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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 '의원정수 축소'는 빗나간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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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재인-안철수 '의원정수 축소'는 빗나간 연대 [기자의 눈]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가 필요하다
결국 안철수 전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원에 나섰다. 안 전 후보는 6일 문 후보와 전격 회동했고, "아낌 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며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아무 조건 없이 힘을 보탤 것"이라고도 했다.

해단식 이후 사흘째 잠행 중이던 그의 결심 배경에 대해 안 전 후보 측은 "저희들도 지지자들을 좀 더 아우를 시간이 필요했고, 6일 오전 문 후보가 새정치 실천과 정당혁신에 대한 대국민 약속을 했다. 이런 흐름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필요했다는 이유 그 자체에 대해서는 민주당이나 중립적인 관찰자들도 일부 동의하는 면이 있다. 안 전 후보가 사퇴 직후부터 문 후보 지원에 나선다고 해서 안 전 후보 지지층의 마음이 선뜻 돌아서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사퇴 이후 열흘 만에 해단식을 했고, 그 후로도 사흘이 더 걸렸다. 해단식이 치러진 시점을 3일로 잡은 이유에 대해서도 안 전 후보 측은 '시간'을 든 바 있다. 그 이후부터 문재인-안철수 전격 회동까지의 사이에는 단 하나의 사건밖에 없다. 문 후보가 6일 오전 백범기념관에서 가진 국민연대 결성식이다.

이 자리에서 문 후보는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그동안 제기되었던 의제들인 비례대표 확대, 의원정수 축소조정, 독일식 또는 비(非)독일식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중앙당 권한과 기구축소 등을 더 확대된 새정치위원회에서 논의해 의견을 모아주시면 제가 책임지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시선은 '의원정수 축소조정'에 꽂힌다. 이는 문재인 캠프와 안철수 캠프의 가장 첨예한 대립 사안 중 하나였다. 앞서 양측은 지난달 18일 '새정치 공동선언'에서 '의원정수 조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정수는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비율을 늘리는 것이라는 입장을, 안 후보 측은 정수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지난달 22일 있었던 후보단일화 TV토론에서까지만 해도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저희는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그만큼 비례대표 의원을 늘리자는 뜻이었고, 안 후보는 숫자를 줄이자는 뜻이어서 양쪽 다 포괄하는 면으로 '조정'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혹시 보고를 잘못 받은 건 아닌가"라고 공박했었다.

그랬던 문 후보가 정확히 2주 만에 의원 수를 '축소 조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캠프 박용진 대변인은 "안 전 후보 측을 향해 팔을 벌린 것"이라고 했고, 박광온 대변인도 "안 전 후보의 의견을 많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가 대선 후보로서 TV토론을 통해 유권자들 앞에서 밝힌 소신이 왜 2주 만에 바뀌었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은 찾을 수 없다. 다만 박광온 대변인은 "(당 내외에서) 의원 정수 문제를 쇄신 방안의 하나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으니, 새정치위원회에서 폭넓게 의견수렴해 안을 만들면 수용하겠다는 것"이며 "당장 하겠다기보다는 그런 단계를 조금 만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국민연대 결성식을 TV로 지켜본 안 전 후보가 그 직후 문 후보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유민영 대변인 등 공평동의 복수 관계자들도 '정수 축소'가 안 전 후보의 결심에 영향을 끼친 배경 중 하나임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 부분들을 포함한 흐름'이라는 것이다. 다만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그런 사소한 정책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겠나"라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1차원적 사고다. 돕겠다는 결심은 그 이전에 한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양자 회동을 마친 문재인 후보가 발 밑을 내려다보고 있다.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는 앞을 바라본다. ⓒ프레시안(최형락)

朴-文-安 공통공약 된 의원 정수 축소, 타당성 있나?

