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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공약 후퇴 기조, 장애인의 불안은 더욱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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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공약 후퇴 기조, 장애인의 불안은 더욱 깊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복지 예산, 장애인 공약 반영 못해
박근혜 정부 복지 공약 이행을 둘러싸고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새 정부의 복지 정책이 약속대로 이행될지 걱정하고 있다. 장애인 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대선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장애인계에서 만든 요구 공약을 대폭 수용함으로써 장애인 및 관련 종사자의 표심을 공략하였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대선 장애인 공약은 △장애인 권리 보장법 제정과 장애등급제 폐지 및 개선 △장애인 활동 지원 24시간 보장 △장애인 연금의 인상 및 확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주거권 보장, 장애인 고용 의무 활성화 △장애인 건강권 보장 △발달장애인법 제정 △한국수화언어기본법 제정 △특수학교·교사 확보 △장애인 문화 권리 보장 등이다.

과연 대선 정책 공약이 장애인 정책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은 획기적인 정책인지는 여전히 많은 이견이 있지만 장애인계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장애인들은 새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장애인 공약, 기대에서 실망으로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대는 깊은 실망으로 변해 가고 있다. 핵심은 출범한 지 두 달이 넘어가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장애인 정책 공약 이행 의지다. 정부는 선거에서 장애인에게 약속했던 내용과 수준을 축소하지 않고 이행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장애인들의 우려스런 눈길이 이어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제안한 박근혜 정부 국정 과제 140개 가운데는 49번째 '장애인의 권익 보호 및 편의 증진'만이 설정되어 있다. 국정 과제의 세부 사항도 대선 공약에서 후퇴한 내용이다. 또한 얼마 전 '장애인 정책 조정 실무위원회'에서 논의된 장애인 정책 국정 과제 추진 계획도 일부는 명백히 후퇴하거나 또는 용어를 바꿈으로써 대선에서 약속한 장애인 공약이 누락·왜곡되고 있다. 복지 공약 축소에 대해 모든 국민이 실망하겠지만 사회적 약자이며 경제적 취약 계층인 장애인의 실망감은 더욱 깊다. 장애인은 생존권 및 사회권 등 기본권이 거의 국가의 시책에 달려 있는 만큼,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애인 등급제 폐지 → 권리보장법 제정해야

▲ 지난달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린 '4·20공동투쟁단 복지부 장관 면담 촉구 기자회견'에서 장애인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특히 장애인 권리 보장법 제정은 등급제 폐지와 함께 지난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약속이었다. 그동안 정부는 장애인에게 육류에 등급을 매기듯 육체적·정신적 기능 손상 정도에 따라 1급-6급까지 등급을 부여해왔다. 이러한 등급제는 장애인 몸에 점수를 매겨 낙인을 찍는다. 등급으로 복지 서비스의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다. 또한 등급제로 복지 서비스의 제공 기준을 정하는 건 지나치게 획일화된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당연히 실효성과 공정성의 문제도 대두돼왔다.

다행히 정부는 2017년까지 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장애인 등급제는 장애인 복지 정책의 질과 양을 결정하는 제도인데, 이를 폐지하면서 새로운 판정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즉, 시혜적 복지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럴 때 장애인 권리 보장법은 장애인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고 자립 생활 패러다임을 장애인 복지의 최우선 목표로 삼자는 의미에서 장애인 기본법 성격이 강한 중요한 법이다. 그런데 새 정부는 권리 보장법 제정을 위한 세부 추진 계획을 세울 생각이 없는 듯하다. 단지 관련법 제정 검토만을 국정 과제로 삼고 있어 추진 의지가 매우 미흡하다.

