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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전문가 대 전교조 출신…누가 적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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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교육전문가 대 전교조 출신…누가 적임자인가?" [서울시교육감 후보 인터뷰·②] 문용린 보수진영 단일후보
대선의 소용돌이에 묻혀 있지만, 서울시민은 12월 19일 곽노현 전 교육감의 구속으로 인해 공석이 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도 참여한다. 주목받는 후보는 두 명이다. 보수진영 단일후보로 나온 이는 문용린(65) 서울대 명예교수고, 진보진영 단일후보는 이수호(63)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다.

둘의 이력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문 후보는 학자이고, 김대중 정부 시절 장관을 지냈으며, 유학파다. 이 후보는 30년간 교편을 잡은 국어교사고, 오랜 기간 노동운동 현장에서 칼바람을 맞았다.

이번 선거는 1년 반의 짧은 임기를 두고 하는 경쟁인데다, 정권 교체와 맞물리는 까닭에 겉으로 드러나는 '진보-보수' 프레임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어느 후보든 재선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정권교체기와 맞물리는 만큼, 대선후보들의 득표에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유권자들이 필연적으로 차기 대통령의 교육철학과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같은 선상에 놓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두 교육감 후보를 연달아 만났다. 공평을 기하기 위해 양자에게 공통 질문 7개를 던지고, 그에 따라 후보별 질문을 맞춰갔다. 공통 질문은 ①상대 후보 평가 ②전임자 평가 ③내가 바라는 서울 교육 ④학교폭력에 대한 입장 ⑤남은 임기 동안 할 일 ⑥대선후보 교육정책 평가 ⑦교육감 선거에 대한 시민관심 제고 방안이다.

우연찮게 두 후보 모두 현재 서울시교육감의 가장 중요한 책무로 '안정'을 꼽았다. 그러나 진단은 확연히 달랐다. 문 후보는 자신의 이력과 교육학자로서 전문성을 내세웠고, 이 후보는 교육정책의 연속성 유지와 현장과의 소통 능력을 강조했다.

문용린 후보와의 인터뷰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시 중구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에서 진행됐다. 문 후보의 요지는 한 마디로 말해 '곽노현의 서울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비록 그 어조의 수위는 일반적인 보수진영 관계자에 비해 부드러웠으나, 입장은 명확했다. 곽 전 교육감이 행한 정책의 대부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목고 제도 등을 통한 교육에서 경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전임 교육감에 대한 평가 결과도, 이수호 후보와는 뚜렷이 차이가 났다.

문 후보는 자신을 특정 정치색으로 바라보지 말고, 교육전문가로서 바라봐주길 원했다. 학교폭력 문제는 교사가 학생에게 쏟는 사랑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일견 원칙론적인 수준의 대책을 내놨다. 나아가 새누리당에서의 활동으로 인한 정치색 논란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기사 게재는 인터뷰가 일어난 날짜에 따라 이수호-문용린으로 진행한다. 인터뷰는 성현석 <프레시안> 기획취재팀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문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 문제 제기 자체가 정치적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이수호 후보가 더 정치적인 것 아닌가?"

프레시안 : 교육부 장관을 지냈다. 어찌 보면 급이 떨어지는 자리에 지원하는 모양새다. 교육감에 나서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

문용린 : 지방 교육감은 교육 현장을 진두지휘한다. 전투로 보자면 중대장 역할이다(장관과 다른 일이다).

우리 서울 교육 현장이 어떤가. 서울이 국제 일류도시인데, 불행히도 제가 보는 서울 교육은 그 수준에 맞지 않다. 공정택, 곽노현 전 교육감이 오면서 교육의 위상이 더 떨어졌다. 나라도 나서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2010년에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나와 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당시는 거절했다. 좋은 분들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두 전임 교육감이 모두 감옥에 갔고, 1년 반 뒤에 또 선거가 있다. 이런 혼란을 막으려면 교육의 안정이 급선무다.

프레시안 : 교육부 장관을 지낼 당시는 관선교육감 시절이다. 당시 느낀 서울 교육행정은 어땠나?

문용린 : 당시도 서울 교육은 뭐랄까, 문제가 있었다. 지방 교육에 비해 혁신 의지가 많이 떨어졌다. 지금이나 당시나 시도교육청 평가를 하면 서울이 항상 낮았다. '굳이 경쟁할 필요 있나' 하는, 어찌 보면 좀 오불관언(吾不關焉)한 측면이 있었다. 서울이 작년 기초학력 평가에서도 최하위였던 걸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 : 문 후보가 새누리당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교육정책의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는 후보라는 지적이 많다. 유력 경쟁자인 이수호 후보뿐만 아니라, 보수 진영 다른 후보도 이를 비판한다.

