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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정부, 임기말에 수십조 무기구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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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정부, 임기말에 수십조 무기구매라니!" [인터뷰]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껍데기만 남은 한미동맹 재검토해야"
미국 국방예산은 2013년도에 전년 대비 9% 감소된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26일(현지시간) 2013 회계연도 국방예산안을 6130억 달러로 책정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병력 감축도 이뤄진다. 미 육군은 2017년까지 57만 명에서 49만 명으로, 해병대는 20만2000명에서 18만2000명으로 줄어든다.

이 소식은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한반도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한반도 정세는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며 다음 달부터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들이 자칫 긴장 고조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다음달 27일부터 '키 리졸브' 훈련이, 3월 1일부터 두 달 간 야외 전술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이, 또 3월 중 해병대 상륙 훈련인 '쌍룡훈련'이 계획돼 있다.

패네타 장관은 예산·병력 감축에도 한반도나 중동에 '상당한' 규모의 지상군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월러드 미 태평양사령관도 27일 "새로운 국방전략으로 인해 주한미군 운용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을 믿고 안심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안보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미국의 '립 서비스'만 믿고 가만히 손 놓고 있었다가는 2012년 각국의 정권 교체 이후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만 미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동맹이 어느 때보다도 튼튼해졌다고 하지만, 사실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서부터 이미 삐걱거리게 됐다고 지적했다. 동맹 약화의 시발점은 미국의 국력 약화다.

김 편집장은 26일 진행된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 며칠 후 한반도에 또 한차례의 전화(戰禍)를 불러올 뻔 했던 한국군 지도부의 무능과 보수세력의 한미동맹 맹신주의를 질타하며, 현실을 바로 인지해야 하며 한미동맹 전면 재검토 등 근원적 성찰과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다음은 김 편집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편집자>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프레시안(곽재훈)

"증원전력 69만? '옛날'에 유명무실화된 작전계획"

프레시안 : 지난 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두 개의 전쟁'을 포기한 새 국방전략을 발표한 이후 한반도 안보가 약해질 수 있다는 불안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군 증원전력이 감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 언론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김종대 : 작전계획(작계) 5027에 따라 미군 69만 명이 한반도에 파견된다는 것이 전통적인 안보 공약이자 '강한 한미동맹'의 지표였다. 그러나 증원 전력 규모가 69만 명이라는 계획은 이미 지난 21세기 초에 현실성을 상실했고, 적은 병력을 가정한 새로운 '우발계획'(contingency plan)으로 전환돼 있다. 또 20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은 증원 규모나 주한미군 병력 수로만 동맹을 논한다면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고 의미도 없다.

69만 증원 계획이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은 21세기에 들어서자마자 드러났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증원 규모가 한미동맹을 평가하는 지표가 됐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동맹에 대해 재검토를 하려고 하니, 국방부에서 전시지원 규모를 들이대면서 말리고 나섰는데 이 역시 잘못된 설명이었다.

사실 '69만 증원군'은 자기최면에 빠진 보수주의자들의 신화에 불과하다. 유사시에 미군이 해외에 69만 명의 증원군을 보내준다는 말은 '립서비스'였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이른바 '시차별 부대 전개 목록'(TPFDD)이다. 이는 작계 5027에 따라 미군의 어떤 부대가 어떤 시기에 한국에 순차적으로 전개될지를 담은 목록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이 내용을 알아야 할게 아닌가. 하지만 한국군은 이 내용에 접근할 수 없게 돼있다.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의도대로 계획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69만이란 규모는 냉전의 최절정기였던 레이건 행정부 때 나온 수치다. 당시 미군 전체 규모가 240만일 때다. 지금은? 140만이다. 해외 파견 미군들도 본토로 많이 복귀시켰다. 이는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미국의 안보전략이 본토 방어 중심으로 바뀌면서 가속화됐다. 이처럼 20여년 동안 미군은 체질과 속성을 다 바꿨다.

프레시안 : 오바마 대통령의 새 국방전략 발표 이전에 이미 이같은 방향이 정해져 있었다는 것인가?

김종대 : 그렇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때에는 이런 경향이 더 심화돼서 작계 5027을 평가절하하는 단계에까지 왔다. 2002년 리언 라포트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이 이남신 합참의장을 찾아와서, (5027이 아닌) 5026같은 별도의 작전계획을 통해 북한을 제압할 수 있다고 설득하려 했다.

