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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난방비 지원? 생계 보장도 못하는 한국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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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난방비 지원? 생계 보장도 못하는 한국 복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장애인 일자리가 필요해!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더욱 춥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장애인들은 유독 추위에 매우 허약해서 겨울날 체온을 유지하지 않으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생명유지형 장애인사업이…

지자체의 장애인 정책사업 중 저소득 장애인 난방비 지원 사업이 있다. 날씨가 추운 계절이면 매년 저소득층에 지원되는 예산이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독거노인, 조손가정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구호차원의 정책사업이다. 추운 계절을 앞둔 지금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절대빈곤층 지원 정책 중 하나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사업은 현재 대한민국의 장애인 복지 실상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절대빈곤층의 생명을 위협하는 춥고 위태로운 겨우살이를 대비해서 난방비를 지원하겠다는 이 정책은 한국의 복지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저선조차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저소득층 난방비 지원같은 사업은 복지최저선 만으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급비가 작거나 수급조차 받지못하는 사각지대의 빈곤층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경제규모로 한국이 10위권이라지만 아직도 생명유지형 복지가 존재한다. 특히 장애인을 위한 정책에는 이러한 절대빈곤층 장애인의 생명유지형 사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만큼 장애인 대다수가 경제적으로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장애인 소득보장 예산

얼마 전 이명박정부는 2013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중앙정부 총지출 324조 5천억 원 중 복지 예산은 97조5000억 원으로 전체예산 대비 28.3%를 차지한다. 이는 2012년 92조6000억 원에 비해 4조9000억 원 정도가 늘어난 규모인데, 전년대비 증가율이 5.3%에 불과하다.

내가 일하는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각 부처의 장애인 예산을 발췌하여 종합분석해본 결과 지난 5년간 복지예산의 1.5% 수준을 차지했다. 이를 토대로 2013년 중앙정부 장애인 예산을 추계하면 1조5000억 원 정도이다.

내년 장애인예산은 어느 정도 늘었을까? 각 부처의 장애인 관련 예산을 총합해 분석하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데, 우선 내년 예산안 중 장애인연금과 일자리예산을 살펴보자. 이는 장애인의 경제적 빈곤 현황의 문제점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예산이며 향후 미래의 소득보장에 대한 정책적 개선점을 이끌어내는데도 유용한 소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내년 장애인연금 예산은 국비 3440억 원, 수급대상자수는 32만7467명이다. 올해보다 1인당 2만2000원 인상된 금액이다. 이를 1인당 수급액으로 환산하면 내년부터는 매월 최고 17만 원 정도를 받게 된다. 장애인 연금은 주로 1급과 2급 중증장애인의 근로능력 상실 혹은 현저한 감소로 인해 줄어드는 소득과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지급되는 연금을 말한다. 한편 중증 장애인을 제외하고 3급부터 6급까지의 경증장애인을 위한 장애수당은 국비 781억 원이며, 대상자는 32만2560명이고, 장애아동수당은 276억 원, 대상자 2만5232명이다.

정리하면, 장애인의 소득보장을 위한 위 세가지 사업 예산의 합이 4499억원이다. 2012년 4020억 원에 비해 479억 원, 약 10% 정도 증액됐다. 증가율로만 보면 다소 높아 보이지만, 애초 장애인 소득보장 예산 자체가 작았기 때문에 여전히 국가가 장애인 소득보장 정책을 제대로 수행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한국에서는 조세 재정에 의한 장애인 소득보장 정책 외에 법정민간지출이 거의 없다.(우리나라에서 법정민간지출로 장애인에게 복지차원에서 지원되는 것은 교통비 및 통신비 감면밖에 없다. 영국과 독일의 경우 기업주가 고용을 지속하기위한 목적으로 장애급여 등을 지급하고 있다.)

2006년에 채택되고 2008년 국회에서 비준된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 의하면 국가는 장애인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며, 보호하고 이행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이러한 이행의무는 재정적인 지출이 동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국가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한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중증장애인은 노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지 못한 탓에 절대빈곤층으로 남아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중증장애인 중 기초수급권자의 비중이 비장애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고 경증장애인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의무화한 국가의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지점은 이곳이다. 장애인연금 및 수당의 예산안을 살펴보아도 미래의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무엇보다 장애인연금의 대폭인상을 통한 소득보장의 현실화가 시급하다.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은 평균적으로 매월 약 16만 원이 들어간다. 장애인연금이 최고 17만 원이므로 최고액을 받아야 겨우 추가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뿐이다. 더구나 중증으로 인한 추가 부담과 체감적인 부담액을 더하면 모두 30만 원에 달한다. 추가비용은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부담할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장애인연금의 경우 지금보다 약 4배로 예산이 확충돼야 한다. 그래야만 장애인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중증장애인에게 일자리는 없다

이번에는 장애인 일자리 영역을 살펴보자. 장애인 복지의 긍극적 최종 단계는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확보해주는 것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경우 사회적, 물리적 장벽으로 인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장애인을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영역이 중증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에서는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통해 공공기관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게 의무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매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 약 1800억 원을 조성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의무고용제도의 여파로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경증 신체장애인 고용을 선호함에 따라 오히려 이동 및 접근이 어렵거나 생산성이 낮은 중증신체장애인, 시각·청각장애인, 정신·지적 장애인 들은 더욱더 일자리 얻기가 어려워졌다.

