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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경제관계 2.0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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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중 경제관계 2.0 시대 [中國科学探究] 강대국 틈바구니 낀 한국, 기회 될까
벌써 한중 수교 20주년이다. 비록 중국과의 수교가 일본에 비해서는 20년, 미국에는 13년이 뒤졌지만, 한중간 경제 분야에서의 발전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성장속도가 눈부시다. 특히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부터는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과 역사적 갈등으로 중국과 미일간의 관계가 주춤한 사이, 한중간의 경제관계는 FTA 직전에까지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최근 몇 년간 한중간의 경제 관계는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8년 말 미국 발 금융위기로 불거진 중국식 성장모델의 모순과 우리에게는 세강섬유 사건으로 각인된 재중투자기업의 한계 노출이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실제 수치 역시 이를 반증한다. 2001년 우리 전체수출의 12.1%, 수입의 9.4%를 차지했던 중국 비중은 2011년 말 기준으로는 각각 24.1%, 16.5%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하지만 한 해 전인 2010년 한국 수출 중 중국비중이 25.1% 였던 것을 감안하면 처음으로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우리 기업의 대중국 투자는 그 변화가 심해 보인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중 수교 첫 해 170개에 불과했던 대중 신규투자 법인 수는 WTO 가입해인 2001년 한 해에 1000개를 처음으로 넘어 1057개를 기록했고, 2004년부터는 매년 2000개 이상의 법인이 중국 땅에 설립되었다. 특히 2004년 한 해 한국의 해외투자법인 중 57%가 중국에 신설되는 등 정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들어서 신규법인 수가 1297개로 전년비 반 수 가까이 급락했으며, 이후 매년 하락을 거듭하여 2011년에는 636개에 불과했다. 반면 2007년 한 해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아세안 국가들에 설립된 신규법인 수가 1000개가 넘는 등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중 경제관계를 크게 보면 중국 WTO 가입 전과 가입 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즉 2001년 이전에는 동북지역(요녕성∙길림성)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 한국기업의 노동집약적 산업에 대한 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를 한중 경제관계 1.0시대라고 명명한다면, 2001년 이후는 중국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편입한 1.5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이후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 SK 등 대기업의 수천억, 수 조 단위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으며, 투자 대상지역 역시 산동성, 강소성 등 동부연해 지역으로 바뀌었다.

한중간의 교역구조 역시, 이전의 단순한 임가공형 교역(한국산 부품을 중국에서 조립해 제3국에 수출)에서, 산업 내 수평적 분업 수준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즉 1.0시대 한중간 교역은 저임금을 활용하여 일부 부품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수직적 분업체계를 이루고 있었다면, 1.5시대에는 수평적 분업으로 전환하여 동일 산업 내에서 한국은 첨단제품을 중국에서는 중급 제품을 생산하게 된 것이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와 이어서 현재까지 진행중인 유럽 재정위기는 중국에게 보다 빠른 경제발전 모델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투자와 수출에 매몰되어 있던 경제성장 동력을 내수에서 찾으려는 정책의 전환이 최근 3년간 확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한중경제 관계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2.0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 2일(현지시간) 베이징(北京) 시내 상무부 청사에서 박태호(왼쪽) 통상교섭본부장과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FTA 협상을 개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과연 이러한 과도기에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최근 진행된 대한상의 대중투자기업 설문조사 결과에서 그 단초를 얻을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 186개사를 대상으로 '경영성과 및 애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2011년 매출액이 전년보다 10%이상 늘었다'고 응답한 기업이 61.8%에 달했다. 이중 30%이상 매출이 증가했다는 기업도 24.2%나 됐다. 반면 매출액이 감소했다는 기업은 12.9%에 그쳤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시장점유율도 전년에 비해 늘어났다고 응답한 기업이 41.4%로, 줄었다는 기업(10.8%)보다 많았다.

한국기업들은 2012년 가장 큰 경영목표로 '중국 내수시장 개척'(71.5%)을 꼽았으며, 이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생산기지화'(16.7%) 등을 꼽았다. 이는 중국의 임금상승과 환율불안 등으로 생산기지로서의 활용가치보다는 내수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 포착에 사활을 걸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작년에 비해 투자규모를 확대하겠다는 기업이 52.6%인 반면 축소하겠다는 기업은 3.8%에 그쳤다.

반면, 올해 기업경영에 가장 큰 부담요인으로는 '임금상승·노무관리'(28.2%), '원자재·부품난'(25.2%)을 많이 꼽았고, '경쟁심화'(11.7%), '위안화 환율'(8.9%)이 뒤를 이었다. 중국 내 경쟁상대로는 '중국현지기업'(58.1%), '글로벌선진기업'(20.4%), '현지진출 한국기업'(12.4%), '현지진출 개도국기업'(1.1%) 순으로 답했다. 이 결과만 보면 우리기업들은 한중 경제관계 2.0시대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잘 적응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G2 시대에 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경제의 미국 추월 시간표를 앞으로 6년 후인 2018년으로 당겼다. 또한 제조업 지수와 수출 등 21개 경제지표에서는 중국이 이미 앞섰다고 평가했다. 한중 경제관계 2.0시대를 준비함에 있어, 우리는 아래와 같은 부분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첫째는 이전 20년 동안 수출기지로 중국을 활용해 왔다면, 향후에는 제2의 내수시장으로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한국 내 수출기업들은 소재 및 반제품 수출 기회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중국 내 기업들의 경우, 임가공 공장을 내수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제도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단계적 대비가 요구된다.

둘째,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한중 FTA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7년간 연구만 해왔던 한중FTA는 2012년 5월 2일자로 양국 당국자간에 협상개시가 선언되었다. 이전까지 소극적이었던 중국의 태도는 우리의 EU, 미 FTA 체결 후 적극적으로 변했다. 한국은 2003년에 중국으로부터 시장경제지위(MES) 인정요구를 받고 2년 만인 2005년에 이를 수락한 바 있다. 양국 무역에서 연간 40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하는 중국의 압력에 맞설 카드는 많지 않아 보인다.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중국 공관에 신설한 경제2공사는 2.0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조치로 읽힌다.

셋째, 1인당 GDP 1만 달러 시대에서 살아남는 제품과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2011년에 이미 중국 11개 도시의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주로 연해지역 도시들이며 이 지역 인구는 1억 명에 달한다. 2007년 선전과 쑤저우 가입 후, 2008년 광저우, 우시, 포산, 상하이가 2009년에는 닝보, 다롄, 웨이하이, 주하이, 베이징 등이 추가되는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들 도시들은 전자, 자동차, IT, 섬유 등 전 산업이 고르게 발달해 있으며 최근 소비재와 서비스시장으로 산업구조가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따라서 차별화된 고급 상품과 한국산 중간재에 대한 수요에 지속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는 현지화보다 차별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제 한중 양국은 상호보완적 경제구조에서 경쟁 속에 협력하는 관계가 됐다. 새로운 경제환경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려는 노력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만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우리는 여전히 강대국 틈바구니에 낀 나라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가장 큰 기회를 곁에 두고 있다.

한중 경제관계 2.0시대에는 중국과의 산업 내 무역을 활성화하되 수직적 분업과 수평적 분업체제를 모두 강화해야 한다. 수직적 분업체제의 강화를 위해서는 부품, 조립, 생산관리 등은 중국에 이양하고 그 외 부가가치가 높은 기능은 지속적으로 특화하여야 한다. 수평적 분업체제에서는 동일 산업 내에서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2012 베이징 모터쇼의 화두는 '현지화 된 독자모델'이었다. 향후 한중 경제관계 2.0시대에는 '중국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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