그리고 참여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은 일방적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우리 측에게 통보했다. 흔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주를 표방하니까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군사지원을 줄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사실과 다르다. 참여정부 출범 훨씬 이전에 미국이 전략개념을 바꾸고 변혁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으로 노 전 대통령이 자주국방을 표방한 것이다. 미군이 피를 흘리기 싫다는데 국방을 해도 우리가 하겠다는 것이 자주국방이고 전시작전권 전환이었다.

미국이 2차 대전 때 유럽에서 연합군사령군을 맡은 이유가 뭔가? 압도적으로 많은 물자와 병력을 미국이 담당했기 때문 아닌가? 지금까지는 미군이 유사시 압도적인 지원을 한다는 가정 하에 우리가 연합사령관을 미군에게 위임했다. 그런데 미국이 그런 지원을 못 한다고 하면 우리가 국방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전시작전권 전환을 연기하고 동맹을 중시한다고 하면서 과거에 끊어진 미국의 지원을 다시 복원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고강도 전력을 투입하는 대신 10~20만 정도의 소수 병력을 가지고도 한반도에서 공세적 작전을 할 수 있다는 개념계획 5029나 작계 5026, 5028, 5030과 같은 별도의 '우발계획'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미군의 한반도 전략 중심은 그리 옮겨갔다. 5027을 없애지 못한 건 한미 간의 전통적인 신뢰 문제 때문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사령부를 유지하고 5027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수준에서 정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

프레시안 : 작계 5027도 여전히 유효한 계획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가?

김종대 : 매년 유지하면서 형식적으로 연습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2002년 이후 우발계획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미국은 북한이 탱크를 몰고 부산까지 쳐들어와서 몇 달씩 끄는 그런 전쟁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미 2006년에 미 합동전력사령부(JFCOM)가 검토를 마친 사항이고 미 합참에도 보고된 내용이다. 지금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소수정예로 이뤄진 신속대응군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장에 투사(projection)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세력은 한미동맹을 신성불가침하면서 과거의 '전통'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혹세무민해왔다. 그러다가 오바마 대통령의 새 국방전략으로 미국의 변화 실체가 드러나니까 마치 감전된 듯한 반응을 보였는데 지금은 또 침묵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프레시안 : 하지만 한국군의 입장에 따르면 다음달 있을 '키 리졸브' 훈련은 작계 5027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대 : 과거 한국은 미국이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을 얘기하니 개념계획 5029를 중시한다는 계획을 덥석 받아갔다. 키 리졸브 훈련 같은 데서 오히려 5029를 연습하는 것을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5029는 아직 작전계획으로까지는 구체화되지 않았고 개념계획과 작전계획의 중간 정도 상태다.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이게 한국에 족쇄가 됐다는 것이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5027보다 5029를 앞세우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 정치적으로 써먹었던 것인데 김 위원장 사망 이후 급변사태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5029를 연습한다면 현 정부에서 남북관계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이게 굳어지면 정권이 바뀐다 해도 훈련 내용 등을 바꾸기 어렵다. 미국에 말려들어 남북관계 조정이 어려워지게 된 부분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덥석 받아들인 게 또 있는데, 한미일 군사동맹이다. 미국-일본 간 외교안보 관련 회동이 있으면 마치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한미일 동맹을 꼭 언급하고 있고 미일 회담 후 발표에까지 넣었다. 한국이 없는 자리에서 저렇게 자신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일까. 매우 이상한 일이다.

한국 정부가 사전에 양해해 줬거나 공감해주지 않았다면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한국 정부는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전략적 검토가 심도 있게 이뤄졌다는 심증이 가는 부분이다. 한미동맹을 지나치게 확장한 결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게 아닌가 싶다.

"한미동맹, 껍데기만 남았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 들어 겉으로는 강화된 것 같은 한미동맹이 실질적으로는 약해지고 있다는 것은 중대한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에서인가?

김종대 : 지원받던 것들이 다 끊어졌다. 가장 큰 것은 정보지원이다. 이라크·아프간 전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미 국방부의 한반도 정보 분석가들이 그 쪽으로 자리를 옮겨 한반도 정보를 분석하는 인력 체계가 붕괴된데 따른 것이다. 그러니 첩보가 수집돼도 분석할 사람이 없다. 미국이 제공하던 정보 지원이 약화된 것은 중동에서의 전쟁이 한미동맹에 미친 가장 치명적 영향이다.

