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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에 묻는다…'탄소세'에 왜 침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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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환경부에 묻는다…'탄소세'에 왜 침묵하는가? [기고] 온실 기체, 어떻게 줄일 것인가
지난 9월 30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국회기후변화포럼 주최의 세미나가 있었다. 여권의 실세 중 한명이라는 정두언 의원을 비롯하여 3선을 자랑하는 김성곤 의원 등이 대표로 있는 이 포럼에는 국회의원 이외에도 국내의 웬만한 기후 변화 관련 정부·기관장과 업계 대표, 학계·NGO 기반의 전문가들이 이사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구성으로 보았을 때, 명실 공히 국내 기후 변화 정책의 '포럼'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해 앉아 있으니, 막간의 시간에 주요 인물들 사이에 뭔가 중요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는 듯 활기와 긴장감도 보였다. '기후 재앙'이라는 경고까지 제기되는 마당에, 관련 정책 결정자의 활발한 토론과 의견 교환은 그 자체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방향을 잘 잡아야 좋은 성과를 얻는 법이다. 이 글은 이번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준비한 내용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국내 기후 변화 정책의 방향 설정의 적절성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부족한 시간 때문이기도 했지만, 마땅히 들었어야 할 정부 혹은 포럼 측의 답변을 듣지 못했다.

그 아쉬움이 커서 다시 한 번 공개적으로 토론을 해보고자 한다. 부족한 토론 글이지만, 국내 기후 변화 정책의 방향 설정에 대한 토론이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토론의 전제 : 목표 설정은 적정한가?

몇몇 국가 정부들의 자화자찬에도 불과하고, 기후 변화에 취약한 대부분의 제3세계 국가와 국내외 NGO는 코펜하겐 회의가 생색 내기용 '협정문'을 남기고 사실상 실패했다고 판단한다.

올해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되는 제1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와 병행해서 열리는 전 세계 NGO의 '클리마포럼'은 현 상황을 '기후 재앙'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 국가의 더 급진적인 온실 기체 감축 방안을 다시 한 번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에 따른 '기후 부채'의 해결을 우선시하고 있다.

온실 기체 감축 방안으로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하고 설계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는 것이 목표 설정이다. 정부는 작년에 202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0%(이를 2005년 대비로 환산하면 -4%)로 온실 기체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NGO는 이 목표가 한국의 온실 기체 배출 기여 정도, 경제 여력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적어도 2005년 대비 -20%의 감축을 요구했다. 이런 입장과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권유하는 개발도상국 감축 목표의 최고치를 설정했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국내외 시민사회의 여론과는 여전히 거리감이 있다.

탄소세는 논의에서 왜 빠졌는가?

▲ 지금 정부가 온실 기체를 줄이려고 내놓은 안은 과연 적절한가? ⓒ프레시안
지난 9월 30일 토론회의 기본적인 취지는 온실 기체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최선의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다른 오염물질 감축 문제도 그렇지만, 온실 기체 감축 방안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전통적인 규제 방식인 '통제 명령(Command-Control)'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오염물질 배출에 가격을 부여함으로써 감축에 대한 경제적 동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있다. 이것은 다시 배출권 거래 제도와 탄소세 제도로 나눠져 있다. 포럼에서는 이 중에서 전통적인 규제 방식에 속하는 '에너지 목표 관리제'와 시장 접근의 한 방식인 '배출권 거래 제도'에 대한 발표가 이루어졌다.

여기서 질문은 '왜' 탄소세는 함께 검토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는 세미나를 조직한 포럼 측을 향한 질문이 될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더 전통적인 접근 방식, 예를 들어 여기서 제기된 '에너지 목표 관리제', 그리고 이번 토론회에서 제외된 '탄소세' 방식을 보다 선호한다. 사실 한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에 편향되면서, 관료적 비효율과 부패를 양산한다는 전통적인 규제 방식에 대해서 비난·불신하면서 시장 기제를 이용한 비용효과적인(이라고 주장되는) 방식을 무리하게 추진해왔다.

이런 현상은 온실 기체 감축 방안을 설계하는데도 나타나고 있다. 비록 정부가 에너지 목표 관리제라는 전통인 규제 방식을 도입하고 있기는 하지만(나는 이 제도가 제대로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지배적인 담론 하에서 배출권 거래제도 도입의 사전 단계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 (이번 세미나에서 환경부는 정확히 측정, 보고, 검증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배출권 거래 제도의 기본이라고 명시했다).

탄소세가 그날 토론 자리에서 제외된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본다. 탄소세가 비록 시장 기제를 이용하는 것이지만, 조세 제도를 통한 개입에서 전통적으로 정부 역할이 중요하며 무엇보다도 '형평성 논리'가 지배적이고 쉽게 작동되는 공간이다. 이 때문에 신자유주의적 편향을 가진 정부가 가능한 꺼내들고 싶지 않으며 최대한 미루고 싶은 제도적 선택지일 것이다. 또한 새롭게 책임을 져야 할 기업의 입장에서도 가능한 피하고 싶은 선택지일 것이다.

