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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의 미래, '차세대 3인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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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야구의 미래, '차세대 3인방' 인터뷰 [야구라의 그린라이트] 황금사자기 우승 주역 윤형배, 정혁진, 신승원
고교야구 최강 북일고가 10년 만의 황금사자기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이정훈 감독이 이끄는 북일고는 3일(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제66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장충고에 4-2로 승리,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북일고의 우승은 에이스 윤형배를 필두로 한 탄탄한 마운드, 고교야구 수준에서는 최강으로 평가받는 탄탄한 조직력과 강력한 수비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특히 선수들 중에서는 선발투수 정혁진과 구원으로 나온 윤형배, 포수 신승원의 활약이 가장 빛났다.
▲황금사자기 결승전에서 역투한 북일고 정혁진 선수. ⓒ배지헌

조연에서 당당한 주역으로, 우수투수상 정혁진

이날 선발로 나온 정혁진은 키 189cm의 장신 좌완투수. 주말리그 때는 거의 등판기회를 얻지 못했지만(7.2이닝 1실점) 결승전 선발투수의 중책을 짊어지고 나왔다. 전날 준결승전에서 에이스 윤형배가 투구수 147개를 기록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정훈 감독은 경기 전 "사이드암 송주영과 정혁진을 놓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송주영은 주말리그에선 윤형배보다도 많은 투구이닝을 기록한 북일고의 숨은 에이스. 그 대신 정혁진을 선택한 건 장충고 타선에 좌타자가 많다는 이유 때문일까. 모 구단 스카우트는 "최근 정혁진의 구위가 많이 좋아졌다"며 "제구력도 안정적이고 좌완투수가 장신에서 내리꽂는 공이기 때문에 공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말로 이유를 분석했다.

실제로 정혁진은 이번 대회 들어 빼어난 투구를 펼쳐왔다. 대회 첫 경기인 제주고전에서 9회 등판해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16강전 휘문고를 상대로도 5회까지 3실점으로 버티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그리고 장충고 강타선을 상대한 결승전에서는 한결 더 뛰어난 피칭을 선보였다. 예상을 깨고 5회까지 안타 3개만을 내주고 무실점, 팀이 초반 3-0으로 리드를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6회에 볼넷과 폭투로 2점을 내주며 강판되기는 했지만, 에이스 윤형배의 기용을 최대한 경기 후반으로 늦출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임무를 100% 이상 소화해냈다고 볼 수 있다. 장충고 선발 유재협이 조기강판되며 에이스 조지훈(전날 138구 투구)을 3회부터 불러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경기 후에 만난 정혁진은 "결승전 등판이라 해서 특별히 더 긴장되거나 하지는 않았다"며 "감독님께 선발로 나갈지도 모른다는 통보를 받고 미리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 들어 자주 기회를 얻은데 대해서는 "좌타자 위주인 팀이 많아서 좌투수라는 이점이 작용한 것 같다"고 겸손을 보였다. 이날 정혁진은 시속 136 킬로미터(km/h) 정도의 빠른 볼과 116km/h대 슬라이더를 섞어 장충 타선을 공략했다. 특히 슬라이더를 초구부터 구사하면서 적극적인 장충고 타자들의 방망이를 끌어내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정혁진은 "좌타자 상대로 제가 던지는 슬라이더가 잘 통할 거라 생각해서 슬라이더를 많이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정혁진은 1, 2학년 때는 거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건장한 체구에 비해 빠른볼 구속이 130km/h을 넘지 못할 만큼 매우 느렸고 제구력도 떨어졌다. "부상도 있고 해서 스피드가 생각만큼 올라오지 않았었다"는 게 그가 밝힌 이유. 하지만 3학년이 되면서 기회를 자주 얻고 경험이 쌓이자 스피드와 제구력이 모두 향상되고 있다고 한다. "스피드는 점차적으로 알아서 향상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투수의 기본인 제구력에 더 신경쓰고 싶다. 나중에는 류현진 선배처럼 마운드에서 담대하게 타자를 제압하는 투수가 되는 게 목표다." 자신이 주전으로 뛰며 이룬 첫 우승이라 더 기쁘다는 그는 이정훈 감독과 문용민 투수코치, 지연규 전 투수코치(NC 스카우트)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대회에서 2승을 혼자 기록한 정혁진은 황금사자기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고교야구 에이스 윤형배 선수. ⓒ배지헌

