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선출 경선에서 "총체적 부실·부정"이 있었다는 자체 진상조사위원회의 결과 발표에 따라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 검찰까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정당 계보를 양분했던 진보신당은 재창당 준비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이승만 독재 시절 자유당식 부정선거와 가까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진보진영에 지지를 보내주신 국민들께, 일부 세력의 오판과 부정으로 인해 진보진영에 대한 지지를 거두어주지 마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진보신당은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에서 이같은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깊은 대오각성이 필요하다"면서 "이 사건을 일부 정치인의 사퇴로 어물쩍 넘기는 것은 전체 진보진영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4.11 총선 과정에서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이룬 파트너였던 민주통합당도 유감을 표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서 충격이고 유감스럽다"며 "민주당은 이 상황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 국민들 앞에 진보정당다운 선명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며 "잘못된 일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히고 공당으로써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상일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통합진보당 스스로 부정 선거를 시인한 것인데도 당 지도부는 민주주의를 유린한 부정 경선 사태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갖은 형태의 부정이 개입된 경선 결과를 그대로 용인하는 건 말도 안 되는 만큼, 당 지도부는 책임을 져야 하고 잘못을 단호히 시정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어 "부정 경선 덕분에 앞 순번을 받은 비례대표 당선자들은 19대 국회에 등원할 자격이 없다.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몰아쳤다. 새누리당은 "당권파의 이정희 공동대표는 물론 비당권파의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공동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해야 한다"며 검찰에도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검찰도 나섰다. 검찰은 통합진보당의 자체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 의뢰나 고소·고발이 없더라도 수사 착수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SBS>가 보도했다.
참여연대 역시 이날 오후 발표한 논평에서 "분노와 허탈감을 감출 수 없다"며 "국민 앞에 사죄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통합진보당에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태를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각종 부정 선거 행태," "당 자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 하락을 넘어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드는 사안"으로 규정했다.
참여연대는 "진상조사위가 발표한 사례들을 보면, 단순한 사무행정 오류로 인한 '부실한 선거 관리'로만 보기 어렵다"며 "'누가, 왜' 이 같은 행태를 저질렀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사무총국이 왜 온라인 투표 시스템의 프로그램을 수정했는지, 누가 지시했는지, 온라인 대리 투표를 조직한 사람은 누구인지, 현장 투표에서 명부에 등재되지 않은 인사들의 투표를 조직한 사람이 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는 것.
이 단체는 이어 "통합진보당은 지금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다"며 "지난 관악을 경선 부정과 같이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신뢰 회복은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부정선거는 있었는데 지시한 사람은 없고, '부실한 선거 관리 때문'이라는 발표를 누가 납득하겠나"라며 "뿌리를 파헤치지 않고 몇몇 사무관계자나 공동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모양새로는 당 내외에서 제기되는 합리적 의문을 해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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