문용린 : 문제 제기 자체가 정치적인 것 아닌가? 이수호 후보로만 보자면, 그 분이 나보다 더 정치적이다. 당장 민노당 최고위원까지 지내신 분인데.

나는 교육전문가다(정치적이지 않다). 이명현 선생이 93년부터 95년까지 YS 말 출범한 교육개혁위원회 초대 상임위원을 지내면서 5.31 대책을 내놨고, 내가 96년부터 98년까지 2기 상임위원을 맡으면서 우리나라 교육개혁 어젠다를 만들었다.

일부에서 '문용린이 DJ 시절 교육부 장관 지냈는데 이제 보수 후보로 나온다'고 비판하는데, 당시 교육개혁위원회가 제출한 안이 김대중 정부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교육 전문가로서 (김대중 정부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무슨 이념 같은 걸로 들어간 게 아니다. 이전부터 교육개혁 안을 입안한 전문가로서 개혁을 완성하자는 게 우선순위였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도 박근혜 후보가 교육개혁 입안하고자 저에게 자문해왔을 때 도와드렸다. 전문가로서 참여한 것이지, 정치적 색깔로 얘기된 게 아니다. 많은 분들이 나한테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데, 내가 무슨 정당 활동을 했나? 나는 교육과 관련된 일이라면 진보당에서 토론하자고 불러도 갈 의향이 있다.

프레시안 : 이수호 후보와 뚜렷이 대비되는 이력이다. 상대 후보를 평가해 달라.

문용린 : 전교조와 노동운동 프레임에 갇힌 분 아닌가. 교육에서 중요한 건 상식적인 판단이고, 정치이념에서는 벗어나야 한다(이 후보는 그렇지 않다). 나는 교육전문가다. 전임 교육감들이 연달아 하차해서 서울 교육이 불안정한 상황이 됐는데, 안정화시킬 적임자는 나다. 갈등과 혼란에 빠진 일선 교육 현장을 추스르겠다.

프레시안 : 후보 의지와 상관없이, 이번 보궐선거는 결국 대선 정국에 따라 정치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정치적 논란에 묻힐 게 뻔해 보이는데?

문용린 : 대선 일정과 맞물리니 만큼 투표율은 꽤 높을 것이다. 다만 특수한 사정 때문에 '묻지마 투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서울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다.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마시고, 교육적인 관점의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심 가져달라.

프레시안 : 대선 후보들의 교육정책은 어떻게 보나?

문용린 : 지금은 후보 간 교육정책에 별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차이가 나는 게 학교 선택권, 자사고 등 일부인데, 이들 문제는 설립이나 폐지나 신중해야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서울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대승적으로 협조해 줄 것으로 믿는다.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프레시안 :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문제다. 남은 임기가 겨우 1년 반이다. 뭘 할 수 있겠나?

문용린 : 우선 할 일은 곽 전 교육감이 서둘러 진행한 사업들이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살펴보는 것이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곽 전 교육감이 시행하던 사업의 확대는 그 다음에 검토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안정이 필요한 시기다.

학생들이 미래의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성찰하는 시간을 주겠다. 물론 내 역할은 씨를 뿌리는 것이다. 확대여부는 그 다음 교육감이 준비할 일이다.

"아이들 인권은 어른이 보호해줘야"

프레시안 : 공정택, 곽노현 두 전임자가 모두 좋지 않은 모양새로 물러났다. 이들의 과오를 극복하려면 어찌 해야 하나? 아울러 두 전임자도 평가해 달라.

문용린 : 공 전 교육감은 안 좋은 문제로 물러났다. 그 동안은 돈을 빌리고 하는 과정에서 덜 '센서티브(sensitive)'했다(덜 민감했다). 요즘처럼 세심하게 고민했다면 그런 짓들은 안 했을 것이다.

곽 전 교육감도 마찬가지 문제를 갖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분명히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두 분 모두 돈과 얽혀서 하차하는, 좋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하는 관행의 높이가 높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낮춰야 한다. 교육감은 아이들의 모범이 돼야 하고,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어찌 보면, 이제야 교육감의 수준이 발전하는 단계인 것도 같다.

두 분의 성과를 보면, 공 전 교육감은 학력신장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는데, 매우 당연하다. 다만 학력의 개념에 비례하는 수준으로 인성이라든지, 미래 사회 인재조건인 대화와 소통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부족했다. 민주시민 교육이 부족했다고 본다.