만족을 모르는 사나이, MVP 윤형배

3-1로 앞선 6회 2사 3루에서 북일고 마운드를 이어받은 투수는 고교야구 대표 에이스 윤형배였다. 전날 준결승전에서 147구 완투를 기록한 윤형배가 만난 첫 타자는 장충고 4번타자 김찬희. 윤형배의 낮게 깔린 공을 받아친 타구가 유격수 앞으로 향하는 평범한 땅볼이 되며 이닝은 그대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날 여러 차례 호수비를 선보인 유격수 강승호가 뜻밖에 송구 에러를 범하며 주자가 홈을 밟아 3-2, 한 점차 추격을 허용했다.

평범한 투수라면 다소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윤형배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후속타자 원혁재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종료했다. 그리고 이후로는 더 이상의 위기 없이 팀 승리를 끝까지 지켜냈다. 3.1이닝 무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5탈삼진의 '완벽 구원'. 그런데 경기 후 인터뷰에서 윤형배가 한 말은 다소 뜻밖이었다. "오늘 투구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윤형배는 앞선 8강전 신일고와의 경기 때도 6이닝을 무실점으로 던져놓고 "오늘 내 투구는 0점"이라고 이야기했던 바 있다. 결벽증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게 아니었다. 윤형배는 이어 "야구 인생 끝날 때까지, 결코 제 피칭에 만족하는 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긴 했지만 제가 던질 수 있는 만큼 던지지 못했다. 제구력도 흔들렸다. 잘 던졌다고 하려면 적어도 류현진, 윤석민 선배의 투구 정도는 되어야 잘 던진 거라고 생각한다." 윤형배의 얘기다. 결코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완벽을 추구하는 그의 모습에서 훗날 프로야구를 빛내는 슈퍼스타로 성장할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고교생답지 않은 윤형배의 이런 마음가짐은 스승인 북일고 이정훈 감독의 영향을 받은 것. 프로야구 스타 출신인 이 감독은 "윤형배는 한국야구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선수"라며 1학년 때부터 혹독하게 제자를 가르쳤다. 성적상으로는 빼어난 투구를 한 날에도 칭찬보다 먼저 모자란 점을 지적할 때가 많았고, 나약하거나 해이한 모습이 보일 때는 무서울 정도로 혼을 내곤 했다.

어린 마음에 감독님이 원망스럽지 않았을까. 그 반대였다. 윤형배는 "우승한 순간 감독님이 제일 먼저 생각났다"며 "나를 이만큼 키워주신 분이 이정훈 감독님"이라는 말로 감사를 표했다. '악바리' 감독님의 호통에 대해서도 "다 저더러 더 잘하라고 하신 말씀이니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따라준 제자가 대견했을까. 이정훈 감독도 이날만큼은 윤형배의 투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담갖지 말고 네가 가진 공을 마음껏 던져보라고 주문했다. 오늘 투구가 이제까지 본 중에 제일 좋았다."

이 감독의 칭찬대로 윤형배가 황금사자기에서 보여준 투구내용은 환상적이었다. 4경기에서 3승에 22.1이닝 동안 단 1자책점만 내주고 삼진은 무려 27개를 잡아내며 '고교랭킹 1위 투수'다운 위력을 과시했다. 최우수선수(MVP)의 영예가 돌아간 것은 당연한 결과. 지난해 대통령배에 이은 2개 대회 연속 MVP 수상이다. 윤형배는 "곧바로 진출하든 프로야구를 거쳐 진출하든,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메이저리그"라는 말로 더 높은 꿈을 향한 의지를 보였다.
▲에이스들을 잘 리드한 북일고 우승주역 신승원 선수. ⓒ배지헌