한반도 동향을 감시할 정보자산도 없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무인정찰기를 달라고 해도 지원이 없고 그나마 있던 U-2 고공정찰기도 철수시킨다고 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한미 군사 당국 간 정보 분야 공조에서 눈에 띄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아파치 헬기 부대도 이라크로 가 버렸다. 전 세계 미군 사령부 중에 4성 장군 휘하에 아파치 전력이 없는 군대는 주한미군밖에 없다. 포병도 단계적으로 철수해서 이미 북한과의 대(對)포병전은 미군이 아닌 한국군 임무가 돼있다. 쓸만한 전력이 없다.

운영도 빈사상태다. 미군들이 출장비가 없어서 출장을 못 다닌다. 미군부대에서 고용한 한국인 근로자도 절반 수준으로 줄여서 지금 동두천에서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지 않나. 이런 문제 때문에 주한미군사령관이 긴급 회의를 개최한 적도 여러 번이다.

동맹의 기초체력이 약화되는 지표가 모두 나타난 것이다. 현 정부는 한미동맹이 '범세계적 가치동맹'이라고 하면서 한미동맹의 힘이 지구로, 우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서 강화됐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이게 뭔지 모른다. 한미동맹이 한국 영토방위를 위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한반도 방위하기도 바쁜데 갑자기 아무 것도 아닌 말들만 나온다.

프레시안 : 그래도 기존에 없던 합의체나 안보 관련 협정들도 새로 맺어진 부분도 있는데.

김종대 :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 지표라고 했던 것 중에 또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해 2010년 만든 '확장억제위원회'(EDPC)가 있다. 이게 국민들에게는 핵부터 재래식 전력까지 미국이 모든 전력 지원을 다 해줄 것처럼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 위원회는 지원 전력 목록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개념 연구'를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곽재훈)
원래 없는 '확장억제'라는 개념을 연구하려니까 내용도 없다. 확장억제라는 게 뭔가? 핵우산은 원래 있는 거다. '확장'됐다고 해서 배치된 핵탄두 수를 늘리거나, 유사시 핵무기를 쏘는 결심을 빨리 하는 시스템을 만든다거나 이런 게 전혀 아니다.

그나마 한미 양국군 장교들 사이에 제일 많이 토론되고 있는 건 미사일방어체계(MD)인데 북한 미사일 방어를 주한·주일미군의 지휘체계 하에서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하는 거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 내딛는 순간 기초 비용만 11조 원을 빨아들이는 '돈 먹는 블랙홀'로 빠진다. 게다가 MD 참여는 중국을 자극하게 된다.

주한미군이 가족을 데려와 3년 정도 장기 주둔하게 한다는 계획도 한미동맹이 강화된 지표로 이명박 정부에서 선전한 것인데 패네타 장관이 취임하면서 관련 예산을 다 잘라버렸다. 아마 앞으로는 이 얘기가 다시 안 나올 것이다.

"미국, 독립전쟁 이후 200년만에 돈 꿔서 전쟁할판"

프레시안 : 한반도를 포함해 미군의 해외 전략이 변화한 근본 원인은 어디 있을까?

김종대 : 현재 미국은 독립전쟁 이후 200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에서 돈을 꿔서 전비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이 발행한 9조 달러의 채권 가운데 반을 외국이 샀고 가장 많이 산 나라가 중국이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은 사실 중국을 겨냥한 것인데 중국에서 빚을 내서 중국을 견제하는 군사력을 유지해야 하는 자가당착에 빠졌다.

미국 내에서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초당적 특별위원회가 합의에 실패하면서 향후 10년 간 6000억 달러 규모의 국방예산을 줄여야 한다. 이런 규모의 감축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면 지상군을 대폭 줄여야 하며 한국과 독일 등 해외파병 미군의 규모를 재검토하고 무기획득 계획도 구입 시기나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

또 지금까지는 육해공군 전력을 골고루 감축시키는 선에서 버텨왔지만 6000억 달러 감축이 일어나면 아예 어느 한 분야를 버리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미국 방산업체들이 고사 상태에 들어간다.