곽 전 교육감의 문제는 뭔가에 쫓기듯이 정책을 서둘러 집행한 데 있다. 현장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변화는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게, 서서히 추진해야 한다. 교육이 특히 그렇다.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를 결정할 때는 보수적으로 공통의 합의를 이루며 갈 수밖에 없다. 직선으로 뽑힌 교육감 정책이 인기영합에 흐르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곽 전 교육감이 가진 또 다른 문제인데, 교육의 장을 정치의 장과 혼동해선 안 된다.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교육자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프레시안 :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인가?

▲문용린 후보는 아이들의 인권은 '보호'의 대상이며, 성인의 그것과 같은 기준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문용린
: 너무 일방통행으로 몰고 간다는 얘기다. 학생인권조례 논란이 대표적이다. 세상에 학생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인권헌장 중에 아동, 학생과 관련된 게 세계에서 가장 많다.

곽 전 교육감(을 비롯한 학생인권조례 옹호자들)은 교육자와 관점이 다른 부분이 있는데, 이걸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니 탈이 났다. 법학자적인 발상에서 인권은 '아이들에게도 이런 권리가 있다'는 것일 게다. 그러나 교육적으로 보면, 애들 인권은 부모가 보호하고 학교가 보호해줘야 한다. 애들의 인권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단순히 법학자적인 입장으로 '아이들도 인권이 있으니 아이들이 자신의 인권을 쟁취하게 해야 한다'고만 하면 어쩌나.

프레시안 : 곽 전 교육감이 아이들을 선동했다는 뜻인가?

문용린 : 교육학자로서 볼 때, 아이들은 보호해야 할 존재라는 얘기다. 적어도 18살까지의 아이는 부모가 키워야 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그 기간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그 다음부터 그 아이가 자기 인권을 쟁취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 점이 내가 곽 전 교육감과 '클리어하게' 다른 시각이다.

프레시안 :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한다?

문용린 : 이제는 추스를 때가 됐다는 얘기다. 곽노현 스타일로 가면 안 된다는 건 확실하다. 5살짜리, 10살짜리 아이가 '내 인권 내가 보호한다'고 하면 이 세상이 어찌 되겠나.

프레시안 : 다른 현안에 대한 생각도 밝혀 달라. 무상급식 논란은 어떻게 보나?

문용린 : 아이들 밥 먹이는 건 당연히 좋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하겠다. 그러나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할 건가? 당장 무상급식을 무리하게 확대하느라 내년 화장실, 소방 예산이 제로다. 갑자기 어디 학교에서 선풍기 고장나고, 화장실 문제 생기면 어찌 대처할 건가? 어떻게든 기존 교육감 임기 안에 성과를 보려고 무리하게 간 측면이 있다. 추경예산을 세우면 되는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발상 자체가 좋지 못하다. 그렇게 무책임하게 나가면 안 된다.

프레시안 : 무상급식, 완전 반대인가?

문용린 : 반대가 아니라, 추진 속도를 조절하겠다. 아이들 밥 먹일 돈을 갖고 먹이겠다. 없으면서 무리하게 가진 않는다.

학교간 경쟁 찬성, 혁신학교는…

프레시안 : 자사고, 특목고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교등급제 논란을 어떻게 보나? 현 정부 들어 가장 첨예하게 좌우가 부딪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문용린 : 이건 철학에 따른 차이를 (좌우 모두) 인정해야 한다. 내 철학은, 우리 국민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국가가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5000만 국민 중에는 아들 외교관 시키고 싶은 사람도 있고, 과학자 시키고 싶은 사람도 있다. 그러면 국가는 세금으로 이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마땅하다. 양극화가 일어난다, 있는 사람을 위한 거다, 라는 지적이 나온다손 치더라도, 그게 두려워서 '모두 같은 교육만 받아라'고 할 순 없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다양한 걸 구축해야만 사회가 발전하지 않겠나.

두 주장(좌파와 우파의 주장) 모두 양극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다양성에 좀 더 방점을 찍었다. 학교 설립에는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프레시안 : 흔히 말하는 수월성 교육에 찬성하는 걸로 이해된다.

문용린 : 수월성이 아니라 '다양성'이다. 큰 틀에서는 기존 체제(고교선택제 체제)를 유지하겠다. 설립취지가 나름대로 있는데, 일단은 그 의도대로 학교가 성장하는 지 들여다봐야 할 것 아닌가. 설립취지에 반하는 학교가 있다면 폐지를 해도 되겠지만, 학교에도 건전한 선의의 경쟁을 조금 도입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이른바 '좌파 교육감'들의 정책인 혁신학교는 어떻게 보나?

