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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원 허가제가 입양의 문턱을 높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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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가정법원 허가제가 입양의 문턱을 높인다고? [해외입양인, 말걸기]<48>입양특례법 재개정 찬성 어려운 이유 ③
6·25로 인해 촉발된 이 땅의 입양 60년사는 한 마디로 '입양의 낭만화'로 이름을 지을 수 있다. 입양에 대한 환상이 거듭 재현되어 온 것이 우리 사회이다. 이 환상의 속살을 들여다봐야지만 비로소 우리는 이 땅에 태어나 도착하는 인격적 존재들에 대한 진정한 섬김의 길을 열어갈 수 있다. 그들에 대한 진정한 섬김이란 그들이 태어난 가정 안에서 자랄 기회를 먼저 제공하기 위해 최우선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입양에 대한 로망을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 아이가 가정을 필요로 하기 이전에 이미 가정의 구성원으로 세상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입양부모의 인격 함양에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기 위해 태어나는 아이들은 없다. 더 많은 아이가 입양이 되면 좋을 것이라고 하는 관념적 전제에 복무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없다. 서구의 다문화주의의 아이콘이나 박애주의의 개인적인 프로젝트의 대상이 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없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으로 인해 입양의 문턱이 높아졌고, 그 문턱을 낮추는 일이 긴요한 과제라는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이 주장들의 근저에는 '낭만화된 입양'의 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두 차례의 기고문을 통해서 지적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그러면 실제로 입양특례법의 개정으로 높아진 문턱이 무엇인지, 문턱을 높인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는지, 실제로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어떤 부작용이 생기고 있는지, 그런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시 문턱을 무너뜨리는 것이 해결책인지, 다른 해결책은 없는지 특별히 가정법원 허가제의 도입과 관련해서 검토해보고자 한다.

가정법원 허가제, 정말 입양의 문턱을 높였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과, 지난 7월 1일 입양에 관련한 민법이 개정되어 시행되기 전까지, 사사로운 개인 간의 합의에 따라 입양을 하는 나라였다. 입양은 출생이나 사망 혹은 결혼이나 이혼과 같은 가족구성의 변동 그 자체 중의 하나이다. 이는 시민권적 위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고 그런 점에서 국가의 공무 영역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맞다. 특히 입양은 자기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영·유아기 아동들의 신분상 변화이기 때문에 더더욱 국가의 공공적 책임이 수행되어야 할 영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60년 동안 그렇지 못했다. 사실상 입양 알선 사업을 통해서 그 재정적 기반의 유지와 확충이 필요한 사설 민간기관들이 이 일을 해왔다. 더 많은 입양을 할수록 재정적 기반 확충이 용이한 구조이다 보니, 입양아동의 인권보호를 현저하게 소홀히 해온 일들이 70년대부터 무려 40년 동안이나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언론에 노출됐다. 네이버의 뉴스라이브러리에서 입양이라는 키워드를 치면 입양산업의 비리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해마다 거듭되어 온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 우리는 스스로 그것을 바로잡지 못한, 입양의제에 관한 한 자기교정 능력이 없는 사회였다. 입양의 이름으로 이 땅에서 살 권리를 빼앗겼던 해외입양인들이 돌아와 우리사회의 입양문제를 바로 잡은 일 중의 하나가 가정법원 허가제의 도입이었다.

더구나 유엔아동권리협약 21조 a 항(공인된 기관에 의한 아동입양 허가 절차)과 우리나라가 지난 5월에 서명했고 향후 2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가입하게 될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에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는 바, 입양은 권위 있는 국가 당국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입양을 가정법원의 허가제로 가지고 간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일이다. 높아진 입양의 문턱을 탓하는 이들도, 입양의 가정법원 허가제 자체를 반대하거나 가정법원의 허가제라고 하는 문턱을 낮추자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입양 아동 수 줄었지만…

입양특례법 시행 후 가정법원의 판결을 받아 입양 보내어지는 아동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주장과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마치 입양특례법이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해석하거나 입양특례법을 부정적으로 간주하고 전파하는 일은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입양특례법의 개정으로 인해 양육을 결심하는 미혼모들이 늘어나고 있고, 따라서 입양에 의뢰되는 아동의 수가 감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예비입양부모의 숫자도 감소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입양아동의 삶의 질과 인권보장을 위한 가정법원의 세심한 심사와 판결에 대한 준비, 특히 해외입양과 관련한 가정법원으로서의 법적 토대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와 준비에 소요되었던 시간에 대해서 우리는 존중해야 한다.

