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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북정책, 2월 '키리졸브 훈련'이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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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북정책, 2월 '키리졸브 훈련'이 시험대 [코리아연구원 동아시아 정세 분석] <1> 미국
코리아연구원의 '2012 동아시아, 정세 분석 및 전망' 시리즈를 6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 연재에서는 2012년 리더십 교체가 이뤄지는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중동의 정세를 전문가들의 눈으로 분석합니다. 코리아연구원(연구기획위원장 이정철 숭실대 교수)은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통합 분야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네트워크형 싱크탱크입니다.() <편집자>

2012년 미국과 동북아 : 연속(continuation) 또는 불연속(discontinuation)

Ⅰ. 오바마 재임 3년의 외교성적표와 2012년 대선

오바마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부시 8년의 외교실패를 바로잡겠다는 목표를 최우선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산적한 국내개혁과제들과 금융위기로 인해서 실제로는 외교에 힘을 집중하지 못했다. 이러한 일종의 반전은 3년이 지난 시점 재반전을 이루었다. 전력을 쏟았던 국내정치에선 실패에 가까운 평가를 받고 있는 반면, 외교분야에선 상대적으로 평가가 좋다. 여론조사에서도 외교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대통령직 수행 전반에 대한 지지율보다 항상 앞선다.

주요 실적만 거론하자면, 최대의 선거공약이었던 이라크에서의 철군을 완료했고, 러시아와 핵감축협정에 성공했다. 이집트의 독재자 무바라크의 사임을 요구하였고, 나토를 통해 리비아사태에 개입하면서 중동 민주화의 공로자가 되었다. 또한 빈 라덴의 사살을 포함해서 알카에다 세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그리고 오래도록 묵혀왔던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도 성공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오바마도 자신의 재선 가도에 있어 외교를 최고의 카드로 여기며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다.

만약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게 된다면 그것은 공화당 대항마들의 경쟁력 부족과 더불어 대외정책 덕분일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물론 공화당 후보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바마의 '사과(apology)' 외교와 '유화(appeasement)' 정책이 미국을 형편없이 약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외교에 있어 미국의 '강한 힘'을 강조하는 것은 공화당이 선거 때마다 휘두르는 전가의 보도지만,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오바마 외교의 실적이 폭넓은 인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공격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일반적으로 내부지향적이며, 미국 밖의 세상은 주요 관심에서 떨어져 있다. 그래서 외교는 전통적으로 미국인들의 결정적 표심을 잡기 힘들다고들 한다. 그러나 2012년의 선거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먼저 국내문제가 구조적 성격을 띠며 좀처럼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역설적으로 오바마에 대한 실망은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공화당도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국내문제 해결의 동반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자신들의 문제가 곧 세계의 혼란과 불안정과 직접 닿아있다는 것을 지난 수년간 미국인들도 깊이 인식하게 되면서, 외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보다 점점 커졌다.

▲ 지난해 11월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Ⅱ. 오바마정부와 동북아, 그리고 한반도

오바마 재임기간 미국의 전략적 이익의 중심은 중동에서 동북아로 확실하게 옮겨갔다. 그리고 2012년 즈음하여 미국을 비롯해 동북아 6개 역내국들이 정권교체의 시기를 지나면서 동북아 국제정치가 큰 변곡점을 그릴 수 있다는 예상이 수년 전부터 있어왔다. 2012년이 오기 전에 일본이 먼저 시동을 걸었다. 리더십 교체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내각제라는 제도상 특징과 후쿠시마 원전폭발이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다음으로 권력 속성상 가장 예측이 어려웠던 북한의 정권교체가 2011년의 대미를 장식하며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나머지 4개국은 2012년에 차례로 뒤따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동시적 정권교체는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며, 동북아 역학관계를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국가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새로이 등장할 리더십들은 차별화를 위한 시도와 동시에 권력을 조기에 공고화할 필요에 공통적으로 직면한다. 즉, 변화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다른 나라와는 달리 60년 동안 단 두 번째 권력교체 과정을 겪고 있는 북한변수가 중심에 있다. 이는 동북아 전체의 세력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2년에도 미중관계를 주목해야 한다. 오바마는 취임 직후부터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나아갈 것임을 천명했다.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며 대중 봉쇄적 경향을 보였던 전임 부시행정부와 차별화하면서, G2를 앞세워 협력관계를 구축하고자 했고, 이에 발맞추어 안보와 경제 전반에 걸쳐 최고위급 전략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나 중국과의 협력 모색 속에서도 갈등은 심화되었다. 금융위기의 해법을 둘러싼 갈등은 물론이고, 동북아와 동남아에서 지정학적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었다. 특히 지난 2년간 중국 역시 역내 곳곳에서 힘겨루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동북아에선 천안함과 연평도포격을 둘러싸고, 동남아에서는 영유권 분쟁을 놓고 대립했다. 미국은 이들 아시아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면서 중국을 포위, 또는 고립시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또한 오바마행정부는 중국의 인권과 티베트 문제, 타이완 무기 판매 등을 놓고서도 갈등을 심화시켰다.

