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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정신'이 바르셀로나를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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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정신'이 바르셀로나를 잠재웠다 [프레시안 스포츠] 스콜스 결승골… 맨유 챔스리그 결승 진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30일 새벽(한국시간) 바르셀로나를 1-0으로 제압하고 2007-2008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바르셀로나가 볼 점유율에 있어서는 앞섰지만 맨유는 무한 스위칭 시스템(고정된 위치없이 선수들이 경기장을 누비는 방식)을 통해 바르셀로나 수비진의 혼을 빼놓았다. 스콜스의 골도 스위칭 시스템이 잘 이뤄졌던 시점에 터져 나왔다. 맨유는 수비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막아냈다. '제2의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를 축으로 화려한 개인기술을 뽐냈던 바르셀로나는 맨유의 끈끈한 팀 정신에 고개를 숙였다.

결승골 넣은 스콜스는 맨유 정신을 가장 잘 갖고 있는 선수

맨유의 결승골을 작렬시킨 주인공은 미드필더 폴 스콜스. 스콜스는 전반 14분 바르셀로나 수비수 맞고 나온 볼을 보고 그대로 돌진하며 오른발 아웃 프런트 킥으로 바르셀로나의 네트를 갈랐다. 중거리 슛 능력만 보면 언제나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던 스콜스만의 화끈한 캐논포였다. 그는 잠시 기쁨의 환호를 했지만 곧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가 중원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팀 플레이에 임했다. 왜 그가 맨체스터 지역 팬들에게 겸손함과 경기에 임하는 진정성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서 결승골을 넣은 폴 스콜스.ⓒ로이터=뉴시스

긱스와 함께 이제 어느 덧 맨유의 전설이 돼 가고 있는 스콜스는 지난 2005-2006 시즌 중반 원인 모를 시력장애로 한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그의 시력은 정상적이지 않다. 맨유 중원의 '진공청소기'였던 로이 킨(현 선덜랜드 감독)이 떠나간 뒤, 스콜스에게 상당히 많은 기대를 걸었던 퍼거슨 감독은 그의 공백을 너무나 아쉬워 했다. 수비수 몇 명을 제외하고, 모든 선수들이 일제히 달려들며 펼치는 활화산 같은 맨유의 공격 축구를 마음 놓고 하려면 그와 같은 공수의 연결고리가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스타라 해도 마음에 안 들면 드레싱 룸에서 호되게 다그치는 퍼거슨 감독은 스콜스를 나무란 적이 거의 없다. 그 이유에 대한 해답은 1966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맨유의 전설적인 영웅이었던 보비 찰튼경의 스콜스에 대한 평가에서 읽을 수 있다. "스콜스는 맨유의 정신을 완벽하게 보유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현역 선수다". 스콜스는 팀을 위해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선수라는 얘기다. 감독으로서 이런 스타일의 선수를 질타하는 게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박지성 플레이, '점'이 아닌 '선'으로 평가하라
▲ 공수에 걸쳐 좋은 활약을 펼친 박지성.ⓒ로이터=뉴시스

이런 점에서 스콜스는 박지성과 비슷한 면이 있다. 박지성은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어시스트의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박지성의 진가는 그런 결정적 장면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볼 다툼이 벌어지는 상황마다 터져 나오는 적극적인 움직임에서 박지성의 상품가치가 더 잘 드러났다. 지역 언론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가 박지성에게 호날두보다 높은 평점 9점을 준 이유도 기본적으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박지성의 플레이는 하나의 '점'이 아닌 '선'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그가 경기 도중 팀 플레이를 하는 장면을 이어 붙여야 그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나온다는 뜻이다. 퍼거슨 감독도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박지성에게 챔피언스리그 같은 중요한 경기에 출격명령을 내렸다. 물론 한 순간 박지성의 플레이를 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다른 맨유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화려한 맛도 떨어지고, 결정력이 다소 부족하다. 이 부분은 분명 박지성이 세계 최고 수준의 스쿼드를 자랑하는 맨유에서 입지를 더욱 굳히려면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전체 경기 흐름에서 봤을 때 박지성은 분명 빛이 난다.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 상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압박하는 능력 등이 그의 장점이다. 맨유가 제대로 된 팀 플레이를 하기 위해 박지성 같은 선수가 꼭 필요한 이유다.

'근면한 도시 맨체스터는 부지런한 선수를 원한다'

맨체스터는 19세기 세계 최대의 면직물 공업 중심지였다.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공장 굴뚝의 연기,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주택가에서 맨체스터의 노동자들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을 견뎌내야 했다. 엥겔스와 마르크스가 1845년 산업혁명의 메카인 맨체스터의 열악한 환경을 둘러 보고 노동자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어야 겠다는 신념을 굳혔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 하지만 맨체스터 노동자들에게는 '삶의 질'을 쫓아 지옥같은 맨체스터를 탈출할 수 있는 돈이 없었다. 토요일 오후 2시에 펼쳐지는 축구를 통해 아주 짧은 일탈을 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이른 시기부터 개인 플레이가 용납되지 않는 대규모 공장의 '부속품'으로 살아 왔다. 때문에 선수들의 희생정신과 팀 플레이에 그 누구보다 높은 점수를 줬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었던 그들의 삶의 애환을 축구장에서도 느끼고자 했다. 이같이 맨체스터를 강하게 휘감았던 산업혁명의 소용돌이는 맨체스터 사람들이 축구를 보는 눈까지 바꿔 놓았다. '근면한 도시 맨체스터는 부지런하고 성실한 선수를 원한다'는 말이 이들의 축구관을 가장 잘 드러낸 것이다.

스콜스, 박지성과 함께 이날 경기에 뛰지 않았지만 루니는 가장 맨체스터에 잘 어울리는 선수들이다. 서로가 가진 특징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들의 공통분모는 부지런함이다. 스콜스, 루니, 박지성이 골이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무명용사가 돼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은 맨체스터 팬들을 더욱 열광시킬지도 모른다. '전쟁은 무명용사가 한다'는 말을 그 누구보다 빨리 깨우친 도시가 다름아닌 맨체스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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