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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라디오헤드의 도전, 저작권 논쟁 해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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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라디오헤드의 도전, 저작권 논쟁 해법일까 [디지털 음원과 해적 행위 ③·끝] 온라인 저작권의 가치를 묻다
[디지털 음원과 해적 행위] 지난 기사 보기
음원 불법 해적들이 '합법 구매' 고객들이다
싸이도 제값 못 받는 한국 음원 시장, 활로는?

지난달 26일 <뉴욕타임스>는 뉴욕 타임스퀘어 인근의 대형 전광판에 실린 흥미로운 광고를 소개했다.

3월 하순 미국 의류업체 아메리칸 이글의 뉴욕 매장 상단에 위치한 전광판에는 온라인 해적 행위를 "범죄 행위"(criminal), "진보"(progress), "미래"(the future)로 다양하게 정의하는 광고가 2주간 게시됐다. 이 광고는 사람들에게 트위터를 통해 '해적 행위를 지지하는 아티스트'(#artistsforpiracy) 혹은 '해적 행위에 반대하는 아티스트'(#artistsagainstpiracy)의 해시태그 중 하나를 선택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광고가 만들어진 계기는 아메리칸 이글이 브루클린 인디음악계의 무명 밴드 '고스트 비치'(Ghost Beach)의 음악을 온라인 광고에 삽입한 것이었다. 신문에 따르면 당시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달린 '좋아요' 횟수가 약 8800회에 불과했던 이 무명 밴드는 대형 의류업체의 제의를 받고 자신들이 온라인 음원 저작권에 대해 평소 품었던 고민을 공개적으로 알릴 기회로 삼았다. 아메리칸 이글은 약 5만 달러(약 5700만 원)가 들어간 이 광고를 내는 데 동의했다.

고스트 비치가 이 광고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이들이 개설한 사이트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www.artistsvsartists.com) 웹 사이트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 웹 사이트에서 밴드는 음악을 돈을 주고 구입할 이들에게 자신들의 곡 5곡을 수록한 EP앨범을 4.95달러에 판매하는 애플 아이튠스 링크를 제공한다. 반면에 무료로 곡을 받고 싶은 이들에겐 하나의 파일로 압축된 MP3 음원 파일을 곧바로 내려받을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한다.

▲ 미국 뉴욕의 인디밴드 '고스트 비치'가 자신의 웹 사이트에 해적 행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묻는 내용의 홍보물을 올렸다. ⓒwww.artistsvsartists.com

<뉴욕타임스>는 이 소식을 전하며 "(고스트 비치의 캠페인은) 음악에 가격을 매기면서 청자를 제한하는 것과, 허가나 보수를 받지 않고도 온라인에서 음악을 배포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수용하는 것 중 어느 게 더 나은가에 대한 고통스러운 선택지를 던져준다"고 설명했다. 9일 현재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 홈페이지가 트위터에서 '해적 행위를 지지하는 아티스트' 해시태그 사용 횟수를 추린 결과 3176건으로 461건에 그친 반대 해시태그를 압도하고 있다.

저작권 개념 재고하려면 음악 소비가 뒷받침돼야

일각에서는 고스트 비치가 무명 밴드로서 자신들을 홍보하는 영리한 전략을 펼쳤다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반면에 고스트 비치는 음원의 저작권에 대한 보호만큼 자신들의 팬들에게 음악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인터넷의 기술 발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디지털 음원의 저작권 침해 행위를 강력히 규제해 음원 시장 이익을 지키려 하는 음악업계로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주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산하 연구 기관에서 '음원 해적 행위 사이트의 클릭 수가 올라갈 때 합법 음원 사이트의 클릭 수 역시 올라갔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오자, 음악업계는 조사 방법에 결함이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디지털 음원의 저작권 개념을 폭넓게 바라보려는 시도는 고스트 비치가 처음 한 게 아니다. 영국의 유명 밴드 '라디오헤드'가 2007년 앨범 <인 레인보스>(In Rainbows)를 팬들이 자유롭게 가격을 매겨 내려받게 한 뒤에 음반을 유통시킨 것은 잘 알려진 사례다. 당시 음원 구입자의 40%가 평균 2.26달러(현재 환율로 약 2575원)를 내 음원을 유료로 구입했고, 라디오헤드는 총 16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세계적인 팝스타 프린스는 같은 해 영국 공연을 앞두고 자신의 앨범 <플래닛 어스>(Planet Earth) 약 25만 파운드(현재 환율로 약 4억3590만 원) 어치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을 통해 무료 경품으로 배포하기도 했다.

이러한 유명 뮤지션들의 행보는 수익은 공연으로 거두고 음원은 자신의 새 음악을 알리는 홍보 수단으로 삼는 디지털 음원 시대의 새로운 '적응법'을 보여줬다. 외국의 경우 '매그나튠'(www.magnatune.com) 등의 웹 사이트에서 소비자들이 음원 가격을 자유롭게 책정해 내려받고 광고나 영화 등에 삽입돼 얻은 이익으로 뮤지션들의 수익을 보전하는 시도도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저작권의 가치보다 음악의 광범위한 배포를 통한 홍보에 성공하고 유의미한 음원 수익을 얻는 이들은 자신이 직접 음원에 대한 권리를 장악한, 인지도가 높은 몇몇 뮤지션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또 제대로 된 공연 인프라와 탄탄한 음악 향유층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음원 저작권 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뮤지션들에겐 부담스러운 시도다.

국내에서는 최근 인기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현대카드 뮤직의 '백지수표 프로젝트'를 통해 신곡 '좋다 말았네'를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금액을 정하는 방식으로 공개했다. 9일 오후 6시 기준으로 해당 곡은 1687명이 내려받았고 결제 금액은 228만1648원을 기록했다. 1명당 1352원으로 디지털 음원의 정가로 알려진 600원의 2배 이상이다. 합법 디지털 음원이 통상적으로 '다운로드 묶음 상품'으로 판매돼 1곡당 약 100원의 가치도 갖기 힘든 점을 감안하면 곡에 매겨진 가치는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이 약 2주일 동안 2000명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디지털 음원의 저작권 개념을 폭넓게 보려는 시도에 왜 위험이 따르는 지를 보여준다. 음악을 소비하는 문화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지도가 낮은 밴드는 음원을 가격에 상관없이 공개한다고 해도 주목을 끌거나 공연을 흥행으로 이끄는 등의 2차 효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 문화계에서는 뮤지션들에게 제대로 된 수익이 돌아가기 힘든 현재의 음원 판매 시장을 개선하고, 뮤지션들이 창작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창작 활동이 보장돼 양질의 음악이 늘어나고, 이에 호응해 음악 소비가 늘어나 공연 문화의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디지털 음원의 저작권 문제는 앞으로도 '합법'과 '불법'의 이분법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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