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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문제, 정치권엔 '강 건너 불'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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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문제, 정치권엔 '강 건너 불' 인가? [황재옥의 '북한 인권을 생각한다']<6>'헬싱키 프로세스'의 벤치마킹이 필요하다
학자같이 말하는 여당대표와 '모르쇠' 야당

3월 21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제22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되었다. 북한인권과 관련한 조사위 설치라는 국제사회의 결의는 내용과 강도 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적극적인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춰, 이제는 우리도 이전과는 다른 대응과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여당의 황우여 대표가 국제사회의 인권 흐름을 알고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의심스러운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황우여 대표는 지난 3월 25일 한 북한인권 관련 NGO가 개최한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설립 환영 기자회견'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설치는 북한의 인권유린 책임을 규명할 수 있는 역사적인 단계를 수립한 것"이라며 "피해자 증언, 정보수집에만 그치지 않고 인권침해 책임자 규명도 포함할 것이므로 응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것은 인권학자가 학술 세미나에서나 할 수 있는 얘기다. 국정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집권 여당의 대표라면 '국회에서도 조사위 요청에 적극 화답할 것'이라고 덧붙일 것이 아니라,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국회도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발맞추어 북한인권법을 빨리 제정하도록 하겠다. 마침 여야가 이미 작년에 각각 자기 당의 북한인권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라고 했어야 맞는 것이다.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국회인권포럼, 통일미래포럼 주관으로 열린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의 인권실태를 조사할 위원회는 북한의 입국을 북한당국에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국내로 들어올 것이고, 들어오더라도 통일부의 협조를 얻어 탈북자들을 만나 조사와 자료 수집을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가 조사위에 요청하고 화답할 것은 없다. 북한인권과 관련해 우리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잠시 잊은 듯, 참으로 답답한 말을 했다.

그러면 민주당은 어떤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 설치 결정 후, 민주당은 아예 어떠한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인권이야말로 진보진영의 대표적 화두인데, 민주당은 진보진영을 대표한다면서 새누리당 대표만큼도 못한 셈이다. 여야 모두가 이 지경이니 북한인권법 제정 문제는 지난 9년 동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민주당은 '북한을 자극해선 안 된다'는 입장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을 꺼리던 과거의 연장선상에 아직도 서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과 같은 국제사회의 대북한 인권문제 관련 움직임에 대해 더 이상 모르는 척할 수도 없고 모르는 척해서도 안 된다. 이제는 민주당도 새누리당의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내놓은 '북한민생인권법'(안)의 내용을 오늘부터라도 다시 재검토하고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집권 여당으로서 새누리당의 책임이 민주당의 책임보다 더 크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은 자기 당이 배출한 박근혜 대통령의 다음과 같은 최근 발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근본적 목적은 한반도 전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자유와 인권을 더욱 확장하고 신장하는 데 목표가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자세로, 그리고 통일을 준비하는 자세로 대통령과 국민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 문제가 국내정치의 이슈가 되었을 때는 법안을 제안하고, 그 이후 후속조치가 없다면 그건 포퓰리즘에 불과할 뿐이다. 당정협조를 위해서도 그렇고, 국제협조를 위해서도 북한인권 문제에 진정성을 가지고 적극 노력해주기 바란다.

지금이야말로 북한인권법 제정을 준비할 때다

한편, 지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다.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유엔차원의 제재가 실행되자, 북한은 극렬 반발하면서 위협적인 언사들을 매일 쏟아내고 있다. 그러다가 3월 초부터 한미연합 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과 '폴 이글' 훈련이 시작되면서 북한의 대남 군사적 위협은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에 질세라 미국도 예년과는 달리, 16발의 핵폭탄 탑재가 가능한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2대나 한반도 상공에 띄웠다.