최고의 포수를 꿈꾸는 신승원

마운드에 정혁진과 윤형배가 있다면, 북일고의 방망이를 책임진 것은 안방마님 신승원이었다. 신승원은 주말리그에서는 15타수 1안타로 최악의 부진을 보였지만, 황사기 들어 15타수 8안타 10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특히 결승전에서는 1회 선취득점하는 타점을 기록한 것은 물론, 3-2로 쫓긴 9회에도 쐐기 희생플라이를 날려 2타점을 혼자 올렸다. 이정훈 감독은 "타격에서는 지난해 졸업한 엄태용(한화)보다도 낫고, 수비에서도 리드와 송구능력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며 "신승원이 북일고 우승의 숨은 공신"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경기 후 만난 신승원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자신의 활약보다는 "감독님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친 조직력이 북일고의 우승 비결"이라며 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감독님이 선수들을 강하게 키우시는 편이다. 그런데 혼나는 선수가 있을 때마다 동료들이 가서 다독이면서 자기들이 더 잘하겠다고 위로한다. 야구가 잘 안되는 선수가 있으면 먼저 가서 서로 조언하고 격려를 건넨다. 그게 북일고의 힘인 것 같다."

신승원은 주말리그 타격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리그 때는 방망이가 앞으로 나오질 않았다. 태용이 형이 졸업해서 북일고 포수가 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겨울에 수비 연습에 치중했는데 타격에선 별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 대회 앞두고 한달 동안 그야말로 독기를 품고 열심히 연습했는데, 어쩌다 보니 좋은 타격 성적이 나와서 기쁘다."

물론 포수에게 타격은 부차적인 문제, 그보다는 투수 리드와 수비가 우선이다. 여기서도 신승원은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투수별 특성에 맞게 리드하면서 최상의 투구를 이끌어냈다. "윤형배는 직구가 낮게 깔려오기 때문에 자세를 낮게 취하고 캐칭한다. 변화구도 바운드볼 블로킹을 우선으로 대비하면서 편안하게 던질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정혁진은 슬라이더도 좋고 직구 볼끝도 좋아서 두 구종을 살리는 쪽으로 가져간다. 슬라이더가 바운드볼이 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다소 약하다던 도루 저지도 일취월장한 모습. 8강전 신일고와의 경기에서는 발빠른 신일 타자들을 상대로 한 개의 도루도 허용하지 않고 막아냈다. "1번부터 9번까지 어떤 선수가 주자로 나가든 미리 준비했다. 체구가 작은 편이라 강한 송구보다는 빠른 송구동작으로 던져 잡아내려고 한다."

김정준 SBS-ESPN 해설위원은 "팀을 우승으로 이끈 포수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신승원은 3학년이 되어 맞이한 첫 대회에서 팀을 우승시킨 포수가 됐다. 그가 롤모델로 삼는 포수는, 바로 SK를 세 차례 우승으로 이끈 박경완이다. "노련하시고 캐칭, 투수리드, 송구까지 모두 뛰어난 것 같다. 박경완 같은 포수가 되는 게 목표다. 방망이도 잘 쳐야겠지만, 수비를 지금보다 더 발전시켜서 꾸준히 활약하는 포수가 되고 싶다." 황금사자기 수훈상, 타점상, 타격상을 휩쓴 신승원은 그 꿈을 향해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황금사자기 대회의 각종 시상 내역은 다음과 같다.

우승: 북일고등학교
준우승: 장충고등학교
3위: 충암고등학교, 덕수고등학교

최우수선수상: 윤형배(북일고등학교 투수)
우수투수상: 정혁진(북일고등학교 투수)
감투상: 조지훈(장충고등학교 투수)
수훈상: 신승원(북일고등학교 포수)
타격상: 신승원(북일고등학교 포수) 15타수 8안타 0.533
최다타점상: 신승원(북일고등학교 포수) 10타점
최다안타상: 송준석(장충고등학교 중견수) 9안타
최다득점상: 이재록(장충고등학교 유격수) 10득점
최다홈런상: 류효용(상원고등학교 좌익수) 1개
최다도루상: 김민준(북일고등학교 2루수) 7개
감독상: 이정훈(북일고등학교 감독)
지도상: 고형직(북일고등학교 부장)
공로상: 강익수(북일고등학교 교장)
모범심판상: 박원정(대한야구협회 심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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