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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 직접고용 기로, "보수교육감 교섭 거부하면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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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 직접고용 기로, "보수교육감 교섭 거부하면 총파업" 공공 비정규직의 42% 차지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인권 사각지대
전국 초 ·중 ·고등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급식조무원, 영양사, 사서, 행정보조원 등이 교육감 직접고용과 호봉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 경기 등 진보 교육감이 있는 6개 시 ·도 교육청은 노조의 협상요구에 응했다. 반면 나머지 10개 교육청은 "각 학교장과 논의할 일"이라며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노조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올 하반기에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학교 비정규직은 전국적으로 약 15만 명 규모다. 지난 4월 교과부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에서 학교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2%다.
▲ 학교 급식 관련 종사자들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연합뉴스

"학교장 눈치 보느라 아파도 병원 못 간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공공운수노조전회련본부, 전국여성노조가 구성한 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는 지난 3월부터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을 상대로 임금단체협상을 요구해왔다. 교육과학기술부에는 호봉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용불안이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최 공동집행위원장은 "교육청이 아닌 각 학교장이 필요할 때마다 한두 명씩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관례가 20~30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감이 학교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장의 눈치를 보느라 근로기준법이 정한 유급 병가, 연차 휴가 사용도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2012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급식노동자의 95.8%가 허리, 손목, 근골격계 통증을 느끼고 있다. 이 중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51.7% 수준이다. 휴가를 사용해본 경험이 없는 노동자는 67.7% 비중이다.

임금체계는 근로기준일 수에 따른 연봉제다. 장기 근로에 따른 기본급 인상을 기대할 수 없고, 방학 등 휴일 근무에 대해서도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연대회의가 발표한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자료집을 보면 학교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월 100만 원 안팎이다.

최 공동집행위원장은 "호봉제를 따르는 정규직과 달리 비정규직은 연봉제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똑같은 임금상승률을 매년 적용받아도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임금 차이는 더 벌어진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근무 10년 차가 되면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약 46%밖에 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과 통합진보당 정진후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학교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교육감 없는 10개 시·도 교육청 "우리 일 아니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진보교육감이 있는 서울, 경기, 강원, 전북, 광주, 전남 교육청은 노동자 측 협상대표와 교섭을 시작했다. 최 집행위원장은 "이 6개 지역에서는 교육감 직접고용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강원도 교육청이 일단 앞서나가고 있다. 강원도 교육청은 지난 27일 학교 비정규직을 교육감이 직접 고용하는 체계로 전환하고 정년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로써 총 5713명의 학교 비정규직을 교육감이 직접 고용할 예정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교섭에 앞서 상견례를 가졌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단체협상을 계기로 학교 비정규직에 관한 교육청 운영방안이 세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호봉제 요구와 관련해서는 "현재 교육청 재정으로는 호봉제 전환이 굉장히 어렵다"며 "교과부와 정부가 지방교육청 교부금을 대폭 상향하는 등의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강원도, 서울시 등 6개 지역에서 논의 중인 교육감 직접고용 방안은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안'을 통해서도 근거를 얻을 전망이다.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 통합진보당 정진후 의원이 이번 정기국회에 발의할 예정인 해당 법안은 △학교 비정규직을 위한 '교육공무직' 신설 △ 학교 비정규직 교육감 직접 채용·관리 △연봉제에서 호봉제로 전환 △8·9급 공무원 수준의 각종 수당 지급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반면에 충남, 경남 등 10개 시·도 교육청은 학교 비정규직 문제는 각 학교장과 협의해야 한단 입장이다. 이들 교육청은 올해 초 고용노동부 산하의 중앙노동위원회가 학교 비정규직 사용자는 교육감이라는 판결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청구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마다 독립된 회계를 바탕으로 예·결산 업무를 본다. 누가 대신해주는 게 아니다"라며 "교육감이 사용자라는 고용노동부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머지 9개 시·도 교육청도 우리(충남교육청)와 입장이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율래 교과부 차관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학교 비정규직에도 공무원과 같은 처우를 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교과부가 호봉제 도입을 위한 실제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파업에 대비해 쟁의 대책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는 노조 측 주장에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노조는 교과부와 각 시·도 교육청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올 하반기에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18일까지 연대회의가 실시한 '2012 임금인상·단체협약 쟁취 쟁의행위찬반투표'에서 전국 3만69명 조합원 중 2만5519명이 투표에 참여, 92.6%의 찬성률로 파업이 결정됐다. 학교 비정규직 연대회의 최순임 공동집행위원장은 "정확한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9월에서 11월 사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10년째 열악한 학교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며 "여전히 교과부와 일부 시·도 교육청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을 결정한 노조도 일선 학교에 생길 혼란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제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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