여기에 오바마 행정부의 딜레마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 방산기업인 보잉이나 록히드 등은 대규모 조립 라인을 통해 막대한 수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국민 기업'이다. 그러나 미 국방비가 줄어들어 (생산)물량이 감소하면 조립 라인을 유지하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보잉이나 록히드는 수천에서 수만 명의 직원 을 감원했다.

미국의 방산업체는 막대한 세수, 국채발행 능력과 함께 미국의 2차대전 승전 요인 세 가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모두 무너지고 있다. 한미동맹의 기초체력이 이렇게 약화된 적이 없다. 보수세력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자주·반미를 표방해 한미동맹이 약화됐다고 하는데 정작 동맹의 기초체력은 이명박 정부 들어 급속도로 약해졌다.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으로 승격시킨 MB, 코 꿰인 셈"

프레시안 : 한미동맹의 기초체력이란 결국 최강대국 지위를 유지할 미국의 국력일 텐데, 이같은 미국 국력의 약화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종대 : 미국 국력의 핵심 지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패네타 장관은 당시 SCM에서 전체 회의 2시간 반 중 1시간 반 동안 한국 국방비 증액 문제만 얘기했다. 미국이 국방비를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증액해 지역에서의 역할을 수행해달라는 것이다.

미국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을 '범세계적 가치동맹'으로 격상시켰기 때문이다. (2009년 이명박-오바마 대통령이 합의한 '한미동맹 미래비전'의 내용 : 편집자) 지역적 차원의 동맹이 세계적 차원으로 된 것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달 초 김 편집장은 패네타 장관의 요구가 국내에서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증액으로 잘못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핵심은 그게 아니라 국방비 증액이라는 것인가?

김종대 : 미국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6% 수준인 한국 국방비를 70% 가까이 늘려 GDP 대비 4%까지는 올리라는 것이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이런 큰 흐름에 비한다면 오히려 작은 문제고 2013년에 재협상하게 돼있으니 아직 때도 안 됐다.

미국이 한국에 가하는 압박은 크게 3가지다. 첫째가 국방비 증액, 둘째가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 셋째가 방위비분담금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를 높이 평가할 부분도 있다. 동맹 원칙 등은 다 합의해 주면서도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드는 돈 같은 건 깐깐하게 안 쓰고 버티면서 약게 빠져나온 측면도 있다. 이런 부분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버틸 수만은 없다는 게 문제다. 이 대통령마저도 정권 말기에 14조 원이 드는 미국산 무기 구매를 추진하고 있지 않나. 이는 미국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것이다. 미국 방산업체의 조립라인을 유지하는데 한국의 무기 구매는 절대적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해 주는 나라가 한국밖에 더 있나.

"F-X 사업, 올해 안에 선정 완료하긴 힘들 것"

프레시안 : 얘기가 나온 김에 무기도입 사업 얘기를 좀 해 보자. 정부는 차세대 전투기(F-X)와 대형공격헬기(AH-X),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 모두 연내에 기종 선정을 마친다고 하고 있다.

ⓒ프레시안(곽재훈)
김종대 :
사실 그 부분은 작년 10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급히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 국방부는 제쳐 놓고 기획재정부 예산관리실장을 직접 불러 대통령이 충분한 예산을 갖고 미국에 갈 수 있도록 조정했다. 그리고 김태효 당시 대외전략비서관과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 여름에 차례로 미국을 다녀왔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음 정권에 전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돈 지출되는 시기는 다음 정권이니 자기들은 올해 10월에 서명하고 나가겠다는 거다. 이 경제위기에, 그것도 복지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반도 환경에 맞지도 않는 무기를 10조, 20조를 들여 사겠다니 이런 우매한 짓이 어디 있나.

프레시안 : 한반도 상황에 맞지 않는 무기라면?

김종대 : 지금 도입하려 하고 있는 것은 세계 최고 성능의 무기다.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는 북한을 주적으로 설정한 한국군의 방위 범위를 완전히 넘어서서 중국의 상당부분까지 커버할 수 있는 고성능 장비다. 이는 종심(從心)이 짧은 특성을 가진 한반도 전장에는 성능이 과한 무기다.