보건복지부도 장애인 일자리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행정도우미, 복지일자리, 시각장애인안마사 파견 등이다. 2013년 장애인 일자리지원 예산은 총 333억 원인데, 이 중 행정도우미 3500명에게 199억 원, 복지일자리로 92억 원이 편성됐다. 시각장애인안마사파견 사업에도 약 38억 원이 책정되어 330명 정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일자리 사업은 예산의 절대 규모가 너무 작아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고 그에 대한 정책적 과제들을 체계적으로 수행해 나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장애인복지 일자리는 중증장애인을 위해 일자리 창출과 사회참여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등하교길 교통정리나 장애인 주차구역단속 등 중증장애인이 비교적 하기 쉬운 직무를 부여한다. 아직은 중증장애인에게 적정한 일자리가 부족한데, 유형별 중증장애인에게 적합한 직종을 발굴해내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이렇듯 한국 중증장애인에게 일자리는 드물다. 장애인 복지의 최종 단계인 일자리 복지로의 진입이 아직 요원하다. 중증장애인들이 빈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주된 원인이 바로 일자리가 확보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용이 되어 월급을 받아야 생계를 유지하며 월급 중 일부를 각종 사회보험료와 조세를 납입하면서 기본적인 사회보장의 안전망을 갖출 수 있는데, 중증장애인들은 일자리 자체가 없다 보니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에서 배제되어 그 밑의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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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 장애인이 지난달 1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일자리 채용박람회에서 일자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해결책은 보다 넓은 계층의 사회적 배려와 합의가 필요하다. 먼저 정부는 중증 위주, 또는 장애유형에 따른 일자리 발굴과 지원 시스템에 더욱 힘써야한다. 지방정부 또한 중증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한 예로 차별당해 상처받는 장애인들을 같은 입장에서 상담해주는 장애인 동료상담가(peer counsellor)를 중증장애인 일자리로 만들어 각 지자체에서 고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른 예로는 각 시군구 청사를 중심으로 공공기관 건물 내에 지적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카페나 제과점을 만들어 장애인들을 훈련시켜 고용하고 지역 내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하는 것도 좋은 사례일 것이다(일본의 경우 마을 만들기의 일환으로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기업이나 장애인의 돌봄 서비스를 활용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만들고 있다).

            기업의 경우도 대기업 중심으로 사회적 책임과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수익창출 외에 장애인 일자리 사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 독일의 경우 볼보나 폭스바겐 등 유수의 자동차회사들도 수공으로 작업해야하는 부품 제작을 지역 마다 설립되어 있는 장애인 작업장에 하청으로 주고 있다. 이 작업장은 정신·지적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들을 훈련시켜 그들에게 하청업무를 수행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비장애인들도 전문 라이센스를 획득하면 작업전문 리더로 채용되어 장애인작업장에서 약 10여명 정도를 지시·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지역마다 수십 개의 비장애인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1석2조의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장애인 작업장에서는 한국의 고용장려금과 같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장애인고용 보조금과 작업장이 거두는 수익금이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으로 지급된다.

            소득보장과 일자리 정책은 장애인복지의 양대 바퀴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를 늘려주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에게 고정적인 기본임금이 지급되는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 장애인 복지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일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장애인을 위한 소득보장 정책은 사회적 안전망 차원으로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일자리와 소득보장 정책은 장애인 정책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이다. 두 가지 정책은 서로 보완해가며서 조화롭게 시행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2013년도 정부의 예산안은 장애인이 원하는 만큼 예산을 크게 확충하지 않았다. 올해와 같은 정책 기조 하에 자연증가분을 증액한 것에 불과하다. 제자리인 2013년 장애인 예산을 보면서 다시 한번 향후 장애인 복지의 양대 수례바퀴는 소득보장과 일자리 정책이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장애인 복지 없이 복지국가도 없다

            장애인 정책과 그에 따른 예산의 편성은 그때그때 필요성에 의한 땜빵식으로 머물러선 곤란하다. 장기적인 목표와 계획, 꼼꼼한 실행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노동부든 보건복지부이든 행정부처를 넘어 장애인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 기구가 정부 내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장애인복지는 부끄러운 수준에서 계속 맴돌 뿐이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배제된 나라에서 복지국가를 꿈꿀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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