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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中 경제 의존 막으려면 '5.24 조치' 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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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北의 中 경제 의존 막으려면 '5.24 조치' 해제부터 [한반도 브리핑] 北의 중국 의존도 '위험수위'
지난달 5월 30일 코트라(KOTRA)는 2011년도 북한의 대외무역 현황을 발표하였다. 무역 총량은 63.1억 달러이며, 이중 수출은 27.8억 달러, 수입은 35.2억 달러를 기록하여 2010년에 비해 5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라의 집계가 대체로 해당 국가의 무역관 및 해당 국가의 관세자료에 바탕한 것이라고 한다면, 북한 무역액이 정확하게 집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일관된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신뢰성이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하겠다.

코트라의 집계에 따르면, 북한의 무역은 1990년도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와 무역 총액에서도 가장 큰 수치를 보였다. 북한 경제가 본격적으로 침체되기 시작한 1990년도의 총 무역액이 약 41.7 억달러로 추정되고 있으니, 적어도 대외 경제 분야에서의 북한 경제는 1990년도의 상황은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역수치는 단지 외관상의 모습만을 반영할 뿐이다. 코트라의 통계를 통해 살펴본 북한의 무역구조는 심각한 문제를 몇 가지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현재의 남북관계에도 중요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코트라의 통계에서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만 두 가지로 압축해서 살펴보자.

우선, 코트라의 통계에서 나타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북한의 무역이 갈수록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도의 무역 통계에서 중국과의 무역액은 수출입 합계 56.3억 달러를 기록하여 전체의 89.1%를 차지하였다. 중국이 오늘날 북한의 가장 큰 무역대상국이자 경제협력 파트너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심각한 무역 불균형현상이라 할 수 있다.

북한과 중국의 무역 비중을 살펴보면 2005년 52.6%, 2006년 56.7%, 2007년 67.1%, 2008년 73%, 2009년 78.5%, 2010년 83%를 꾸준히 증가하였고, 2011년에는 90%에 육박하게 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사실상 북한의 무역은 중국에 거의 종속된 상태라 할 수 있다. 만약 남북한 무역액 즉,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한 남북한 반출입액을 고려한다면(2011년 남북한 반출입액은 17.1억 달러), 중국의 비중은 약 70% 수준으로 떨어지고, 남한의 비중은 23.1%가 된다. 이렇게 따져도 특정국가에 대한 무역의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한다면, 이는 대외 경제 분야에서의 종속성을 말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러한 대중국 의존도의 심화가 대외무역의 대상과 관련됐다면, 더욱 심각한 건 무역 구조다. 2011년도 북한의 무역상품을 살펴보면, 무연탄을 포함한 광물성 자원이 수출의 59.4%, 섬유제품이 17%, 그리고 철강ㆍ금속이 10.8%를 차지하고 있다. 수입은 원류 및 광물성 생산품이 23.9%, 기계 및 전기기기가 16.6%, 섬유제품이 13%, 수송기기가 7.5% 그리고 식물성 제품(곡물류 등)이 6.7%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무역 구조는 북한의 수출품이 주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천연자원에 집중되어 있고, 생산에 필요한 원료와 기계, 전기제품 등을 수입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전형적인 선진국-개도국 간 무역구조를 보이고 있다. 과거 1960년대 일본으로부터 기계류를 수입하여 이를 생산에 도입한 우리의 경우, 만성적인 일본으로부터의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산업구조에서의 상당한 불평등성을 노정했던 점을 상기하면 현재의 북-중간의 대외무역구조 역시 이와 유사하다 할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대외무역구조가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현상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북한의 경제구조 자체가 대외무역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자립경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으로서는 과거 사회주의권에 의존했던 에너지와 주요 기계류의 시장을 중국으로 대체한 것이며, 동시에 자국의 생산 활성화를 위한 기계류의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북한 내의 기업 및 공장의 가동이 점차 호전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북한이 자국의 공장과 기업을 운영하기 위한 기계 및 전기전자 제품, 그리고 에너지 원천을 확보하기 위한 대외무역 상품이 별로 내놓을 것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거의 유일한 수출상품으로서 무연탄을 비롯한 철강류의 자원 수출이 점증하고 있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무역구조는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북-중 경제협력이 어떠한 모양새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암시해주는 바가 크다. 즉,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자연자원과 지정학적 위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며, 이에 대해 북한은 자신들의 자연자원 수출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위한 자금(자본)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중국의 대북투자가 대체로 자연자원의 채굴권 확보와 경제인프라에 대한 투자 등으로 나타난다면, 북한은 토지와 노동력의 제공 및 경제지리적 이점을 교환하는 형태다. 이러한 경제협력은 향후 북-중간 경제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남북관계가 활성화되더라도 우리의 대북 경제협력에 심각한 도전요인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의 심화에는 정치적인 배경이 놓여 있다. 2006년과 2009년의 핵실험으로 인해 유엔(UN) 차원의 제재에 직면한 상황 그리고 2009년 이후, 남북관계의 단절은 북한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의 교류와 협력을 위축되게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의 밀착에 더욱 노력하였을 것이다.

남북관계의 단절이 가져온 북한의 '북방정책'은 북한의 무역상대국으로서 러시아가 2위에 오른 것을 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그렇지만, 무역액은 1.1억 달러에 불과하다). 또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로 인한 대북봉쇄로 인해 북-일간 경제교류는 전혀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이 전통적으로 강조하였던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도 인도, 방글라데시,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등으로 축소되고 있다. 이 역시 아주 미미한 무역액만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의 이러한 대외무역구조는 북한으로서도 불편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처지에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역 다변화를 통한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를 방문하여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연이어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 외교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러한 외교 활동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거 1990년대 초반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를 전후하여 동남아외교를 강화한 것과 유사한 모습이라 할 것이다. 즉, 사회주의 경제를 대체할 시장을 개척하고, 대외적인 고립에서 탈피하고자 한 것이다. 오늘에 와서는 지나친 대중 의존도를 낮추고, 대외적인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러한 노력은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즉, 북한의 입장에서 대중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은 남북한 협력을 통한 대외적 돌파구를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우리에게도 이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효과적일 것이다. 물론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북-미 관계가 문제로 제기되지만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남북한의 경제협력 강화는 북한의 대외개방에도 효과적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북한은 대외적인 협력을 보다 강화할 것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영남, 김영일 및 리영호 등의 북한 최고엘리트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방문과 경제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김정은 역시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된 두 번째 노작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의 요구에 맞게 국토관리사업에서 혁명적전환을 가져올데 대하여>에서 다른 나라들과의 기술 교류를 강화할 것과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선진적인 기술과 자료를 수집ㆍ연구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은 대외교류에 대해 김정일 시대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는 남북한 협력의 가능성과 접점이 그 만큼 더 넓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현재 우리가 취하고 있는 '5.24 조치'로 인해 우리 스스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간신히 개성공단만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스스로가 '5.24 조치'를 통해 남북 경제협력을 중단하고 있는 사이, 중국은 이미 25개가 넘는 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고 자신들의 동북개발에 필요한 자원 기지로서 북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모든 정책은 비용과 편익을 동반한다. '5.24 조치'를 통해 얻고자 했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하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그 만큼의 수익을 얻었다면 '5.24 조치'는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우리가 원했던 목표에도 미치지 못했고, 또한 비용에 따른 수익도 얻지 못했다. 그렇다면 심각하게 정책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물론 '5.24 조치'의 해제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 드러나고 있는 북한의 대중의존도 심화를 보면서 '5.24 조치'의 해제로부터 시작해야 할 필요는 분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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