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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원자력협정, 실리를 추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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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미원자력협정, 실리를 추구하자 [핵연료 재처리 진단과 대안 ⑧]
작년 말 UAE에 원전수출이 확정된 후, 원자력산업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된 것처럼 과대포장되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계약당시 소수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언론들은 제대로 된 분석과 비평 기능을 실종한 듯 했다. 계약당시 흘러나왔던 파병설은 최근의 특전사 파병으로 확인되었지만 여전히 계약서는 공개되지 않은 채 저가공급은 물론 고정가격 계약, 완공연기에 따른 손해배상 등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해외에서 들려오고 있다.

한편, 2014년에 종료되는 한미원자력협정을 연장하기 위한 실무 협상테이블이 시작된 후로 '파이로 프로세싱'이라는 새로운 재처리 방식으로 핵확산 걱정이 필요 없다는 주장에서부터 '핵주권론'까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한미원자력협정에서는 미국산 원전설비와 핵연료를 미국의 허가 없이 변형・가공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올 10월부터 시작한 차기협정 교섭을 통해 한국의 재처리 추진파는 '파이로 프로세싱'으로 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협정문을 개정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는 핵무기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매우 민감하다.

국내의 재처리 추진파들은 파이로 프로세싱이라는 새로운 재처리방식은 플루토늄을 단독으로 추출할 수 없으므로 핵확산에 연결되는 위험성이 적고, 재처리한 후의 우라늄도 재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도 높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재처리와 떼놓을 수 없는 새로운 원전인 고속로를 개발하면 사용후 핵연료속의 우라늄자원의 재활용률을 더욱 높일 수 있으며, 거의 무한정의 자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렇듯 특정 이해집단들의 주장과 잘못된 정보만 일방적으로 대중들에게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장정욱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의 주장을 8회에 걸쳐 연재한다. 장정욱 교수는 일본에서 재처리와 원전의 경제성을 연구한 학자다.

장 교수는 연재를 통해 1) '파이로 프로세싱' 재처리방식도 핵확산에 연결될 수 있다는 점 2) 사용후핵연료의 93~94%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비해 사실은 플루토늄의 1~1.2%의 재활용에 불과하다는 점 3) 어떤 형태의 재처리라도 몇백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고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4) 고속로 개발 역시 경제성과 안전성이 없으며, 홱확산에 연결된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짚어갈 예정이다. <편집자>

8. 한・미원자력협정, 원자력정책, 실리를 추구하자

한국은 2014년 만료의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추진에 대한 미국의 승인을 얻고자 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고위관계자는 한국의 재처리에 대한 미승인방침을 밝혔다(한겨레신문, 2010년 9월23일자). 올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협상이 시작되었으나, 재처리는 대한 미국의 부정적인 입장 때문에 협정의 교섭논의에서는 제외된 채, 한미양국이 파이로 프로세싱방식의 재처리를 공동검토한다는 한다는 이중적인 협상체제를 선택하게 되었다.

한편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사업의 재개와 그 핵연료와 재처리에 관한 영국의 협조의사에 대한 소개도 있다(월간조선, 2010년10월호). 현재, 한국의 재처리문제는 한・미뿐만 아니라, 상업용 재처리공장을 가진 프랑스와 영국 등도 관련되어 있는 만큼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한국이 재처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배경으로서는 작년 5월에 있었던 북한의 제2차 핵실험과 그 이후의 국내의 반응 즉 평화적 핵주권론의 대두, 작년 12월의 UAE에의 원전수출에 따른 관련 산업계 및 전문가들의 자신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7회에 걸친 칼럼에서 재처리와 고속로의 추진에 관한 분석을 통해 경제성, 안전성, 핵확산의 저항성 등의 측면에서 결코 국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또 해외 위탁의 재처리의 문제점도 언급하였다. 이하에서는 금후의 원자력정책을 둘러싼 선택과 집중이 긴요하다는 생각에서 아래와 같이 몇 가지의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 교섭시에 요구해야 할 내용으로서, 현행 40년의 기간의 단축과 투명성을 보장한 가운데 [연구실]에서의 사용후 핵연료의 취급에 대한 승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재처리는 섣부른 상업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장래의 방사성 폐기물의 관리에 적응할 기술옵션으로서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고속로개발도 실험로 수준에 머물면서 해외의 개발상황을 흡수・이용하는 실리주의자가 되자.

둘째, 연구실에서의 파이로 프로세싱의 추진도 플루토늄추출보다는 MA(Minor Actinide) 와 핵분열 생성물(Fission Product)의 [분리]실험에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사용후 핵연료의 발열량이 높고 장수명 핵종의 분리기술을 향상시켜야 하며 이를 위한 연구실에서의 사용후 핵연료의 취급은 필요하다.

