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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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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中國探讨] 중국 중고차 시장 발전의 특징과 구조적 문제
2009년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에서 세계 1위가 된 중국에서 중고차 거래량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 내 중고차 거래량의 성장 속도는 신차 판매량 증가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2012년 중국의 자동차(신차) 판매량은 1,931만 대로 전년 대비 4.3% 늘어났다. 당초에 2012년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 2천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결국 2천만 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2011년 자동차 판매량 증가율이 2.5%로 갑자기 뚝 떨어진 이후, 저(低)성장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반면 2012년 중국의 중고차 거래량은 480만 대로 2011년 거래량(433만 대) 대비 10.9% 증가했고, 2012년 중고차 거래금액도 2,636억 위안으로 2011년보다 약 25%로 증가했다. 즉 2011년과 2012년 신차 판매량의 저성장 현상과 대조적으로 중고차 거래량은 12.4%, 11%의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사실 중국에서 '중고차 유통 시장'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거래량이 100만대를 돌파한 2004년 이후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중국의 중고차 거래량은 134만 대로 2003년(88만 대)대비 무려 52.4% 증가하였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04년 6월 공표한 '자동차산업발전정책(汽车产业发展政策)' 66조와 67조에서 중고차 유통과 교역, 시장 발전, 그리고 유통 기업과 전문 인력 육성 및 관리방법 등을 명시하며 중고차 시장 육성 의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2000년 중국 내 중고차 거래량은 25만 대에 불과하였으나, 2004년 100만 대를 넘어섰고 2007년과 2009년에는 각각 200만 대와 300만 대를 돌파하였다. 그리고 2012년 500만 대에 육박하였는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중고차 거래량의 연평균 증가율은 27.8%로 같은 기간 신차 판매량 연평균 증가율보다 약 7.5% 포인트 높았다. 2013년 중고차 거래량은 2012년보다 20∼25% 증가한 600∼65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10여 년 간 중국 중고차 시장 발전의 특징은 대략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거래되는 중고차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중고차 거래단가(거래총액/거래량)는 5.5만 위안으로 2011년 단가(4.9만 위안)보다 약 13% 상승했다. 특히 2006년 '중고차 유통관리방법(二手车流通管理办法)'이 실시된 이후 2012년까지 중고차 거래액 증가율은 거래량 증가율을 계속 상회하였고, 이에 따라 거래 단가가 매년 꾸준히 올랐다. 이는 공급과잉과 가격경쟁의 심화로 중소형 신차의 평균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다만 중고차 가격 상승 현상이 곧바로 중고차 품질 향상이나 가치 상승 및 수요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복잡한 유통구조나 불합리한 거래 방식 때문에 중국에서 중고차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는 반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승용차 위주의 거래로 중고차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자동차 산업에서 승용차 생산량 증가 및 승용차 종류와 범위가 꾸준히 확대된 점과 관련이 깊다. 중국 자동차 산업에서 세단(sedan)형 승용차 생산 비중은 2000년 29.4%에서 2008년 53.9%, 2012년 55.7%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중고차 거래량에서 세단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38.2%에서 2008년 52.1%, 2012년 56.6%로 동반 상승했다. 반면 버스와 트럭이 중고차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각각 21.5%, 20.7%에서 2008년 18.5%, 15.2%, 2012년 16.4%, 13.7%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또한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차량의 출고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도 중고 승용차의 거래량 증가와 관련이 있다. 일반인들의 승용차 보유량이 늘어나면서 승용차 교체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고된 지 3년 이내 차량이 2012년 중고차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3%로 처음으로 20%를 넘어섰으며 2008년보다는 4.2% 포인트 상승하였다. 반면 4∼9년 이내 차량의 비중은 2008년 78.5%에서 2012년 71.8%로 크게 줄어들었다.

