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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에이스' 차우찬의 부진, 그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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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 에이스' 차우찬의 부진, 그 원인은? [야구라의 그린라이트] 개막전 선발투수가 2군에 내려온 이유
퓨처스리그 삼성-NC 경기가 열린 6일 마산구장. 대부분의 팬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선수들로 가득한 경기장에, TV 화면에서 자주 보던 낯익은 선수가 나타났다. 삼성의 좌완 차우찬.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2승을 따낸 에이스이자, 올 시즌 삼성의 개막전 선발투수였던 그는 지난 4월 28일자로 2군에 내려온 상태다.

원인은 극도의 성적부진. 개막 LG전에서 4이닝 6실점할 때만 해도 일시적인 부진인 것처럼 보였지만, 4월 15일 넥센전에서는 3이닝 동안 홈런 두 방을 맞으며 5실점으로 더 부진했다. 4월 19일 두산전에서는 중간에 나와서 5이닝을 2실점(1자책)으로 막아내며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27일 SK전에서 다시 2이닝 5실점(4자책)으로 무너지며 결국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 사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팀 순위도 하락을 거듭해 8일 현재 9승 13패로 7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지난달 27일 오후 인천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2회말 SK 공격 1사 2, 3루 상황 삼성 선발 차우찬이 SK 박정권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차우찬은 2이닝 동안 5점을 내주고 강판당했다. ⓒ뉴시스

팀의 1선발에서 한달만에 2군까지 내려오게 된 차우찬은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일단 빠른 볼의 구속이 떨어졌다는 것은 누구나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좋았을 때 차우찬은 빠른 볼 최고구속이 150km/h를 훌쩍 넘었다. 대부분의 패스트볼이 140km/h 중반대를 기록할 정도로 강속구를 자랑했고, 구위도 좋았다. 하지만 올 시즌 차우찬은 빠른 볼 시속 140km/h를 넘기기도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김정준 SBS-ESPN 해설위원은 "차우찬은 빠른 볼의 위력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한다. "콘트롤이나 변화구 구사가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차우찬이 좋은 피칭을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직구의 힘이다. 빠른 볼의 힘이 떨어지면 타자에게 공략당할 수밖에 없는 투수다." 김 위원의 말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포수 미트까지 공이 안 가는' 게 현재 차우찬의 상태다. 공이 타자 앞에서 살아 들어가는 느낌이 없고, 공 끝에 힘이 없으니 아무리 에이스 투수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

전문가들은 직구 구속과 구위가 모두 줄어든 현상에 차우찬의 급작스런 체중 감소가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올해 부진한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투수 팀 린스컴처럼, 차우찬도 겨우내 인스턴트 식품 섭취를 줄이면서 체중을 줄이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김정준 해설위원은 "체중을 갑자기 너무 많이 빼면서 힘이 떨어졌을 수 있다"며 "체중을 빼면 줄어든 체중에 맞는 투구 밸런스나 메커니즘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차우찬은 팔꿈치 부상 경력이 말해주듯 원래 강한 팔을 갖고 있는 투수는 아니다. 그보다는 몸 전체를 사용한 원심력을 통해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다. 동작은 그대로인데 체중이 줄었으니 공이 잘 가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강속구가 무기인 투수가 구속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으면 당황하게 된다. 게다가 차우찬은 시즌 초반 출발이 아주 좋지 못했다. 충분히 자신감을 잃어버리고도 남을 상황이다. 실제 양일환 투수코치는 "몸에 이상이나 아픈 곳은 전혀 없다"며 "일차적인 원인은 투구밸런스이고, 그 다음으로는 1선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자신감 하락이 부진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양 코치는 "우찬이가 움츠러든 몸을 편안하게 활짝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음이 쪼그라들면 몸도 쪼그라든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몸도 말을 듣지 않는다. 우찬이에게 공을 던질 때 직사각형 동작이 아니라 정사각형 동작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몸을 움츠리지 말고 상체를 활짝 펴고 던지라는 뜻이다." 양 코치의 설명이다. 6일 NC전을 앞두고 차우찬은 양일환 코치와 함께 계속 피칭 동작을 해 보면서 투구 밸런스를 찾는데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또 뒷그물을 향해 글러브를 던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차우찬이 6일 퓨처스리그 NC전을 앞두고 투구폼을 가다듬고 있다. ⓒ배지헌

양일환 코치는 2군에 있는 기간이 차우찬이 제 실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1군에서의 경기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반면 2군은 나름대로 편안하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부담이 조금은 덜한 상황에서 시간을 두고 자기 폼을 찾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이다." 양 코치의 얘기다.

일단 2군에 내려온 뒤 첫 등판인 7일 문학 SK 퓨처스팀과의 경기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3회까지는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4회부터 난타당하기 시작했고, 결국 7이닝 5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빠른 볼 구속은 130km/h 중후반대에 머물렀고, 볼 끝도 아직은 무딘 모습이었다. 적응이 끝난 SK 타자들은 4회 이후에는 차우찬의 공을 받쳐놓고 때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상적인 차우찬의 구위를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게 느껴진다.

삼성에선 차우찬이 회복될 때까지 2~3차례정도 더 퓨처스 게임에 출전시킬 예정이다. 분명한 건 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우승 후보 삼성의 부활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에이스가 살아나야 삼성 마운드도 살아난다. 모든 것이 계획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삼성의 올 시즌이지만, 팬들은 아직까지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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