B-2의 한반도 상공 출현에 중국 러시아까지 반발하고 나설 정도가 되었으니, 북한의 반발과 군사적 대응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어쩌면 정해진 순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전후 사정을 잘 모르고 언론보도만 접하는 우리 국민들 중에는 "이러다 정말 무슨 일 나는 것은 아닌가" 하면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키 리졸브' 훈련은 3월 11일부터 시작해서 21일 끝났지만, 3월 1일 시작된 '폴 이글' 한미합동 기동훈련은 4월 말까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거친 언사와 위협적인 군사행동도 최소한 4월 말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당장 눈앞의 안보상황을 고려하면, 필자의 논평에 대해서 지금 한반도에 전쟁이 날지도 모르는 판국에 무슨 '북한인권법' 타령이냐고 말할 수도 있다. 국회나 여당에다가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것이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는 안보상황에 대처하는 행정부도 아니고 국방부도 아니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다. 더구나 4월 말 '폴 이글' 한미합동 기동훈련이 끝나면, 북한의 대남 위협적 언사나 행동도 잦아들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금년도 통일부 업무보고 내용을 감안하면 그때쯤부터는 박근혜정부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는 법을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 국회는 현실정치보다 한발 앞서 가야만 한다. 19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각각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했다. 아마도 19대 국회에서는 '북한인권법'(안)을 제정하겠다는 취지와 17대, 18대에 연이어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지 못한 부담에서 그랬을 것이다. 비록 작년 하반기 대통령선거 때문에 북한인권법 제정을 미루어 놓았다 하더라도, 이제 새 정부도 출범했고 남북간 긴장도 5월부터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면, 여야는 지금부터 북한인권법 제정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함께 '한반도 인권프로세스'를

유엔 최고인권위원(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나비 필레이(Navi Pillay)는 며칠 전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에는 관심을 집중하면서, 북한인권 침해 상황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우리 정치권은 한국이 G-15 반열에 올랐고, 국격이 높아졌다고 자화자찬만 할 것이 아니라,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설치되고 활동을 개시하는 바로 이 시점에 정치권도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주도해야 할 책임이 있는 한국이 제정하는 북한인권법은 미국이나 일본 이 제정한 북한인권법과는 그 내용과 격을 달리해야 한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서구식 인권을 북한에 파급시키는 것이고, 일본은 납북일본인에 대한 인권문제를 그들의 인권법안에 담았다. 그들이 진정으로 북한주민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구체적인 개선방안에 대해 연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북한의 참혹한 인권 침해상황을 고발하고,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대북방송 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을 법제화하거나, 납북된 자국민의 송환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인권법이 우리가 만들 인권법안의 모범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담자는 것인가?

우리가 늦은 만큼,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면서 이번에는 제대로 된 북한인권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침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남북관계 공약으로 내걸고 정책화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한반도 인권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가기 바란다. '한반도 인권프로세스'를 구상하고 추진하는데 있어서는 '헬싱키프로세스'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75년 '헬싱키 협약'을 토대로 진행된 '헬싱키프로세스'는 '안보+경제협력+인권'을 동시에 묶어, 서유럽국가들이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개방을 유도했던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헬싱키프로세스'는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인권개선과 냉전의 종식에 기여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까지 안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인권문제 하나만 달랑 들고 대화를 하거나 압박을 하는 차원이 아닌, 포괄적인 차원에서 법안을 심의하고 확정해야 할 것이다.

서유럽 방식, '헬싱키프로세스' 방식으로 북한문제 또는 북한인권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그나마 북한을 인권대화, 정치대화로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북핵문제와 미사일문제, 중국에 빼앗긴 남북경제협력의 복원 문제, 북한인권 문제를 하나로 묶는 포괄적인 방법으로 남북교류와 한반도의 안정, 나아가 통일을 준비해 나가자는 것이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간섭과 제재, 압박만으로는 100년이 흘러도 북한인권 상황을 개선할 수 없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마음에 와 닿는다. 시작을 하느냐와 안 하느냐의 문제는 하늘과 땅의 차이다. 북핵문제 등으로 한반도의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반드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기 바란다. 그리고 그 모델은 동유럽의 인권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헬싱키 프로세스'를 벤치마킹할 것을 여야 지도자들에게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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