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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그 겨울'은 해피 엔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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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그 겨울'은 해피 엔딩일까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 <7>
2013년 4월 한반도, 아직도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북한은 연일 유례없이 호전적인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조국통일대전', 1950년대 한국전쟁 시기에나 들었음직한 호언을 되풀이하고 있다. '핵 선제타격', 부시 행정부의 위험한 전략을 이제는 평양이 이어받고 있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1990년대식 위협은 워싱턴과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21세기식 위협으로 확장되었다. 이제 남북 관계는 '전시 상황'이라는 선언까지 나왔다.

말만이 아니라 행동도 전례 없이 거칠다. 남북 전화통신망은 전에도 절단한 적이 있지만, 지금과 같이 철저한 통신 단절은 유례없다. 정전협정이 무효화됐다는 선언은 전에도 했지만 남북 사이의 불가침 합의마저 백지화한 것도 눈에 띈다. 정전 기구를 대체하기 위해 자신들이 내세운 판문점연락소까지 폐쇄한 것도 처음이다. 북한은 3월 26일 전략로케트군과 모든 야전포병군 부대들을 '1호 전투근무태세'에 들어가도록 한 데 이어, 3월 29일에는 언제든지 한국 및 미국 본토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게 '사격 대기 상태'에 있도록 조치했다.

북한은 왜 이토록 호전적으로 나오고 있는가?

그 답은 박근혜 대통령이 명쾌하게 제시했다. "핵을 머리에 이고는 살 수 없다." 정확히 북한의 입장이다. 북한은 미국의 핵무기를 1950년 한국전쟁 때부터 지금까지 머리에 이고 살았다. 한국전쟁 기간 B-29 전략폭격기가 북한을 겨냥한 모의 핵 폭격 훈련을 했던 것과 같이, 이번 3월에는 3차례에 걸쳐 B-52 전략폭격기가 휴전선 인근에서 폭격 훈련을 했다. 더군다나 3월 28일에는 핵폭탄 16발을 실을 수 있는 B-2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미국에서 직항, 군산 앞바다 직도 사격장에 훈련탄을 투하했다. 북한은 더 이상 이런 핵 위협을 머리에 이고는 못 살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시험' 후 한국의 수구 정치인들 일부가 이제는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을 하니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이 핵무기로 위협을 하니 북한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북한의 입장과 똑같다. 한국의 수구야말로 북한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친북'이다. 수구의 논리에 따라 핵무기를 손에 쥔 북한은 이제 큰소리로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는 안 살겠다"고 외치는 것이다.

▲ 3월 5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애국단체총협의회 주최로 열린 '자위적 핵 개발, 국회 정부조직법 개정안 즉각 처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호전성은 한국과 미국이 평화적으로 앉아 있는데 비수를 꽂겠다는 것과는 다르다. 먼저 전쟁을 일으켜서 군사력으로 통일을 이루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호전적 발언은 전제를 깔고 있다. 이제부터 '전시 상황'에 들어간다는 정부, 정당, 단체 특별 성명에서도 "북침전쟁의 불을 지르기 위한 군사적 도발을 일으킨다면"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도발적 행위"에 대해서는 "무자비하게 징벌"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비록 핵무기를 손에 쥐었을지는 몰라도 엄연히 전략적 열세의 상황이다. 먼저 도발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도발을 당하면 참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이러한 '수세적 호전성'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이 B-52 전략폭격기와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파견한 것도 북한의 핵위협 때문이지 않은가. 북한이 핵무기를 손에 쥐었다고 호전적인 발언을 할수록 한국에서 수구의 목소리는 커지고, 북한이 거칠게 행동하는 만큼 한국과 미국의 군사적 조치들도 증강된다. 또, 한반도에 찬바람이 불수록 주변 강대국들은 바빠진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부각되는 것과 동시에 미사일 방어 전력을 증강하기로 결정했다. '냉전의 전사'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미사일 방어 구상을, '노벨평화상 수상자'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배경에 둔 아시아 태평양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으로 완성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북한의 위협과 행동이 이 아이러니를 감추는 무대장치가 된 것은 우리 민족의 비극이다. 결과적으로 남과 북은 미국과 중국의 각축전에 더 깊이 빨려들어갈 것이고, 시나브로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으로 전략축 이동을 완성할 것이다. 한반도의 긴장은 미국에 꽃놀이패다.

중국은 이미 발 빠르게 실속을 챙기고 있다. 유엔 제제 결의 통과에 참가해 미국의 손을 들어주고, 북한에 대한 비판적 의견들을 적당히 풀어주고 있다. 미국과 벌이는 경쟁이 너무 앞서 나가는 것을 견제하는 동시에 미국을 견인하여 '신형 대국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북한에 대한 압박의 효과를 높인다. 앞으로 북한에서 받을 반대급부의 액수가 올라갈 것이다. 그러면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행사해주기를 원하는 한국과 미국에서 받을 반대급부의 액수도 따라 올라갈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것이라고? 현재 구도는 중국에 영원히 '장사가 되는' 꽃놀이패다.

일본은 북한의 목을 더 조이라고 미국을 부추기고, 러시아는 "군사적 활동을 증대시키는 일방적 행동들"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점잖게 형님 행세를 하려 한다. 싸움 구경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고, 거기에 떡고물까지 챙길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하여 한반도 '그 겨울,' 또 한 번의 진통을 겪으며 묻는다. 한반도는 언제까지 이 지긋지긋한 죽음의 굿판을 계속할 것인가. 이를 뒤집어 살판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모두 솔직해진다면 양자택일밖에 없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도 핵을 포기하고 한·미도 핵을 포기하는 선택과, 모두 핵을 손에 쥐는 선택만을 우리에게 주지 않는가. 후자의 선택은 한반도 긴장의 상승과 재상승을 가져올 것이고, 한반도를 강대국의 꽃놀이패로 전락시킬 것이다. 사실 선택의 여지는 없는 셈이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애잔하게 묻는다. 험악한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 마지막 이유가 서로일 수는 없는 것일까. 한반도 '그 겨울,' 남과 북은 서로 살 수 있는 선택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북한은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몸부림치고 있다. 공존이냐, 공멸이냐. 그 선택을 마냥 미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반도의 '그 겨울'은 모두 죽는 새드 엔딩일까. 아니면 둘 다 살아서 사랑의 힘으로 봄을 여는 해피 엔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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