F-35 전투기도 5세대 전투기라고 하지만, 5세대라는 개념 자체가 무기 팔아먹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허구다. 또 굳이 스텔스기를 고집할 이유도 없다. 소수 전투기를 적진 깊숙이 은밀히 침투시켜서 주석궁을 폭파한다는 식의 작전은 성공 가능성도 낮고 허무맹랑하다. 그보다는 기존의 전투기와 토마호크 미사일 정도를 결합해서 잘 운영하면 4세대 전투 정도의 개념으로 싸울 수 있다.

프레시안 : 정말로 10월에 계약이 성사된다면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느낌인데.

김종대 :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어 어려울 것이다. 전투기 시험평가를 어떻게 한 달 만에 하나. 수천 페이지짜리 제안서를 내면 그걸 읽어보고 평가하는 데만 몇 개월 걸린다. 거기에 기종 평가하는 데만도 몇 개월, 또 몇 달 걸려서 가격 협상해야지 기술이전 협상해야지 그러다 보면 통상 2~3년 정도는 소요된다.

그런데 작년에 예산 배정해서 아직 제안서도 안 나왔다. 10월 말에 계약서에 서명한다는 건 뭔가 변칙 또는 날림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먹튀', 즉 사인하고 튀겠다는 거다. 이렇게 몇 달 안에 무기도입 계약을 맺는 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이다. 기존 절차 무시하고 섣불리 서명했다가 나중에 청문회라도 열리면 어쩔 건가.

게다가 F-X 사업에서 유력한 기종으로 알려진 F-35는 아직 개발도 안 끝난 무기다. 개발 실패하면 계약금은 어찌 회수하나? 또 어찌 개발은 됐다 쳐도 2016년부터 도입한다는 계획도 말이 안 된다. 미 공군에도 아직 도입이 안 된 기종이다.

프레시안 : 선정 과정이나 진행 절차에서 시민사회나 언론의 감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

김종대 : 그건 당연하지만 사실 그냥 놔둬도 10월 안에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정권자가) 워낙 밀어붙이는 걸 좋아하니 박박 우기고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계획은 비현실적이라는 전문위원 보고서가 나왔다. 육군에서 도입한다는 아파치 헬기도 미국이 대만에 900억 원, UAE에 1000억 원에 판 걸 우리는 400억 원에 들여온다는 얘긴데 어디 한 번 해 보라고 해라. (웃음)

이런 안 될 얘기를 하면서 10월까지 굳이 도장을 찍겠다는데 전후 사정을 알아보긴 한 건지 모르겠다. 공군 비행기들이 노후했으니 굳이 필요하다면 새 비행기를 사오자는 것은 개인적으로 찬성이지만, 군을 위해서라도 합리적 절차를 준수하는 게 필요하다. 다음 대통령이 충분히 검토하고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끌고 가겠다는 건 한미동맹을 정치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밖에 안 된다. 무리수를 둔다면 정권 최후의 패착이 될 것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쏴라' 지시에 전쟁 날 뻔"

프레시안 : 미국의 국력 쇠퇴로 한미동맹이 내용적으로는 약화된다는 지적인데, 한국에 대안이 있을까?

김종대 : 동맹을 고쳐서 써먹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한국 국민의 요구와 국익에 맞게 동맹 자체의 성격을 근원적으로 재검토하는 조정 및 개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국 방위를 미국의 선의에 맡긴다는 사고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맞춰 안보에서의 당사자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동북아 평화체제라는 장기적 전망까지 연결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미국의 국방비 감축이 군사력 약화로 이어지는데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할 것을 보인다.

김종대 : 지난해 미국 군사예산 삭감이 결정됐을 때, 책임 있는 정부라면 국방·외교·경제·정보 합동으로 한미동맹에 미칠 영향을 긴급 점검하는 대책반을 만들었어야 한다. 지난 1997년 한국에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미국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그런데 미국의 재앙을 앞두고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대책을 고민했다는 것은 들어본 적 없다.

15년 만에 한미가 뒤바뀐 입장인데 우리는 왜 이리 태평한가. 한미동맹이 어느 때보다 좋고 미국에 재정적 어려움이 있어도 한미동맹에는 영향이 없을 거라는 미국의 판에 박힌 공약을 맹신하고 있어 어떤 공무원도 문제 제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한미동맹을 따뜻한 엄마 품처럼 여기고 동맹에 의존하려는 '공짜 심리'가 불치병처럼 박혀 있어 변화된 현실을 보지 않으려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신화는 구체적 실상이 드러나는 순간 사라질 것이다.