무조건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문제로 삼는 의견 표명이나 언론보도는 사려 깊어 보이지 않는다. 먼저 줄어든 이유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만약 합당한 이유로 입양이 줄어든다면 그것은 오히려 반가워할 일이다. 더구나 가정법원의 허가제가 시행되기 전에 훨씬 더 많았던 입양수치가 어쩌면 무분별한 입양이 상당한 정도로 이루어졌기 때문은 아닌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동의 삶의 질과 인권이 훼손된 일은 없었는지를 걱정하고 이런 과거의 사실들이 남긴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이 감소 수치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입양판결 지연이 입양아동의 애착형성기회를 박탈한다?

이 수치의 감소를 걱정하거나 불평하는 목소리는 입양기관들로부터 주로 나오고 있다. 그 핵심은 입양판결이 지연되는 것으로 인해서 입양가정과 입양아동의 애착관계형성의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아이가 말을 배우기 전, 소위 아무것도 모를 때 입양을 하면 애착 형성이 훨씬 더 잘 되고 입양이 부작용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분명 입양 아동의 삶의 질과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할 권리에 대한 진정성 깃든 옹호이긴 하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다시 한 번 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아기에게 있어서 근본적인 애착관계는 친생모와의 애착관계라는 점이다. 이 애착관계는 태중에서부터 시작된다. 또 출생 직후에 엄마의 체취와 체온과 냄새와 목소리와 수유의 품 안에서 아이는 자신의 일부로서 엄마를 인식하며 애착관계가 깊어진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나아가 아이가 분리에 노출되는 순간 친생모와의 근원적인 애착관계의 단절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해 원초적 상처를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바로 이와 같은 원초적 상처 혹은 인격적 손상을 입은 아이는 추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깊고 친밀한 애착관계형성에 곤경을 겪는다고 한다.

입양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의 사회복지사들이 아동의 애착관계 형성을 염려해 입양판결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하는 주장이 조금 불편하게 들리는 이유다. 최초의 애착관계의 근원적 손상을 더 염려하는 대신, 다시 말하면, 친생모에 의한 양육 환경과 기회의 제공을 최우선적으로 진력하는 자리에 서 있지 않으면서 이차적 애착관계 형성을 위하여 전문가로서의 이미지와 권위를 가지고 발언하는 모습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 사회는 입양에 대한 가정법원의 허가제가 오히려 입법 취지에 맞게 더 잘 운용되기를 바라야 한다. 또 입양판결의 과정에서 원가족 복귀가 심도 있게 검토되기를 바라야 한다. 그래서 입양판결이 제대로 자리 잡아 아동의 삶의 질과 인권이 근원적으로 보장되기를 희망해야 할 것이다.

아동을 너무 쉽게 분리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양허가 판결의 과정에서 아동의 원가족 복귀의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혹은 친생부모와의 분리의 불가피성이 검증되어야 한다. 법원 가사조사관이 친생모(부)를 심층 상담하는 일, 아동이 친생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지원 체계에 대한 충분한 정보제공과 안내, 입양결정이 친생모(부)와 가족 그리고 아동에게 미치게 될 결과들에 대해서 충분한 고려가 이루어지도록 돕는 일 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이를 입양 보내기로 결심하고 입양기관에 맡긴 엄마들의 경우, 마음을 바꾸고 양육을 결심해 아이를 되찾아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므로 입양 판결 이전에 엄마의 양육 의사를 면밀하고 심층적으로 확인하는 일 역시 가사조사관의 중요한 역할이 되어야 한다.

사실상 개정된 법에서는 모르긴 하거니와 입양판결은 그 판결로서 이미 친생모(부)의 친권박탈에 가까운 효과가 발생한다. 일종의 친권 분리에 대한 심의 혹은 판결을 먼저 해야 한다. 그 후에 입양판결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판결과정이 꼭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자의에 의한 친권 포기나 친권 양도가 불가능한 나라이고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만 친권이 면탈될 수 있는 나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입양제도 안에서만 자의적인 친권포기가 너무 쉽게 용인되어 왔기 때문이다.

친권 분리의 불가피성에 대한 법원의 심의과정이 도입된다면, 이는 유엔아동권리협약 7조 1항 이 말하는 바, 아동은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 받을 권리를 지켜 주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이 협약 9조 1항대로, 최상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결정하는 경우 외에는 아동이 그 의사에 반하여 부모로부터 분리되지 아니할 권리를 국가 보장해주는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입양판결의 전 단계로서 친권 분리에 대한 심의 과정을 시행하는 일은 이러한 인류공동체의 합의와 규범을 실천해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는 시·군·구청 단위에서 아동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자식을 시설이나 위탁가정에 양육을 부탁하는 경우에도 이 아동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아동심의위원회의 운영의 근본 취지는, 부모의 양육 책임을 확인하는 일일 것이다. 더 나아가 시설들이 임의로 혹은 그럴 리야 없겠지만, 함부로 욕심을 내어 아동을 다른 시설로 보내 버릴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일종의 원가족 복귀를 그 우선적인 목표로 하고 있는 안전장치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안전장치가 입양에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의 자의에 의한 친권포기가 사실상 불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하게 자행됐다. 정부나 입양기관들도 이를 하나의 관행으로 용인해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입양기관에 제출을 요구하는 정부가 만든 공식 문서 속에 친권포기각서라는 양식이 있었는데 이는 사실상 정부가 시행해 온 불법적 관행의 한 증표였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아동복지에 관한 한 그다지 선진국이 못 되는 미국에서도 아동이 입양이나 위탁가정이나 시설로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아동의 분리의 불가피성에 관하여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사회복지사의 개입으로 아동의 원가족 복귀 프로그램이 전방위적으로 강구되고 있다.