미국과 러시아 관계도 주목의 대상이다. 오바마의 리셋정책으로 미러관계는 상당한 개선을 이루었다. 핵감축협정에 합의하고, MD에 대한 속도 조절, 그리고 러시아의 WTO 가입에 협조하면서 오바마와 메드베데프는 상당히 순탄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거의 확실시되는 푸틴의 컴백은 미러관계에서 또 다른 리셋을 초래할 수 있다. 민족주의 및 권위주위로 무장한 푸틴은 벌써 미국이 러시아내 부정선거논란을 틈타 시위를 조장한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공화당은 오바마의 리셋외교는 대러 저자세 외교와 다름 아니며, 미국의 지나친 양보 때문에 러시아가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존재감을 확장하고 에너지를 무기화하는데 큰 일조를 했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더 나아가 미러 및 중미관계가 갈등을 지속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공조체제가 지금까지보다 가속을 낼 수 있다. 여기에다 남북 및 북미관계가 악화될 경우 신냉전구도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Ⅲ. 오바마정부의 대북정책 평가

오바마는 취임 전부터 북한과의 직접협상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는 소극적 자세로 돌아서버렸다. 금융위기와 다른 산적한 국내문제의 시급성으로 인해 대북정책은 뒤로 밀려났고,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재임기간 내내 북미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져들었다. '전략적 인내'가 겉으로는 부시정권의 대북정책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결국 선핵폐기론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봉쇄정책이다. 본질에 있어 전임 부시와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조차 존재한다.

오바마정부는 이명박정부의 적극적 대북강경책에 동조 또는 편승하며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았다. 특히 북한문제에 편승해 중국을 견제했고,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했다. 2009년 핵실험 이후 중국이 대북협력을 확실히 하면서 동북아에는 북중과 한미의 대립구도가 이어졌던 것이다. 물론 전임 대통령들의 방문 등을 통하여 북미관계 개선 노력들이 간간이 이어졌으나 결실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2011년 10월 식량지원을 협의하는 자리에서 북미고위급회담과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합의했다. 북한은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핵실험 유보를 위한 조치를 하는 대신, 미국은 대량 식량 지원에 나서겠다는 등 상당한 합의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12월 22일에 북핵문제를 의제로 북미 3차 고위급회담까지 예정된 상황에서 김정일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이후 한반도의 안정문제가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 순위로 떠올랐다. 미국은 사실상의 조의를 표했으며,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도 6자회담 관련국들과의 접촉을 준비하며 적극적 행보에 들어갔다.