셋째, 장수명 핵종을 안정핵종 또는 단수명 핵종을 바꾸는 [변환] 및 소멸의 경우에도 고속로의 개발보다는 레이저 및 가속기의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핵종의 파괴를 꾀하는 가속기 구동 미임계로(ADS)의 개발이 필요하다. 최근 벨기에가 국제공동으로 2015년경에 건설하려는 MYRRHA 계획은 참고할 가치가 있다. 중성자를 많이 생산하여 핵종파괴의 효율성이 좋은, 가속기 구동 미임계로의 상용화도 고속로처럼 불투명하나 가속기는 다른 산업에도 응용할 수 있는 폭넓은 이용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넷째, 경수로의 경제성 및 안전성의 향상도 필요하지만, 개발도상국에의 원전수출의 경우에는 중소형원전의 수요가 높다. 특히 소형의 개발이 장래적으로 바람직하며 러시아가 개발한 것 같은 이동식의 소형원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제철공장, 해수의 담수화 등에도 사용할 수 있는 고온가스로의 개발도 필요하다. 또 언제 실현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이론적인 원자로이지만, MS사의 빌게이츠가 제안한 100년간(?) 가동한다는 TWR(Traveling Wave Reactor)의 개발에도 응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사용후 핵연료는 직접처분을 우선정책으로 하되, 입지확보와 건설에 장기간이 요구되므로, 임시적으로 원전부지내의 저장시설을 건식을 중심으로 신・증설할 필요가 있다. 만약 부지의 제한이 있다면 집중적인 중간저장시설의 건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직접처분의 경우에도 영구적인 처분이 아니라, 핵종분리기술 및 가속기의 개발이 완성되었을 때, 다시 재처리한 후 최종처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동시에 국내의 지질조사, 즉 적어도 대표적인 지층을 중심으로 지하 500m깊이의 조사연구가 시급하다.

여섯째, 우라늄 자원의 자주 개발 및 해외의 농축공장 등에 관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20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 이상,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국내수요의 20~30% 정도를 공급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공장의 건설이 요구된다. 일본은 가동원전이 불과 7기였던 1981년에 이미 자국내의 농축공장에서 생산한 핵연료를 사용하였다. 한국의 우라늄 농축공장의 건설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IAEA의 우라늄연료의 국제풀운영의 논의가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일곱째, UAE에의 원전수출로 원자력산업을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설정하여 산업의 급격한 확대노선을 취하고 있으나 단계적인 발전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80년대 후반이후 세계적인 원자력붐의 쇠퇴로 웨스팅하우스(WH)사가 영국의 BNFL사 그리고 현재의 일본의 토시바(東芝)의 자회사로 전전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덟째, 원전이 지구온단화의 해결책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발전시에 이산화탄소를 발생하지 않는 점은 분명하나, 건설부터 최종처분기간까지의 전체적인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가동 중의 사고로 인한 중지의 경우, 대부분 중유연소의 화력발전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현재는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나 출생율 저하로 인구감소가 계속 진행될 경우, 그리고 Smart Grid와 같은 신시스템의 보급이 확대될 경우, 전력수요가 줄어드는 상황도 예측된다. 원전의 수명이 60년 이상이라면 발전원별의 구성에서 원전의 비율을 낮출 필요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UAE에의 원전수출같은 조건의 판매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개발비의 일부 회수, 국가위상의 향상, 국내의 경제적인 파급효과 등 높게 평가할 점이 적지 않다. 필자는 결코 관계자들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실질적인 계약내용의 공개는 기업간의 문제로 기대할 수 없겠지만, 몇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 즉, 1) 고정가격의 계약, 2) 완공연기에 따른 손해배상, 3) 60년간의 수명전체의 가동보증, 4) 저가격(약 200억달러) 이다.

이 경우 1) 고정가격이므로, 경제적으로 수익감소의 리스크가 높다. 그 이유로서 첫째 UAE 등의 중동국가에는 높은 경제성장에 따른 물가상승율도 높으므로 예상보다 높은 인건비 및 자재비의 추가부담이 생길 수 있다. 둘째, 금후 달러에 대한 한국의 원의 환율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므로 국내에의 유입수익은 감소한다. 셋째, 사전 조사부족에 따른 추가설비 등도 필요할 수도 있어 추가 부담의 발생도 있을 수 있다.

2) 원전건설은 공기연기의 사례가 많다. 최악의 경우 건설 중인 같은 형(型)인 신고리 3, 4호기의 부품과 기재로 대체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AREVA사가 핀란드에서 건설하고 있는 Olkiluoto 원전3호기의 건설기간이 연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AREVA사는 경영부담을 해소하기위해 자회사를 판매하는 상황을 되었던 점을 잊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한편 중동에 나가 있는 건설회사들의 능력을 이용하여 건설공기를 단축할 수도 있는데, 이 때는 UAE로 부터 보상을 받는 반대급부도 있다.

3) 60년이라는 전수명의 보장은 일반회사로서는 부담이 크다. 기기의 고장 등 모든 경우에도 걸맞는 비용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인지 의문이다. 4) 국내의 신고리 3, 4호기의 건설비용보다는 낮지 않는 것 같으나 360억달러보다 45%싼 가격으로 알려져 있다. 원전수출이 도로, 항만 등의 대형건설과는 달리 1년에 1기를 수출하는 것이 아닌 만큼, 후속의 수출업적에 따라서는 속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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