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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이탈리아, 한국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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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이탈리아, 한국의 공통점은? [한반도 브리핑] 언론장악, 불량정권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시키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7번째 집권에 성공하였다. 그는 앞으로 5년간 더 짐바브웨의 대통령으로 남게 되었다. 무가베가 처음 정권을 잡은 것은 1980년이니 지금까지 33년째 집권 중이며, 그가 앞으로 5년 임기를 마치면 38년 집권, 나이는 94세가 된다. 만일 그가 계속 장수할 수 있고 이번과 같은 압도적인 지지 (지난 8월 3일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치러진 대선에서 무가베 대통령이 61%를 획득해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밝혔다)를 유지한다면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헌법상 한 번 더 연임도 가능해 무가베는 99세까지 대통령을 할 수도 있다.

▲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수도인 하레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무가베 현 대통령 ⓒAP=연합뉴스

이것을 두고 서방, 그중에서도 짐바브웨를 식민지로 갖고 있었던 영국 (당시 짐바브웨는 로디지아로 불렸다)은 현대 가장 악독한 독재자 중에 한명인 무가베라는 늑대가 민주주의라는 양의 탈을 쓰고 짐바브웨 대중을 속였다는 혹평과 함께 선거는 전반적으로 사기였다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무가베 대통령의 지지율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선거인의 과반이 훨씬 넘는 짐바브웨 사람들이 무가베 대통령을 지지 하였다. 야당 후보였던 창기라이는 무가베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34%를 얻는데 그쳐, 무가베가 말도 안 되는 무지막지한 선거 사기와 조작을 벌인 것이 아니라면 창기라이는 선거에서 완패한 것이다.

무가베에 대한 짐바브웨 유권자들의 이러한 지지는 올해 들어와서 연간인플레가 1만%를 훌쩍 돌파, 연일 최고수치를 경신하며 2월 공식 발표로 인플레율 2만4470%라는 황당무계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짐바브웨의 경제 실정을 고려할 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철권 독재를 하고 있는 무가베이기 때문에 상당 정도의 선거 사기와 조작이 가능할 수 있었겠지만, 지난 2008년 짐바브웨 대선을 분석하여 보면, 무가베도 상당 정도의 지지율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총선에서는 창기라이가 이끄는 민주변화운동(MDC)이 최다 의석을 확보했고, 대선에서는 창기라이가 47.9%의 득표율로 43.2%를 얻은 무가베를 근소한 차이로 꺾었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과반을 득표하지 못해, 결선 투표 (runoff election)가 그 해 6월 2차 투표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창기라이가 선거에 부정이 개입되었다며 선거 무효를 주장하고 결선투표에 불참한 가운데 무가베는 선거를 강행하여 85.5%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즉 무가베는 선거인의 과반은 아니지만 적어도 과반에 가까운 사람들을 자신의 확고한 지지자로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가 결딴나고 무가베에 대한 온갖 비리와 부정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무가베에 대한 지지율이 현실적으로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튼튼하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혹자는 무가베가 짐바브웨에서 갖는 위상을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즉 무가베는 짐바브웨에서 백인들을 축출하고 짐바브웨를 자주독립국가로 만들었기 때문에 짐바브웨 사람들에게는 민족 영웅이라는 것이다. 또 한편에서는 짐바브웨의 민도가 낮기 때문에, 즉 후진국의 basket-case (경제가 마비된 국가)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비슷한 일이 후진국이 아닌 선진국인 이탈리아에서도 일어났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2차 대전 이후 이탈리아에서 세 차례나 총리직 (1994년, 2001년, 2008년 세 번 연임)을 맡으면서 가장 오랜 기간 재직한 이탈리아 정계의 실력자였다. 신기할 정도로 놀라운 사실은 그가 한 국가를 대표하는 총리직에 있으면서 상상할 수도 없는 스캔들을 일으켰지만, 이탈리아 국민의 상당 정도는 여전히 그와 그가 대표하는 정당 (자유국민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를루스코니는 정치생활을 하면서 탈세, 스포츠 승부조작, 뇌물 등 권력남용 그리고 미성년 성매매 혐의 등 30건이 넘는 다양한 재판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미성년 성매매 스캔들은 과히 보통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는 '압권'이라 할 수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른바 난교(亂交)를 뜻하는 '붕가붕가(Bunga Bunga) 파티'에서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당시 베를루스코니는 현직 총리였으며 루비라고 알려진 소녀와 밀라노 근교의 호화별장에서 성관계를 맺고 현금을 선물로 줬다고 한다. 이 소녀를 섭외한 것도 기상천외하다. 모로코 출신의 댄서인 소녀가 이탈리아 경찰에게 절도혐의로 체포되어 있는 상황에서 베를루스코니는 미모의 방송사 쇼걸 출신에서 지난 3월 총선 때 집권당 의원이 된 니콜 미네티를 시켜 경찰서에서 소녀를 빼내 와 붕가붕가 파티에 데려왔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믿기기 않는 것은 이탈리아 국민들의 반응이다.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스캔들 과 범죄행위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가 경제위기와 구제금융을 신청함에 책임을 지고 2011년 11월 총리직을 사임하였다. 그러던 그가 다시 2012년 12월 8일 총리직 재도전을 선언했다. 베를루스코니는 밀라노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속한 중도우파 자유국민당(PDL)의 지도력 부재를 지적한 다음 "승리에 도전하겠다"며 총리직 재도전을 공식화하였다. 그는 2011년 10월만 해도 총리직에 다시는 나서지 않겠다고 했었으나 이날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