2013년 박근혜표 복지 예산에 장애인 공약 반영 없어

근래 박근혜 정부는 복지 공약에 필요한 재정 마련에 분주하다. 장애인 공약의 이행을 위해 약 3조6000억 원 정도(기금, 교부금 포함)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이 재원은 박근혜 정부가 복지 정책 등을 이행하기 위해 들이는 135조 원 중 일부이다. 이를 재임 기간 5년으로 나누어보면 1년에 평균 7200억 원 정도를 추가 편성해야 한다. 과연 임기 첫해인 2013년 예산에 장애인 공약에 드는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을까?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이하 모니터링센터)에서 2012년 2월 추계해 발표한 중앙정부 장애인 예산은 약 1조4175억 원이다. 만약 여기에 1년 추가 재원 평균액인 7200억 원을 더하면 2013년 장애인 예산은 2조 원이 넘어야 한다. 그러나 2013년 장애인 예산은 그에 훨씬 못 미친다. 모니터링센터에서 조사한 2013년 중앙정부 장애인 예산(본예산 기준)은 약 1조6915억 원이다. 작년에 비해 19%가 넘게 증액 편성했지만, 장애인 공약을 실제로 이행하기 위한 재원을 증액 편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며칠 전 확정된 추경 예산을 통해 장애인 일자리 예산 등이 더 편성되기도 하였지만, 장애인 예산이 2조 원이 넘기에는 아직도 훨씬 모자라는 수준이다. 과연 박근혜 정부가 대선 전 장애인계에 약속했던 공약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새 정부 1년차이기 때문에 공약 이행을 위한 추가 재원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이해한다해도 여러 정황을 보면 과연 박근혜 정부가 재임 기간 중 장애인 정책 공약을 이행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장애인 공약들의 뒷걸음질

먼저 '중증 장애인 활동 지원 24시간 보장'이라는 공약은 '중증 장애인 보호'라는 다소 모호한 용어의 국정 과제로 변화했다. 작년 장애인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이슈화된 중증 장애인 24시간 활동 지원 보장에서 약간 발을 뺀 것이다. 대신 정부는 사고 등 응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응급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최중증 장애인이 직면하는 위험과 방치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장애인 연금 인상 및 확대' 공약도 후퇴할 듯 보인다. 장애인 연금의 현실화를 위해 박근혜 정부는 장애인 연금을 기초연금으로 만들고 기본 급여를 두 배로 늘리고 추가 급여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기초연금 정책이 축소되는 바람에 이는 장애인 연금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장애인 연금은 근로 능력을 상실했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어 정상적인 소득 활동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에게 정부에서 기초 소득을 보장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동일한 제도를 시행하는 다른 OECD 국가보다 급여액이 턱없이 낮은 8분의 1 수준이라 시급히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장애인들은 새 정부의 장애인 연금 정책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기초연금 축소 논란 속에 장애인 연금에 관한 개선 논의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장애인들이 오랫동안 온몸으로 요구해 왔던 '장애인 이동권 보장' 공약도 벌써부터 허점이 드러나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저상버스와 특별 교통수단의 수를 5년 내에 법정 수준까지 달성하겠다며 5년간 1600억 원 추가 재원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저상버스의 경우 실제 법정 대수를 100% 확충하려면 국비만 약 4300억 원이 필요하다. 추가 재원 계획이 공약의 이행 수단을 담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의무 활성화로 일자리 확대' 공약도 불안하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일자리 창출이 가장 큰 바람인 것처럼 장애인계 또한 최선의 복지로 장애인 일자리 정책을 가장 중요시한다. 장애인 일자리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 없이 의무 고용률 제고만 가지고는 고용이 쉽게 확보되지 않는다. 장애인 고용 정책은 이제 중증 장애인과 유형별 장애인 위주로 바꿔야 한다. 또한 중증 장애인 고용 시 최저임금 수준 이상의 실질적 소득 보장이 담보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 상태로는 박근혜 정부 5년간 장애인 일자리 정책은 거의 답보 상태에 머물 확률이 커 보인다.

복지 공약 후퇴 논란 속에 장애인은 더욱 불안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래 장애인 정책공약이 조금씩 후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 후퇴설이 가볍게 들리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장애인 공약마저 재원 마련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대폭 후퇴하는 건 아닌지 장애인들도 심히 불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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