만약 이런 법원의 입양 아동에 대한 친생가족과의 분리의 불가피성에 대한 심의 과정을 도입하기 어렵다면, 현재 시·군·구 단위에서 운용되고 있는 아동심의위원회로 하여금 입양기관으로 넘겨지는 아동도 심의의 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입양기관이 입양에 위탁되는 아동을 기관 임의로 수용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다. 또 반드시 아동심의위원회의 결의에 의해서만 아동을 받게 하고 아동심의위원회의 지도 감독을 받는 사회복지사들에 의한 원가족 상담과 복귀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을 실천해갈 수도 있다.

우리사회는 입양에 내어 몰리는 아동에 대한 친생부모로부터의 분리가 너무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사회는, 아동이 친생부모로부터 정당한 이유 없이 분리되지 않을 권리를 입양의 영역에서는 잘 지켜주고 있지 못한 사회다.

현 단계에서는 이 사안과 관련해서 가정법원이 최소적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법원의 가사조사관의 친생모(부)에 대한 면담기록을 재판관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 법원 인력의 한계로 인해 가사조사관이 친생모(부)를 직접 면담하는 대신 입양기관의 상담기록으로 이를 대체하고자 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입양기관의 상담기록을 가지고 아동을 친생모(부)로부터 분리하는 법원의 판단을 가름하는 일은 사실상 이해충돌의 사안이기도 하다. 입양 사업이란 친생모(부)로부터의 아동 분리에 의해서만 비로소 그 사업이 시작될 수 있다. 바로 그 입양 사업을 통해 실질적으로 운영수익을 창출하는 입양기관에 의해 마련된 친생모(부) 상담기록은, 아동이 친생모의 품에서 자랄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주기 어려운 면이 있다.

신속한 입양판결을 위해서 법원조직을 확충하자?

비교적 사소한 문제이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두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입양기관들이 가정법원의 입양판결 지연으로 인해 아동의 입양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발언의 이면에 놓인 메커니즘이다.

입양판결을 신속하게 하려면 가정법원 내부에 입양재판부를 설립하고, 더 많은 입양전문판사를 배정하며, 전문가사조사관을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어떻게 보면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이런 제도적 확충 없이 입양판결만 빨라지면 결국 아동 인권을 소홀히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고, 100세 시대를 사는 한 인간의 일생을 그 출발 선상에서 삐꺽하게 만들어 버리는 불가역적 불행이 야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속한 입양판결을 위해서 법원조직을 확충하는 일에는 당연히 국민의 세금인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국내 입양의 경우 아동 1인당 입양수수료 270만 원에 아동이 입양기관에 머문 개월 수X아동생계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이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입양기관의 금고로 입금된다. 해외입양의 경우 판결이 떨어지면 해외입양 부모의 주머니로부터 흘러나온 돈 약 1000만~1800만 원에 이르는 입양수수료가 입금된다. 국민의 세금이 투여되어 입양판결이 신속해질수록 입양기관의 금고에 쌓이는 돈은 그만큼 빠른 속도로 불어난다. 당연히 입양판결을 받는 아동 수가 많아질수록 입양기관에 입금되는 금액은 증가할 것이다.

여기서 다시 우리는 국가 예산 투여의 우선순위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요청을 받는다. 신속한 입양판결을 위해 법원조직을 키우는 예산을 아동 분리의 위기에 놓인 미혼모가정에 대한 지원강화를 위해 먼저 사용한다면, 그리고 그 결과로 입양판결을 받아야 할 아동의 숫자가 줄어든다면, 결국 법원조직을 키우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 말이다.

이 입양수수료는 입양기관들의 전국적 입양중계시스템인 사무소와 시설의 운영비와 사회복지사들의 급여로 사용될 것이다. 하여 입양의 숫자와 속도가 떨어지면 입양수수료 입금이 줄어들 것이고, 따라서 입양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삶의 자리에도 그림자가 들 수 있으리라. 이런 그림자를 뒤로 하고 입양기관의 사회복지사가 나서서 아동 인권의 이름으로 신속한 입양판결을 주장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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