에너지 목표 관리제, 기업에 굴복한 것은 아닌가

앞서 이야기한 것이지만, 나는 전통적인 규제 방식인 '에너지 목표 관리제'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호의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그동안 관료 주도의 규제 제도에 대한 많은 비판들(이중에는 시장주의에 편향된 부적절한 비판도 있겠지만)을 고려하면, 엄밀한 검토가 필요할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이 제도는 과연 전통적인 규제 접근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하면, 규제라는 것은 일정한 기준을 부여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 처벌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환경부의 발표에서는 어디에서도 처벌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만,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였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것이 전부이다. 물론 이것이 간접적인 처벌 효과(혹은 인센티브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있겠지만, 이것을 처벌이라고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다.

처벌이 없는 규제 제도는 들어보지 못했다. 에너지 목표 관리제를 도입하기 위해서 '차포'를 떼어 버리는 타협이 아닌가.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입 권한을 늘리고 산하 기관을 확대하기 위한 부처 몸집 키우기 식의 관료적 접근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9월 30일 세미나에서 꼭 답변을 듣기를 원했던 토론 중에 하나가 이것이었지만, 환경부 발표자의 답변을 늦지 못했다.

현재 수준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 정보의 공개를 통한 간접적인 처벌 효과를 노린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그 정보에 대한 평가는 매우 제한된 서클(정부 내 관료 부처와 정부가 지정한 검증 기관)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의도적/비의도적인 검증 실패가 이루어진다면, 이를 바로잡을 장치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에 기본적인 정보 공개 이외에는 많은 정보들이 기업의 영업 비밀로 묶여서 비밀 유지를 강제하고 있다. 토론자는 이 제도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보 공개의 제한 없이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내부 고발자의 보호 조치를 도입하면서, 기술적으로 복잡한 사안에 대한 부정부패가 공개되고 해결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 기업의 온실 기체에 대한 조기 감축 실적을 인정해주는 문제와 관련해서도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잘못 운영하면 특혜와 형평성 침해 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것이며, 무엇보다도 그런 논란으로 인해서 기업들의 온실 기체 감축 동기가 흔들릴 수 있다. 유사한 특혜 논란이 야기될 수 있는 부분으로, 배출량 산출, 보고, 검증에 있어서 반도체 산업만 특례를 적용받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반도체 산업은 삼성과 같은 대기업만이 진출되어 있는 산업으로서, 정부가 대기업에 굴복했다는 비난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삼성만 봐주냐는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토론, '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해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강조할 부분이 있다.

우선 만약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다고 한다면 배출권 배분을 무상으로 할지, 경매로 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또 경매를 한다고 한다면, 그로부터 조성된 재원을 어떻게 쓸 것인지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이는 사회적 형평성의 문제에서 중요한 토론이 될 것이다.

한,편 정부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한국 정부는 '포스트 교토' 체제에서 온실 기체 의무 감축국에 포함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배출권 거래제의 근간은 의무 감축국 사이에 할당된 배출권을 거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국제 시장과 연계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이 형성,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내가 보기에는 의무감축국에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배출권 시장을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자충수로 보인다.

그러나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세부적인 쟁점에 대한 토론보다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러 연구자와 정부 기관에서 오랫동안 연구하고 발표, 토론해왔기 때문에, 이런 기초적인/기본적인 토론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 차원에서 보았을 때, 이 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 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 에 대한 꼼꼼한 검토, 장단점에 대한 토론이 부족하다.

사실 녹색성장기본법에 포함하여 도입된 배출권 거래제는 녹색성장기본법의 현실 정치적인 성격으로 인해서, 대부분의 쟁점들이 피상적으로 검토되었을 뿐만 아니라 충분한 합의 없이 통과된 것이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충분하고 꼼꼼한 검토와 토론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왜' 배출권 거래제인가에서 시작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기존의 토론에서 미진한 부분도 많다. 예를 들어서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궁극적인 목적이 온실 기체 배출의 감축이며 그 과정에서 이윤 추구는 부수적인 효과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조용성 교수), 실제로 형성되고 운영되는 국제 탄소 시장이 그렇게 될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국제 탄소 시장은 벌써부터 국제적 금융 자본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혹시 세계 금융 시장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되는 것은 아닌가.

배출권 거래제는 뒤로 미루자

에너지 목표 관리제는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관리 업체를 지정하는 고시가 발표되었고, 운영을 위한 지침의 개발도 본격화되었다. 한편, 배출권 거래제는 올해 안에 입법예고 혹은 국회 발의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탄소세 도입에 대해서는 변죽만 울리고 이렇다 할 일정이 나오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나는 이미 검증되고 준비된 정책, 즉 에너지 목표 관리제부터 엄격히 시행하고, 사회적 토론이 부족하고 준비가 부족한 배출권 거래제의 추진은 뒤로 미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외면되는 탄소세의 도입 준비를 서둘러, 논의 테이블에 빨리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시장주의적 편향에서 벗어나면서, 진정으로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토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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