김정일 사후부터 지금까지의 북한을 보면 김정일의 유훈통치가 김정은의 권력이 안정화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속도문제는 있으나 김위원장의 사망 전에 진행되던 북미관계개선의 방향을 틀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망 발표 후인 19일에도 이루어진 북미간 뉴욕접촉은 낙관적 전망을 낳게 한다. 이들을 종합해볼 때, 2012년의 북미관계는 개선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대화를 시발로 6자회담 개최 가능성도 높다. 북한의 권력교체가 가지는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해소시키려는 미중의 적극성이 남한과 북한정부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일 내 '극적타결(breakthrough)'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미간 대화가 재개되고, 6자회담을 재가동하는 것까지는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9.19 공동성명을 합의 직후 좌초시켜버린 경수로 문제를 포함해 도처에 깔린 난관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년공동사설에서도 암시하듯 북한도 내부단속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재선에 전력투구해야할 오바마 역시 적극적인 변화를 위한 모험보다는 현 상황을 일단 관리하려 할 것이다. 물론 북미관계가 순탄하게 진행될 경우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대체로 올해는 재선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관리하다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내년쯤 북미관계는 새로운 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공화당이 권력을 잡게 된다면 북미관계는 곧바로 악화될 수 있다. 이미 대선국면에서 공화당이나 보수층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 대북 식량지원을 북한과 대화하기 위한 뇌물이며, 저자세 외교라고 비판한다. 공화당 후보자들은 공통적으로 북한을 여전히 악의 축이나 깡패국가로 인식하고, 금융제재를 포함해서 압박수위를 높일 것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이란, 시리아, 미얀마와의 핵무기 확산 커넥션에도 주목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Ⅳ. 오바마정부의 한반도정책 전망

지난 20여 년간 한미 양국 정부는 집권세력의 이념성향에 관계없이 북핵문제 또는 크게는 북한문제에 관해서 대체적으로 북한에게 끌려 다녔던 감이 없지 않다. 이는 상대적으로 잃을게 없는 북한이 아젠다를 선점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강경도발을 하든, 협상노선으로 나오든 한미는 반응자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명박정부의 강경책과 오바마정부의 '전략적 인내'정책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더 심각한 것은 강경책인데, 강경책으로는 주도권 확보도, 문제해결도 더 어렵다. 북한에 대해 가장 강경한 노선을 견지했던 부시행정부도 문제해결에 실패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잃을 게 많은 한미양국은 강경책으로 나간다 해도 군사적 수단은 사용하기 어려운 정책옵션이기 때문이다. 중국조차도 고민 끝에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 협력을 통한 개입(engagement)임을 인식했다. 결국 협상을 통한 해결이 남는데, 이것 역시 북한의 태도에 따른 반응적 접근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선제적이면서도 과감한 관계개선 정책만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이유이다.

오바마정부는 '전략적 인내'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북한을 이용해서 대중견제를 정당화하려는 이삭줍기 차원의 이익에만 골몰했다. 그 결과 대북 레버리지를 잃어버리고, 북한으로 하여금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만들었다. 소탐대실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일 사망 이후 중국은 북한에 대한 후견인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북한의 안정적 정권교체를 전적으로 지원하며, 주변국들에게 북한을 흔들지 말도록 주문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가 얼마나 깊어졌는가를 말해준다. 시간은 결코 미국의 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킬 시간은 아직 있다. 북한내부에서도 지나친 대중국의존도에 대한 비판과 망설임이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중국과의 협력을 내세웠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상당한 수준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해왔다. 지난 수년간 적어도 동북아에서는 중국 중심의 판과 미국 중심의 판이 본격 충돌했다고 볼 수 있다. 오바마의 대북정책과 더불어 대중정책 역시 부시행정부와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 이유이다. 이런 흐름에서 북한의 권력교체라는 변수는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 북한정권의 안정에 미중 양국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북미간 대화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왔다는 점에서 여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결국 2월과 3월에 예정되어있는 '키 리졸브(Key Resolve)' 한미합동군사훈련과 핵안보정상회담이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작전계획이 들어있고, 후자는 북핵에 대한 국제적 압력행사의 함의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중미간 암묵적 동의가 깨어질 수 있고,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취소된 적은 1992년 단 한 번에 불과한데, 바로 북미협상의 결과덕분이었다. 순조로웠던 북미협상이 다시 이어질 경우 키 리졸브는 축소 또는 취소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또는 미국이 선제적으로 축소 또는 취소함으로써 북한에게 관계개선 의지를 알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핵안보정상회담 역시 서울에서 열리는 것을 고려해서 북한에 대한 구체적 결의안을 피하고, 일반적인 비핵화의 수준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북한붕괴론을 내장하고 있는 '전략적 인내'정책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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