문 후보의 국민연대 결성식이 있던 날,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까지도 의원 정수를 축소하자는 제안을 내놓으면서 의원 수 축소가 새누리당, 민주당, 안 전 후보 측의 공동 입장이 돼 버렸다. 선거가 박빙 승부가 되면서 정치에 대한 혐오를 가진 일부 유권자, 구체적으로는 중도 부동층의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반대해 왔던 주장을 표 때문에 찬성하는 것이라면, 이것이 바로 포퓰리즘이다.

과연 국회의원 정수 축소가 그럴 만한 정당성이 있는 주장일까? <프레시안>은 앞서 수 차례의 칼럼과 전문가 분석, 좌담, 기고 등을 통해 이같은 주장의 문제를 지적해 왔다. (기사 하단의 관련기사 목록 참조)

이를 가장 먼저 주장한 안 전 후보 측은 그 이유에 대해 '경제위기 등 전 사회적인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에 정치권이 솔선해서 권한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민주당이 강원 현지 의원총회에서 내놓은 의원세비 30% 삭감안 등 특권을 내려놓을 다른 방안도 있다. 세비를 30% 삭감한다면, 이론적으로 전체 의원 300명의 30%인 90명을 줄이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굳이 의원 수 축소를 주장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안 전 후보 측에서도 민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줄인다는 등은 말이 안 되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만, 안 전 후보가 내놓은 주장을 문 후보가 단칼에 무 자르듯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에 상당히 서운함을 느꼈다"며 "그래서 문 후보가 백범기념관에서 조금은 문을 더 열어둔 것"이라는 뒷얘기도 들린다.


의원 정수 축소와 관련된 안 전 후보의 태도는 '안철수답지' 못하다. 안 전 후보가 출마 전 SBS TV <힐링캠프>에서 했던 얘기 중에 특히 젊은 층에 상당한 감동을 줬던 이야기가 'I may be wrong(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자신의 틀림을 인정하지 않고, 틀렸어도 갖은 핑계를 대며 자존심을 세우는 '꼰대 정치인'들에게 식상한 청년층 유권자들 사이에서 유독 안 전 후보의 인기가 높았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가 의원 정수 축소 문제를 처음 꺼낸 인하대 강연 직후부터 이를 '인하대 사태'로 지칭하는 등 큰 논란이 빚어졌고, 진보-보수 등 보도 성향을 떠나 거의 모든 언론이 이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도 문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 TV 토론에 이어 후보직 사퇴 이후까지 이를 고집하고 있는 이유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안 전 후보 측도 '정치권의 선제적 기득권 포기'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아직까지 많은 유권자들은 대선후보직까지 거리낌없이 던진 안 전 후보의 진정성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의원 정수 축소 주장이 단지 표를 얻기 위해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이 아닐 것이라는 정도의 신뢰를 그는 이미 얻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새 정치'를 위해 진정으로 의원 정수 축소가 필요하다고 믿는 것은 아마추어적이고 딜레탕트에 가까운 태도다. 바로 여기서 'I may be wrong'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사회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의지를 꺾지 않고' 추진하는 정치인이 사회와 사람들에게 얼마나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이 이미 증명해주었다. 대중이 사랑한 안철수의 모습은 이런 모습은 아닐 것이다.

또 민주당과 문 후보는 아무리 안 전 후보의 지원이 절실했다 해도, 유권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정수 축소 반대 입장에서 왜 돌아섰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 혹시라도 나중에 '새정치위원회에서 폭넓게 의견수렴을 해봐도 그건 도저히 아니어서 못 하겠다'고 한다면, 이것이 안 전 후보와 대중에게 어떻게 비칠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 또는 그 지원세력의 관계에서 '첫 단추'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정치개혁을 부르짖었던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경험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기도 하다. 아마추어적인 주장을 꺾지 않는 안 전 후보가 집권세력의 실력자가 되고, 이를 마냥 받아주기만 하는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한다 한들 과연 성공한 정부를 만들 수 있을까?

<프레시안>의 의원정수 축소 주장 관련 기사·기고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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