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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백년지대계'의 전환, 장기 전략은… [한반도 브리핑] 왜 '경제'가 아닌 '교육'을 말했나
관심을 모았던 북한의 최고인민회의가 막을 내렸다. 기존 11년제 의무교육을 12년제 의무교육으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교육체제 개편을 의결하면서, 모두가 예상했던 경제관련 개혁 조치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채로 막을 내렸다.

사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년에 4~6월 사이에 한 차례 정도 열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것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주로는 경제관련 개혁 조치를 예상했었다. 당연하게도 소위 '6.28 조치'와 장성택의 중국 방문 이후 요구되는 경제관련 법과 제도의 개편이 필요한 상황에서 최고인민회의가 당연하게도 경제관련 개혁 조치를 다룰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과 달리 교육체제 개편을 다루었고, 부분적인 인사 조치만을 단행한 채로 막을 내렸다.

▲ 지난달 25일 북한이 만수대의사당에서 제12기 6차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의 최고인민회의를 보면서 국내의 전문가 및 일부 보도는 '알맹이 없는 회의'라 칭하고, 청와대 조차도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과연 그럴까?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의 결정 내용에 대해 우리의 '주관적 희망'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실망과 폄하의 태도를 보이는 것도 문제이지만, 북한 교육체제 개편에 대한 의미와 앞으로의 전망, 그리고 앞으로의 사회변화에 대해서도 심층적인 분석을 하지 못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흔히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지 않는가? 더욱이 북한의 이번 교육체제의 개편은 40년 만에 일어난 것으로서 어떻게 보면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변화를 추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 대학입시 제도의 개편만 있어도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온갖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평가하지 않는가? 이런 점에 비추어보면 북한의 교육체제 개편에 대한 의미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분석은 너무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당장 우리의 삶과 별다른 연관성이 없으니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변화에 조그마한 사건이라도 복잡하게 엮어서 북한의 미래를 해석하던 기존의 태도와 비교하자면 의아스러울 뿐이다. 도대체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질까?

북한에 대한 우리의 해석은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현상에 집중되어 있다. 즉, 지금 당장 요구되는 개혁조치 혹은 그렇게 해석될 수 있는 현상에는 지나치게 과도한 해석을 부여하면서도, 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거나 직접적인 효과와는 거리가 먼 정책에 대해서는 과소 해석의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북한에서 나타나는 농업개혁 조치나 중국과의 협력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합의와 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마치 당장에라도 북한이 개방에 나설 것이라 예측하지만, 그렇지 않은 모습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개방'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으로만 해석하는 데 그친다. 북한의 행동에 대한 이분법적 분석과 해석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은 북한의 행동을 분석하는 데서 필연적인 한계와 오류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번의 최고인민회의에서 의결된 교육체제 개편은 북한으로서는 심각한 변화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즉, 과거의 교육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체제를 시작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회의 변화와 북한의 발전 전략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인 이유는 바로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기본이 되는 주춧돌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의 북한 교육체제의 개편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선, 북한의 인구변화와 관련하여 생각해보자. 지난 1993년과 2008년에 실시된 북한의 인구센서스 결과는 우리에게 중요한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연령별 통계에 의하면 5~9세 사이 인구의 절대수가 감소하였는데(186만6583명→184만6785명), 이는 지금 소학교 학생들의 수가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0~4세 사이의 인구의 감소폭은 더욱 커서 208만8508 명에서 171만0039 명으로 감소하였다. 앞으로 북한의 소학교 학생 수는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다. 또한, 향후 생산가능인구로 편입될 0~14세 사이의 인구 비중도 전체 인구의 27%에서 23%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북한 역시 저출산율과 고령화의 추세 속에서 앞으로의 노동가능인구의 축소와 부양인구의 증대로 인해 노동력 확보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중요한 문제에 봉착하게 됨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북한의 노인인구 부양비는 1990년대 약 8% 수준에서 2010년에는 14%로 증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대로 인구 구성비가 변화한다면 북한이 자랑하는 사회주의적 시책의 측면에서도 복지 부담이 상당 부분 증가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1인당 생산성 향상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 중요하게는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 북한이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대규모 노동동원을 통한 발전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북한이 공식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지식경제산업'으로의 지향 역시 과거와 같은 노동동원형 발전전략에서의 심각한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발전전략에 맞는 새로운 인재를 육성해야 할 필요에 직면해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비의 하나로서 교육체제를 12년으로 연장하고, 기초과학 및 컴퓨터 등의 실리주의 교육으로의 전환을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북한에서 자주 보이는 '최첨단 돌파'의 구호 역시 이러한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제는 과거와 같은 노동력의 빠른 현장투입에 따른 생산성 증가가 아니라 지식과 정보에 기반한 첨단산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그에 따른 인재를 육성하고 생산성 향상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의 최고인민회의에서 교육연한의 확대와 교육내용의 개선과 동시에 학생들의 건설장이나 농촌으로의 노력 동원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장기적인 발전전략의 요구에 부합하는 교육 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교육연한이 확대됨에 따라 노동력의 현장진출이 1년 이상 늦어지고, 군사력 보충도 1년 정도씩 늦춰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결정한 것은 북한으로서도 고민 끝에 내려진 정치적 결단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의 교육 체제의 개편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막대한 국가예산과 교육관련 기관과 기구의 증대 그리고 여러 인프라의 건설이 요구된다. 현재 북한의 정부예산이 이 정도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많은 전문가들이 진단하듯이, 이러한 면밀한 타산도 없이 이를 결정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최고인민회의를 추가로 소집하여 결정한 것을 보면, 나름대로의 준비를 거쳐서 결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단기간에 이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기 보다는 2-4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실시할 것으로 결정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정한 계획을 가지고 이러한 정책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러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앞으로 노동력의 확보 및 군대의 규모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있다. 이 지점이 바로 북한의 딜레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바로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놓여있다. 즉, 북한으로서는 교육연한의 확대와 개편이 미래의 경제발전을 위한 투자이자 동시에 북한 경제와 사회적 구조의 개편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한다면, 이를 위한 안정적인 환경의 마련과 외부로부터의 투자 그리고 교육 등과 관련된 예산의 확대 등을 위한 예산 편성의 변화 등이 요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안정적인 남북관계와 주변 환경, 북-중 경제협력을 비롯한 외부 경제와의 협력이 중요한 객관적 조건으로 나서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북한으로서는 남북관계에 대해 어떠한 정책 선택을 하게 될까? 앞으로의 남한 정권의 향방과도 관련된 것이겠지만, 지속적인 경색보다는 개선을 통한 '이익의 추구'로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더욱 설득력있는 전망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에게도 북한의 이러한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그들이 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개방'과 '개혁'으로 나서게 하는 데 보다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역시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는 대북정책이 아니라 비록 장기적이지만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비가역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여기에 일관성이 덧붙여지는 정책이라면서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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