그가 위와 같은 자신감을 보인 것은 2013년 총선의 결과 때문이다. 재임 기간 성추문과 온갖 비리 의혹을 받고 있었던 베를루스코니이지만. 이탈리아 국민들은 그가 이끄는 자유국민당 (중도 우파 연맹)이 하원에서 125석을 그리고 상원에서는 민주당 (중도 좌파 연맹)의 123석보다 불과 6석 적은 117석을 얻게 함으로써 자유국민당이 향후 정국을 좌우할 핵심 세력임을 과시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국민들의 지지를 배경으로 파렴치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말을 식언하며 총리직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리고 무가베와 너무나도 닮아있는 사실은) 베를루스코니 재임 시절 경제성장률은 평균 0.6%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거의 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것을 분명히 피부로 느꼈을 국민들은 (그리고 베를루스코니의 온갖 파렴치한 스캔들을 알고 있었던 국민들은) 여전히 베를루스코니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후진국의 대표인 basket-case라고 할 수 있는 짐바브웨나 선진국인 이탈리아에서 유사하게 일어나는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짐바브웨나 이탈리아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선진국과 후진국이라는 극과 극에 있지만 정치력을 확보하고 행사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집권당의 언론 장악이다.

짐바브웨는 사적 방송이 허용되지 않는다. 국민들이 유일하게 시청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입장과 주장을 반영한 국영 방송뿐이다. 무가베는 서방세력이 짐바브웨 국민들을 사상적으로 오염시킨다는 면목으로 모든 사영방송을 금하고 자신의 영웅적 독립운동을 미화, 과장하는 방송만을 허용하였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미디어의 60%를 장악한 미디아셋을 주도하여 스크린(screen), 섹스(sex), 스포츠(sports)를 주요 프로그램을 편성해 전(全)국민의 우민화(愚民化) 작업을 자신이 집권하는 20년 동안 줄기차게 시행하였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은 이탈리아 미디어계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던 공영방송 'RAI'의 무력화였다. 그는 먼저, RAI의 사장을 자신의 최측근으로 바꾸었고, 일명 '가스파리법'으로 불리우는 RAI 이사회 구성 관련법을 개정하여 5명의 이사 중, 3명의 이사를 친정부 인사로 채울 수 있게 합법화하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기자, 방송인을 해직시켰고 더불어 시사고발 프로그램도 가차 없이 없애버렸다.

베를루스코니는 재집권 2년여 만에 속전속결로 공영방송을 장악했고, 이를 바탕으로 (언론이 정치를 감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법안들을 처리하기 시작하였다. 정부 주요 요인들의 면책특권 법안, 즉 총리 및 정부 주요 요인들은 어떤 범죄를 저지른다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하는 법안을 상⋅하원 모두 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하여 통과시켰지만, RAI가 무력화된 상태에서 이탈리아 언론은 여기에 대해 비판은커녕 자세히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방송사인 '미디어셋'의 세금 횡령 공모 혐의로 1, 2심에서 4년 형을 최종 확정받았다. 그러나 이탈리아 대법원은 5년간 공직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한 판결은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베를루스코니에 대해 유죄판결을 최종 확정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레타 총리의 중도좌파 민주당(PD)과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중도 우파 자유국민당(PDL)의 불편한 동거가 위기를 맞게 되고, 이런 불확실성으로 유로존 3번째 규모인 이탈리아 경제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중도 온건파 정치인들은 정치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대법원이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최종 판결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각에서는 "베를루스코니가 유죄판결을 받고 공직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 자신의 지지자들로부터 정치적 박해를 받은 순교자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이 이탈리아에서 그리고 짐바브웨에서 벌어지고 있다. 언론이 정권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하였을 때 어떤 현실이 연출되는지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작금의 현실 즉, 국정원 댓글사건, NLL 파동, 촛불시위, 그리고 이것을 다루는 우리의 언론에게 던져주는 것은 무엇일까? 대한민국은 짐바브웨나 이탈리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절실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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