전략의 판을 다시 짜는 긴급한 대책과 모색, 성찰이 없다면 2012년 각국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난 이후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졌을 때 한국은 낙오될 것이고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혼자 망망대해에 떨어지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내적 역량을 강화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미동맹 약화는 그 계기다.

ⓒ프레시안(곽재훈)

프레시안 : 그렇다면 오는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앞두고 있는 현 단계에서 한국군의 내적 역량은 어떤 정도 수준일까? 지난 25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합참의장 회담에서 양 측은 북한 국지도발 공동대비계획을 위한 전략기획지침(SPD)에 서명했는데, 여기서도 주도적 역할은 한국군이 맡게 돼 있다.

김종대 : 국지도발 공동대비계획은 2010년 연평도 사태 때 드러난 한국군의 낯뜨거운 무능력이 미국에도 골칫거리였다는 뜻으로 읽힌다. F-15K 전투기로 도발 원점을 타격하네 마네 하다가 이걸 미국에 물어보고 쏴야 한다는 게 논란이 됐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교전수칙 문제도 나오면서 대혼란이 일어났다.

한국이 헤매지 않게 계획을 정리해 준다는 차원에서 미국이 급히 제안해 이 계획이 나온 것이다. 물론 미군이 서해에 들어가 총 들고 싸워 준다는 얘기는 아니고 '정리'만 해준다는 것이다. 한국이 주도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지만 한국에 부족한 정보자산 지원 같은 부분이나, '물어보고 쏠까 그냥 쏠까' 이런 논쟁이 안 나오도록 미리 정리하는 차원이다.

이 계획을 세우면서 미국이 자기들 입장에서 이용한 측면도 있다. 미국은 그간 북방한계선(NLL)은 남북한 간의 문제라고 했지만 이 계획을 만들면서 최초로 'NLL을 수호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미군이 개입하고 도와주기 위해서는 주일미군의 지원을 받아야 할게 아니냐며 이 계획을 한미일 3각 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활용했다.

또 그 이면에는 김관진 장관이 '도발 원점과 그 배후 지원세력까지 타격하겠다'고 한데 대한 미국의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대로 놔뒀다가는 전쟁날 것 같으니 계획을 미리 세우고 그에 따라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천안함 사건 직후에도 전쟁이 날 뻔했다. 사건 며칠 후 중국 어선과 같이 북한 경비정이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합참의장은 실탄사격을 하라고 했지만 해군 2함대사령관이 "중국 어선이 있기 때문에 쏘면 안 된다. 작전예규에도 못 쏘게 돼있다"고 저항했다. 합참의장은 화를 내며 재차 사격을 지시했지만 때마침 합참을 방문한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이 크게 놀라며 쏘지 못하게 했다.

그 즈음에 동해에서도 긴장이 고조된 적이 있었는데 김성찬 당시 해군참모총장이 합참의 동향이 심상치 않아 무리한 발포 명령이 있을 거라고 보고 '함포건 어뢰건 내 통제를 받고 발사하라'는 지침을 시달했다. 합참은 이에 대해 군정권(軍政權)만 있는 참모총장이 군령권(軍令權)을 침해했다고 반발해 합참의장과 해군참모총장 간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합참의장 명령대로 했다면 전쟁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한국군 지휘부가 상당한 내분을 겪었고 이런 가운데 몇차례 큰 분쟁 위기가 있었지만 이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연평도 사태 때 '교전수칙'이 문제가 된 것도 그렇다. 연평도 사태 다음 날 대통령의 첫 지시가 교전규칙 개정을 검토하라는 것이었다. 상황을 보면 연평도 사태 당시 대통령은 K-9 자주포 말고 전투기나 함포로 쏘라고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함포는 준비된 게 없었고 당시 떠 있던 전투기가 공대지 공격이 가능한 무장을 달고 출격했는지도 몰랐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 대통령에게 '미국에 물어보고 쏴야 한다'고 허위 보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다음날 '교전규칙 개정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나왔을 것이고 합참에서는 당연히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했다. 합참은 실제로 북한 포격 도발시 전투기로 보복공격을 하는 것이 자위권 차원인지 교전규칙의 문제인지 연구용역을 발주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전쟁 나면 국제변호사 불러서 법전 펴놓고 법률자문 받아가면서 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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