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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부 10년에 새로운 판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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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부 10년에 새로운 판결을 기대한다" [복지국가SOCIETY] 복지국가 정치동맹과 민주정부 10년
2012년 정권 교체를 위해서 야권이 통합하거나 연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두 말 하면 잔소리일 뿐이다. 이제 야권의 통합과 연대와 필요성에 공공연히 반대하는 정치세력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선거연합에 그치는 최소한의 연대든, 아니면 최소강령에 기반을 둔 단일정당이든, 무엇이든 간에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모색해보자는 분위기가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복지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정치세력을 크게 하나로 모으자는 '복지국가 정치동맹' 건설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야권통합을 위한 당내 특별위원회 출범에 즈음해 '미국의 뉴딜연합과 스웨덴의 복지동맹을 넘어서는 역사적인 복지동맹'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복지 전도사'로 각광받고 있는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또한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주장하고 있다.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도 '민주동맹에서 복지동맹'으로 가자고 역설하고 있다. 진보신당의 노회찬 전 대표도 '서민중심 복지동맹'을 말한 바 있으니, 이 정도면 '복지국가 정치동맹'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확산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기본적으로 환영하면서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민주정부 10년 동안 행해진 복지정책에 대한 평가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민주정부 10년의 공과 과를 잘 따져서 성과는 계승하고 잘못은 성찰하고 한계는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때만이 '복지국가 정치동맹'이 굳건히 설 수 있다. '복지국가 정치동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세력과 두 정부에 맞서 비판하는 입장에 섰던 세력을 모두 아울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정부 10년, 특히 민주정부 시절의 복지정책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그러면 민주정부의 공은 무엇이고 과는 무엇일까? 무엇을 계승해야 하고 무엇을 극복해야 할까? 민주정부를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로 나누어 평가해보자면 이렇다.

먼저 공부터 보자면, 우선 국민의 정부 복지정책의 가장 큰 공은 복지국가로 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틀을 다졌다는 데 있다. 물론 정권 참여 세력의 한계로 인해 복지국가 논의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향후 우리나라를 복지국가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기초 공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4대 사회보험의 제도적 틀을 완성했고, 외형적 수준에서나마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주의 원칙을 관철시켰다.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로는,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에 버금가는 국민건강보험의 출범을 꼽을 수 있다. 선별적 복지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시혜적 개념의 생활보호법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바꿔 극빈자의 '기초생활보장'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명문화하고, 국민은 이를 수급권이라는 권리로서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큰 공적이다. 기초노령연금제도 도입 등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다져놓은 각종 복지 프로그램의 제도적 기틀을 더 튼튼하게 하고 내실화하였다는 점, 매년 전년 대비 10% 이상으로 복지 재정을 확충한 점이 큰 공이라고 할 수 있다. 매년 꾸준히 늘어난 복지재정은 국민의 정부 시절 시행되기 시작한 각종 제도를 안정화하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참여정부는 하위 50%의 아동에게 보육료를 지원하는 등 보육의 사회화를 추진했고, 사회서비스 개념을 도입해 복지정책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는 하나, 기초노령연금과 장기요양보험을 입법화 한 것도 참여정부의 성과였다.

민주정부 시절에 이뤄진 이러한 복지정책의 획기적인 진전은 그동안 저평가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저평가된 가장 큰 이유는 민주정부 시기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매우 심화됐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장 큰 과라고 할 수 있다. 양극화의 근원인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시행한 점, 노동 유연성 원리를 적극 도입해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양산시킨 점 또한 반드시 지적해야 할 대목이다. 한미 FTA의 추진은 가장 크게 비판 받는 지점이다. 부자 감세로 이명박 정부가 많이 비판받고 있지만, 사실은 민주정부 시기에도 소득세 인하 등 감세는 꾸준히 이뤄졌고, 법인세도 낮춰졌다. 모두 오롯이 민주정부의 한계다. 성찰이 요구된다.

이렇듯 복지의 확충과 신자유주의의 수용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민주정부의 성과와 한계를 분명히 평가하고 인식한 가운데, 새로운 시대의 과제를 도출할 때 '복지국가 정치동맹'을 튼튼하게 건설할 수 있다.

▲ 무상급식에서 시작된 논쟁은 보편적 복지와 이를 위한 증세에 관한 것으로 확대됐다. ⓒ프레시안

'복지국가 정치동맹'은 민주정부 시절 획기적으로 확충되기 시작한 복지 서비스를 더욱 확대하고 보편주의 원칙을 더욱 폭넓게 관철해 우리나라를 역동적이고 보편적인 복지국가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해야 한다. 우리 국민에게 복지 재정을 OECD 국가들 평균 수준(국내총생산 대비 복지재정의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8.5%에 불과한데 OECD 평균은 20%)까지 끌어올려 각종 복지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하겠다는 약속하고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민주정부의 성과를 계승하는 측면이다.

한편 '복지국가 정치동맹'은 복지와 경제는 하나의 유기적 통합체라는 점을 잘 인식해 경제정책 또한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목표에 맞게 수립해야 한다. 복지재정의 확충을 통한 과감하고 폭넓은 복지정책의 시행은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고 사회 임금의 증대로 이어져, 이는 다시 소비의 증가와 내수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서민 경제의 성장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는 결국 다시 세수 증가로 이어지고 국가의 적극적인 복지정책과 산업정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되는데, 유럽 선진국들이 좋은 모델이다. '복지국가 정치동맹'은 사회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 차별을 폐지하고, 영세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적극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이는 민주정부의 한계를 극복하는 측면이다.

성과를 계승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두 가지 측면이 모두 중요하다.

역사의 법정에서 민주정부가 받은 첫 번째 판결은 성과보다는 한계를 지나치게 고려한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신자유주의 정권이라는 딱지까지 붙었고, 이는 일면의 진실만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역동적인 보편주의 복지국가로 가는 데 필요한 기틀을 다졌다는 측면에서도 민주정부 10년을 고려해 새로운 판결을 내려야 한다.

지난 민주정부 10년은 그 한계를 성찰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계승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민주정부는 부정의 대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긍정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은 시민사회를 포함하여 우리사회의 진보적 발전을 원하는 모든 이에게 필요하다. 이는 특히, 민주정부 10년 동안 야당의 입장에 있었던 진보정치세력에게도 요구되는 관점이다.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현재다. 그리고 현재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행해진 복지정책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 강력한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건설이라는 문제는 이렇게 민주정부 10년과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제 꼬인 매듭을 풀자. 그리고 모두 함께 '역동적 복지국가'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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