셋째, 중고차 시장 발전을 선도하는 지역의 형성 및 지역 간 거래 장벽의 존재이다. 2012년 현재 중고차 거래량이 가장 많은 다섯 개 지역은 광둥성(79.8만 대), 산둥성(49.5만 대), 쓰촨성(46.6만 대), 베이징(46.6만 대), 상하이(37.9만 대)였다. 그 뒤를 이어 허난성, 저쟝성, 랴오닝성, 윈난성, 톈진의 거래량이 많았다. 2012년 상위 5개 지역의 거래량 점유율 합은 54.4%였고 상위 10개 지역 점유율도 79.4%에 달했다. 즉 중국에서 거래되는 중고차의 10대 중 8대가 이들 10개 지역에 등록된 차량이었던 셈이다. 특히 상위 5개 지역은 중고차 시장 발전을 선도하는 지역으로서 위상이 더욱 굳건해졌다. 최근 5년간 상위 5개 지역 간 약간의 순위 변동이 있었지만, 그 구성에는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고차거래에서 성시(省市)별 동일 행정구역 내 거래 비중이 2012년 83.2%에 달해, 대부분의 중고차가 동일 지역 내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정 지역에 등록된 차량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행정수속, 인증, 운송 등 거래 비용이 만만치 않아, 지역 간 유통 장벽이 존재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동일 지역 내 거래 비중은 2008년 86.7%에서 2012년 83.2%로 점차 하락하는 기미를 보였다. 중국 정부가 중고차 유통구조 개선을 강조하며 전국적으로 통일된 중고차 시장 형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넷째, 중고차 시장 참여자들의 규모가 영세하고, 차량에 대한 정보 불균형, 관리감독의 미숙 등으로 여전히 시장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2012년 중국의 중고차 거래량은 미국 내 중고차 거래량의 10% 불과한 수준이고 신차 판매량 대비 중고차 거래량 비율도 24.9%에 그쳤다. 2010년 기준 미국, 영국, 일본의 중고차 거래량은 신차 판매량보다 각각 3.8배, 3배, 1.4배 더 많았던 반면, 중국은 신차 판매량의 21.3%에 머물렀다. 한국의 중고차 거래량은 2010년 230만 대로 같은 해 신차 판매량의 1.6배에 달했고 2012년에는 328만 대로 신차 판매량(155만 대)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데, 첫째는 중국 자동차 산업이 신차 구매 수요가 여전히 강한 성장기에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중고차 거래량은 신차 판매량보다 더욱 많아지게 된다. 갈수록 신차 위주의 생애 첫 구매자보다 중고차 위주의 교체 수요나 보유량 확대 수요가 점차 늘어나기 때문이다. 둘째, 중고차 구매자의 입장에서 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지 못해 일반인들의 시장 참여가 매우 부진하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중고차 거래량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10여 년간 중고차 거래 비중이 신차 판매량의 30%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은 중고차 유통구조의 투명성, 차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과 정보획득 비용 절감 시스템 구축, 그리고 구매자 권익보호 법규 등에서 구매자의 신뢰 획득에 실패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무엇보다도 중국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 가는 이해관계자들이 중고차 시장 발전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중국 자동차 산업의 핵심은 여전히 '유통'보다는 '제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 생산량과 판매량 세계 1위,' '대체에너지 자동차 개발과 생산에서 세계 시장 선도,' '중국산 자동차 수출량 확대'에 산업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울러 다국적 기업과 대형 국유기업 및 기타 현지기업들도 신차 개발과 생산, 판매량 증대를 경영의 최대 과제로 삼고 있으며 중국자동차공업협회나 자동차유통협회의 주요 업무도 신차 제조와 유통에 집중되어 있다. 자동차 할부와 리스(lease), 보험 등 관련 금융업도 중고차보다는 신차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결국 중국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중고차보다는 신차 쪽으로 더욱 쏠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중국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2009∼2010년 실시했던 소형차 취득세 감면, 농촌 지역에 대한 신차 구입 보조금 지급(汽車下鄕), 중고차 폐차 및 신차 교환(以舊換新) 지원 정책 등은 중국 정부의 의중이 중고차 유통보다는 신차 제조와 판매 촉진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중국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차량의 잔존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중고차 시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직영 중고차 판매상들의 영업실적은 신차 판매실적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또한 전문적인 중고차 판매상이나 중개업체의 사업 규모도 여전히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차 제조와 판매 위주로 성장해온 산업구조가 결과적으로 중고차 시장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중국 언론들과 관련 기관들은 중고차 시장의 구조적 문제보다 성장 잠재력을 더욱 강조하며, 2020년경 중고차 거래량이 4천만 대로 신차 판매량과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 이해관계자들이 제조업 중심의 인식을 유통과 서비스업 위주로 대폭 바꾸지 않는다면 중고차 시장에 대한 그러한 예상은 지나친 낙관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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