문용린 : 너무 폐쇄적이다. 거기 들어간 선생님들 보면, 거의 다 같은 단체 선생님들이다(전교조 선생님들이다). 교사들의 동질성이 있고, 학부모들이 '으쌰으쌰'하는 지역적 성격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한정된 조건 하에서 가능한 모델이 아닌가 싶다.

성과가 있다고 하지만, 그 학교에는 다른 일반학교보다 운영비가 두 배 정도 더 들어간다. 그 정도 돈이 들어가니 당연히 안 들어가는 학교보다야 훨씬 낫지 않겠나. 새 교육과정을 도입한다면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지원해야지, 일부 학교만 지원해선 안 된다. 서울에 61개 있는데, 성공적이라고 말하긴…(힘들다).

프레시안 : 없앨 건가?

문용린 : 혁신학교 폐쇄는 아니다.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교육은 새로 만들기도 어렵지만, 폐쇄하기도 굉장히 어렵다. 있는 학교를 잘 검토해서 대한민국에 진짜 필요한 학교를 살려가겠다.

사교육 대책, 법은 아니고 '규칙' 만들자?

프레시안 : 사교육 문제가 심각하다. 생각해둔 해법이 있나?

문용린 : 사교육은 한 마디로 '짜놓은 치약'이다. 짜질 말았어야 하는데, 이미 짜놓은 이상 다시 들여보낼 수 없다.

지금 할 일은 더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사교육과 공교육 간 원칙 하나를 꼭 지켜가야 한다. 사교육은 공교육 철학과 실행을 방해해선 안 된다. 사교육이 공교육을 도와주도록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교육에서 선행학습을 실시해선 안 된다. 이미 공부 잘 하는 아이를 위한 사교육이 아니라, 공부를 못하는 아이를 위해 사교육이 존재하도록 바꿔야 한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을 경쟁에 붙이는 사교육은 절대 금지다.

프레시안 : 일각에선 사교육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자고 한다. 동의하나?

문용린 : 법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 규칙을 만들자는 것이다. '사교육은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매뉴얼을 만들고, 이에 벗어난 사교육은 공교육을 해친다는 규범을 만들고, 정착시켜야 한다. 내 임기 동안 씨앗을 뿌리겠다. 다만 사교육이 일률적으로 다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문용린 후보는 교사의 헌신을 강조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스쿨폴리스는 반대, 교사 헌신 강조

프레시안 : 학교폭력문제가 심각하다. 문 후보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으로도 오래 활동했는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얘기해 달라.

문용린 : 집에서 엄마 아빠와 잘 소통하는 아이는 잘 된다. 문제아는 부모와 소통하지 못하는 아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챙겨야 한다. 선생님이 사랑과 헌신으로 아이들을 지켜보면,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를 금방 알 수 있다.

문제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사랑을 쏟기 힘든 게 지금 학교 분위기라는 데 있다. 단순히 선생님 탓으로 이 문제를 돌려서는 안 된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꼼꼼하게 챙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변수는 '교사'이지, 거기에 스쿨 폴리스니 뭐니 해봐야… (해결 안 된다).

프레시안 : 교사의 자발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저절로 이뤄지진 않는다. 제도적으로 교사의 자발성이 발현되지 않는 부분을 제거해야 하지 않나?

문용린 :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 대학에 '베스트 프로페서 제도' 같은 게 있는데, 이를 초중등 학교에도 도입해야 한다. 좋은 교사에게는 포상도 해주고, 외국에도 나가게 해주고…. 일반 회사에 보면 인센티브 제도가 얼마나 잘 돼 있나? 지금 우리 학교에는 아이를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은 왕따 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여태까지 선생님 평가는 못 하는 교사 위주로 이뤄졌는데, 이제는 선생님들 사기를 올려줄 때다.

아울러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학생과 부모 간 치유프로그램인 '서울행복교육센터'와 같은 제도를 마련할까 한다.

프레시안 : 예전부터 도덕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입시경쟁 위주인 현 학교 체제에서는 중요시 되지 않는 부분이다. 교육 현장에서 이른바 '비입시 과목'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끌어올릴 생각인가?

문용린 :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는 도덕성을 갖춘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만나는 기업인들도 이런 말을 많이 한다. 단순히 국영수만 배우는 지식교육이 아니라, 몸과 정신이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답은 결국 인성교육 강화다. 학교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함께 캠페인 벌여야 한다.

프레시안 : 내가 바라는 서울교육, 핵심이 뭔가?

문용린 : '행복한 교육'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시기에 인생관과 직업관, 진로관을 세워야 한다. 아이들이 부족한 과목에 매달리는 것보다, 자기가 잘하는 과목을 찾아 집중하도록 만들고 싶다. '중1 시험없는 학교' 공약이 나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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