어린이집에 발송한 안내문)."
정부로부터 보육료, 인건비, 수당을 코로나19 휴원 조치 전과 같이 지급받으면서도 일부 어린이집이 무급휴가 등으로 보육교사 임금을 삭감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는 17일 철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적인 재난을 기회 삼아 이윤을 취하는 자들을 고발하려 한다"며 "코로나19는 원장님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라고 밝혔다.보건복지부는 2월 27일 코로나19에 따른 어린이집 휴원 및 긴급돌봄 실시를 앞두고 같은 달 26일 '코로나19 관련 전국 어린이집 휴원에 따른 보육료 및 인건비 등 지원 안내'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지자체에 발송했다.해당 공문에는 "휴원기간 동안 3월 2일(월)까지 입소 처리 및 보육료 자격 신청을 완료한 경우 3월 보육료 전액 지원", "보육교직원 인건비 정상 지원", "휴원 기간을 근무일수로 포함하여 수당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긴급 보육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해당 기간 기존 보육교사 기본 인건비 100%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복무관리'란에는 "정상출근을 원칙으로 하되 어린이집 운영에 필요한 경우 원장이 조정 가능. 출근하지 않을 경우 유급휴가 부여"라고 적혀있다. 이 경우 유급휴가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개인연차 유급휴가가 아닌 감염예방 관련 법령 및 코로나 19 대응 지침에 따른 별도의 유급휴가"라는 설명도 달려있다.해당 공문은 각 지자체를 통해 어린이집에 다시 전달됐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집 공문은 원장이 수령한다. 이에 따라 원장은 지침 내용을 아는데 교사는 모르는 경우가 빈번하고 이를 이용해 어린이집 원장들이 무급휴가, 연차휴가 강제 사용 등을 통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보육지부의 주장이다.실제 보육료 등을 지원받는데도 교사가 무급휴가를 하게 되면 교사에게 갔어야 할 인건비가 어린이집 회계에 쌓인다. 휴원 및 긴급보육 실시를 이유로 교사에게 연차휴가를 쓰게 하면 그만큼의 미사용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은 “현장에서는 원장들이 ‘아이들이 등원을 하지 않아 보육료 결재를 못한다’, ‘수혜성 경비를 받지 못해 인건비 지급이 어렵다’, ‘수당이 나오지 않아 어렵지만 특별히 다 지급을 해줄테니 대신 나에게 페이백을 해달라’는 등의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연차사용, 무급휴직, 조기퇴근 등을 강요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서명을 강요하는 일이 상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함 지부장의 말은 보육지부가 지난 8일부터 3일간 보육교사 7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이에 따르면 '어린이집 휴원에 따라 정상 출근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보육교사 비율은 33.3%(263명)다. 정상 출근하지 않은 보육교사 중 14.4%(38명)는 해당 기간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26.7%(70명)는 연차휴가를 강제 사용했다고 답했다.
지난 5일 휴원이 오는 22일까지로 연장된 이후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24.7%(65명)가 '무급 전환 조짐이 있다'고 답했다. '연차사용 강요가 더 심해졌다'는 응답도 16%(42명)였다. 현재 어린이집 휴원은 다음 달 5일까지 연장된 상태다.
보육지부는 "정부는 모든 보육교사가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지침을 다시 내려 보내 사용자의 불법 행위를 방지하고 이를 적극 관리감독해야 한다"며 "향후 지부가 운영하는 블로그, 밴드 등으로 보육교사의 제보를 받아 정부에 집단 민원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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