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박근혜>가 문을 연 지 40여 일이 지났다. '박 사장'은 수첩에 적은 '그대로' 일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믿었던 아르바이트생 여섯 명은 도덕적 문제로 일도 못 해보고 그만뒀고, 길 건너 <정은이네>는 자꾸 약을 올리며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게다가 매출은 40%가 될 둥 말 둥…. 답답하기만 하다.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이다.
#2.
서울 중구에서 장사 좀 했다는 정대철 사장은 박 사장의 싹수가 "좋게 날 싹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원칙과 약속을 지킨다"던 박 사장에게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 사장은 엄혹했던 시절, 박 사장의 아버지 박정희 씨와 '시바스리갈' 한두 잔을 같이 마신 적이 있다. 서슬이 퍼런 때였지만, 그는 낭만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 지난 때이자 4.24 재보궐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3월 27일, 민주통합당 정대철 상임고문을 초대 손님으로 모셨다.
'개점 휴업' 상태인 박근혜 정부를 추스르고, 역시 맥을 못 찾고 있는 야권을 북돋우기 위해서이다. 지난해 대선을 닷새 앞두고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에게 구했던 '현자의 돌' 2탄인 셈이다.(☞ 관련 기사)
정 상임고문은 1977년 9대 국회의원(서울 종로구·중구)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제10·13·14·16대 국회의원을 거쳐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용의주도 박근혜, 사실은 "나이 든 박정희"
박근혜 정부 한 달을 평가해 달라는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의 요청에 정 상임고문은 한숨부터 쉬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공약 이행과 정부 주요 인선 과정에서 "(국정 운영의) 싹수가 의심스러운 상황"이 보였기 때문이다. 기억할 것, 말할 것을 늘 수첩에 적는 "용의주도한" 박 대통령이지만, "원칙이 있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흐릿해졌다는 것이다.
이 소장도 이에 동조하며,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 사이에서 회자되는 말을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뽑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육영수 여사 같아서 뽑았는데, 뽑고 나니까 박정희 대통령이더라. 그다음에는 젊었을 때 박정희 대통령인 줄 알았는데, 나이 든 박정희 대통령이더라."
'나이 든 박정희'라는 표현은 박 전 대통령이 1972년 10월 유신을 단행한 이후의 모습을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독재자였던 아버지를 닮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아버지 박정희는 1963년부터 1979년까지 16년 동안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에 있었다. 딸 박근혜는 1974년부터 어머니 육영수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했다. 2013년 현재, 그는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이다. ⓒ연합뉴스 |
정 상임고문은 박정희 정권에서 왕성한 정치 활동을 했다. 그는 집권당과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도 긴급조치 위반으로 체포되던 시절, 국회에서 인권과 언론 자유, 김대중 처우 문제 등을 연설하다 마이크가 열세 번 이상 꺼지는 경험을 했다.
반면, 정 상임고문은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시바스리갈을 마신 적도 있다. 국회 국방위원 소속으로 유신정우회(유정회) 출신 이종찬·최경록 전 장군들과 함께하게 된 것. 박 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유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정 상임고문은 '국가 발전을 위해서 경제적으로 혹시 유리한 제도인지는 몰라도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말도 안 되는 제도'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이 '껄껄 웃었다'고 정 상임고문은 기억했다.
이종찬·최경록은 유정회 멤버로, 박 전 대통령의 지도 이념을 입법 활동에 구현하는 역할을 했다. 이종찬(1916~1983)은 6대 육군 참모총장과 제9대·1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이승만 정부 때 병력 출동 명령에 불복하며 군의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라는 훈령을 내린 인물로도 유명하다. 최경록(1920~2002)은 13대 육군 참모총장, 1974년 교통부 장관, 1979년 제1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뉴시스 |
"하늘에서 놀던 안철수, 허리가 녹신녹신하게 돼야…"
정 상임고문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4.24 재보선 노원병 출마를 지지했다. 정 상임고문은 안 전 교수가 "하늘에서 놀던 분"이라며 "이제 땅으로 내려와서 아직 흙도 안 묻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이번 선거를 통해 안 전 교수가 정치인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대선배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
"노인정 가서 여러 번 당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게(어른들의 말씀이) 무슨 소리냐' 그럴 것이다. 그런데 한 번 들어서는 안 된다. 한 달 정도가 되면 (90도 인사를 하느라) 허리가 녹신녹신하게 된다. 안철수 씨도 '정치 안 할 것을 괜히 했다' 소리가 (나올 것이다). 보지 않고 묻지 않아도 뻔하다. 그게 현실 정치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더군다나 선거 때(인데) 오죽 말이 많겠나. 이렇게 흙을 묻혀서 선거가 끝난 다음에 다시 봤으면 좋겠다."
이 소장도 안 전 교수가 노원병 선거 운동을 통해 "현실 정치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며칠 전 노원병 지역에서 만난 안 전 교수가 "지역구 선거 안 해봤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어르신들이 안철수 같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사람에게 쓴소리를 해줘야 각성이 된다"며 정치 신인이나 다름없는 안 전 교수에게 "때로는 회초리를 들어 달라"고 정 상임고문에게 당부했다.
"민주통합당은 위기"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을 배출한 40년 정당 역사의 산증인인 정 상임고문은 민주통합당이 "위기"라고 진단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정 상임고문은 "2012년 선거에서 졌다면 친노(주류)는 물러나야 한다"며 "(5월 전당대회에서) 비주류가 돼야 (민주통합당이) 건강한 정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상임고문은 최근 전문가들과 나눈 민주통합당 개혁 방안을 전했다. 먼저 그는 "민주통합당이 중도 개혁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중도 우파를 끌어들이지 않고는 앞으로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50·60대 장년층과 노년층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천권은 "당원 중심으로 가야 한다"며 여기에 "플러스(덧붙여서) 국민의 의사도 들을 수 있는 모바일 투표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희 : (노무현 대선 후보 자금 모금 혐의로) 옥고 치르고 나서 노무현 대통령이 밥 제대로 한번 샀어요? 정대철 : 그럼요. (2005년) 8월 15일 날 나오니까 '술 한잔 먹자'고 그날로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청와대로 갔지. 인왕산 가운데 정자가 있다. 거기에 김원기 국회의장하고 신상우 의원하고 가서 '러브샷'으로 얼마나 마셨는지 다 실려 내려왔다. 노 대통령도 실려 내려왔고. 경호원 수십 명이 차에다 실어 나르고…. 그래서 그다음 날 (노무현 대통령이) 일하는 데 지장을 받았다. 노 대통령이 "정 선배, 내가 (목에) 복숭아뼈 있는데 복숭아가 하나 걸려 있다가 쑥 내려간 것 같다"고 했다. 자기가 날 풀어줬다. 8.15 사면 복권해줬거든. "그래서 오늘 내가 시원해서 정 선배 모시고 술 한잔 마셔서 기분 좋습니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좋습니다"라고 했다. 이철희 : 현직 대통령을 대취해서 실려 가게 했으니, 국가 안위를 위태롭게 한 겁니다. 정대철 : 그래도 완전히 떨어지지는 않았어.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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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하늘에서 놀던 안철수, 허리가 녹신녹신하게 돼야…"를 통해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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