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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된다', 박근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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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된다', 박근혜 속내는? [한반도 브리핑] '북한 붕괴라는 꿈'에서 깨어나야
북한은 올봄 적극적인 대결국면을 만들어내더니 5월부터는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지마 아사오(飯島勳) 참여의 방북 ->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방중 -> 남북회담 제의 -> 북미회담 제의에 이어 김계관 제1부상이 중국과 '전략대화'를 위해 방중했다. 이에 비해 한국과 미국은 이러한 대화와 회담제의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핵 선제 공격'을 운운하고 '더 이상 비핵회담은 없다'고 선언했던 북이 이제 와서는 비핵화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이며 "당과 국가와 천만 군민이 반드시 실현하여야 할 정책과제"라고 입장을 완전히 바꿨으면 이를 환영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 답의 단초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남북회담이 무산된 후인 15일 탕자쉬안(唐家璇) 전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중국 측이 북한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북이 북미회담을 제안한 이후에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게 되면 북한의 핵무기를 더 고도화하는데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고 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거부한다는 원칙을 확실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탕 자쉬안(唐家璇) 중국 前 국무위원 일행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뉴시스

그러나 궁금하다. '대화를 위한 대화'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 구분은 누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대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북이 우선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기준인 듯싶다. 비핵화와 미사일 시험 및 도발적 행위 중단 등 북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북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이 행동을 취하는 경우 그 행동이 '진정성'의 기준에 충족하는지는 북의 행동을 보고 나서 한국과 미국 정부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즉 북의 행동이 진정성의 '기준'이라는 말은 얼핏 객관적이고 원칙적인 것 같지만, 그 기준이 우라늄농축시설 동결로 충족되는 것인지 핵무기 완전 폐기로서 충족되는 것인지는 한국과 미국의 주관적 판단에 달려있다.그렇다면 '대화를 위한 대화'를 거부한다는 원칙은 자의적으로 북의 양보 내지 굴복을 받아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보수의 이상주의가 그 근원이다. 보수의 입장에서 볼 때 북은 이미 오래전 지구상에서 사라졌어야 할 정권이다. 후쿠야마가 선언한 대로 역사는 이미 끝이 났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자유주의가 세계를 제패했으니 더 이상 역사에서 변증법적 이념투쟁은 없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도 아니고 시장경제도 아닌 북은 이 지구상에 설 자리가 없다. 그런데 사회주의권이 몰락한 이후에도 북이 20년 넘게 버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수는 명확한 답이 있다. 한국 진보정권의 '퍼주기' 10년이 북을 살려줬다고. 보수정권이 들어선 이후 확실히 '전략적 인내'를 견지하며 '퍼주기'를 끊었더니 이제는 중국이 북을 먹여 살려주고 있다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그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이 있다. 중국을 압박하고 유인하여 우리 편에 동참하게 하면 된다고. 중국이 경제지원을 끊고, 경제교류를 중단하면 북은 굴복하거나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하여 중국이 한미외교의 초점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중국이 '비핵화'에 대해 과거보다 강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 불을 질렀다. 중국의 여러 관계자들이 북중관계는 더 이상 '혈맹'이 아니고 '국가 대 국가' 관계라고 발언한 것이 기름을 부었다. 이제 중국은 우리 편이 되고 있다는 믿음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 판에 남북대화나 북미대화는 말이 되지 않는다. 한미일이 쳐놓은 강고한 대북봉쇄에 중국이 공조할 판이고, 중국이 들어서는 순간 '게임 종료'인데. 한중정상회담은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하여 보수의 꿈은 계속 된다.

그러나 중국은 특유의 간접화법으로 보수에게 꿈 깨라고 종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일관되게 전하는 메시지는 3단 논법이다. 북중관계는 국가 대 국가의 관계이다 -> 이러한 관계에서는 중국이 북에 영향력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 -> 따라서 한국(청자에 따라 미국)이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방점은 결론에 찍혀 있는데, 보수는 꿈속에서 첫 번째 전제만 되뇌고 있다. 답답한 탕 전 국무위원은 방한기간 중 '돌직구'를 날렸다. "한국에선 김정은 체제가 곧 붕괴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데 내 판단은 그렇지 않다."

꿈에 취한 보수의 이상주의가 조만간 현실주의로 돌아설지는 알 수 없다. 정책은 꿈속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냉철한 현실분석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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